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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나중에 엄마 아빠가 꼭 찾아갈게 : 416 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그리운 너에게>

by 개락당 대표 2018. 5. 1.

 

 

 

나중에 엄마 아빠가 꼭 찾아갈게 :  416 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그리운 너에게>

 

 

 

책을 폈는데 다짜고짜 백여 명이 넘는 아이들 이름부터 나왔습니다.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머리말도 없이 이렇게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널 기억하는 우리 가족과

널 기억하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

늘 널 위해 기도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렴.

 

 

 

예고 없이 훅 들어옵니다. 눈 주위가 뜨거워집니다. 

 

 

 

사진 출처 : http://fishpoint.tistory.com/1577

 

 

 

이젠 아무리 찾아 헤매도, 불러 보아도 소용없는 일.

하늘을 원망도 해봤다.

나 자신이 미워진다. 이 모든 세상이 모두 싫다.

너무나도 원치 않는 이별로 빨리 가버린,

내 삶의 전부의 내 아들, 나만의 아들 혁아.

넌 이미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었다.

혁이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아빠에게 행복을 주는 아들이었다.

너에 대한 생각에 죽을 것만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도 잊은지 오래,

오늘도 하루를 한숨으로 견딘다.

 

(p.10 혁이 아빠의 편지 중에서)

 

 

 

너를 보내고 뒤돌아보니 가족사진이 한 장도 없더라.

엄마, 아빠가 너무 무심했어.

미안하고 후회스럽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

하영아, 엄마, 아빠, 오빠들은 잘 지내고 있어.

가족들이 슬퍼하고 아파만 하는 걸 네가 원치 않을 것 같아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

그러니 가족 걱정하지 말고 그곳에서 편히 지내고 있어야 돼.

우리 딸 얘기 하자면 밤새 해도 모자라지만 남은 얘기는

두고두고 하자.

암튼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야 돼.

나중에 엄마, 아빠가 꼭 찾아갈게

그때 만나서 지나온 날들보다 많이많이 행복하게 지내자.

사랑해, 우리 딸.

 

(p.16 하영이 엄마 아빠의 편지 중에서)

 

 

 

여기까지 읽고 책을 덮었습니다. 울음을 참느라 이를 다물고 으으음 하고 버텨보지만 벌써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서점에서 우아하게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데..... 아이씨 쪽팔리게. 사람들이 볼까 얼른 화장실로 내뺍니다. 세수를 하고 숨을 크게 마시고 내뱉고를 반복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몇 장 더 읽지 못하고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아이들의 얼굴을 오래 볼 수가 없다. 이 아이들은 자식이 있는 모든 부모들의 아이들이다.

사진 출처 : https://brunch.co.kr/@nomadia/21

 

 

 

편지를 읽는 나의 마음이 이런데, 편지를 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쓰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요? 남아 있는 형제나 자매, 그리고 친구들은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어떻게 살아갈까요? 그 아이들이 만약에 우리 아이들이라면? 아이고! 잠깐의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처지는데.... 글을 읽으면서 울고 한숨 쉬고 그렇게 꾸역꾸역 읽어갑니다.

 

 

 

세월이 가면 아이를 잃은 그 상처들도 아물거라고, 또 살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편지 속의 부모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때 그 상처 그대로 지금 똑 같습니다. 결코 아물어지지 않습니다. 그 아이의 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땐 아이 생각에 울고, 그 아이의 언니가 결혼할 때도 아이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아이와 똑같은 이름을 보아도 울고, 아이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아이를 보아도 웁니다. 아이의 친구를 보아도 울고 아이가 즐겨 듣는 음악이 나와도 또 눈물이 납니다. 그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수다 떨고, 아이 손을 잡고, 아이를 만지고,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고,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여행을 가고, 함께 쇼핑을 하고, 자전거를 배우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 서로 짜증내기도 하고, 때론 보듬어 안고, 아이와 함께 팔짱을 끼고 걸었던 그 모든 일상이 그렇게 소중했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대학에 가고 미팅도 하고 군대가고 여자(남자)친구를 사귀고 직장을 가지고 결혼하고 애 낳고 그리고 그 애를 함께 키우고 싶은데, 그걸 보지 못하고 그걸 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큰 행복은 자식들이 그냥 평범하게 자라고 사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겁니다. 편지 속 엄마 아빠는 아이의 스물두살이 그렇게 궁금합니다.

 

 

 

동수야, 아들아.

아직도 엄마는 뭐가뭔지를 모르겠다.

아들 방에 가면 금방이라도 "엄마"하고 부를 것 같은데

막상 보면 빈방뿐이고

밥을 할 때도 아들 좋아하는 것을 해서 보면

아들은 없고.....

사랑하는 아들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그런데 있잖아 아들아,

그래도 니 아빠 말이야 얼마나 열심히 치열하게 버티는 줄 아니

울 아들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발로 뛰고 공부하며 마음을 다하고 있단다.

물론 이것이 전부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해도해도 부족하지만 말이다.

동수야, 그래도 말이다.

이 엄마 아빠 말이다 끝까지 버틸 것이고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줄거란 걸 약속한다. 

 

(p.295 동수 엄마 아빠의 편지 중에서)

 

 

 

세월호의 참사는 '배가 침몰하여 타고 있던 사람들이 빠져 죽었다'는 단순한 사건이 아닙니다. 선원의 자질을 전혀 갖추지 못한 이들이,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과적의 배를 몰다가 침몰한 것이 첫번째 실패이고, 침몰한 후 처참할 정도로 허접한 국가의 대응과 구조 과정이 두번째 실패고, 진실을 규명하라는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하며 오히려 피해자인 그들에게 이제 지겹다며 손가락질 하는 그런 실패가 총체적으로 합쳐진 참사입니다. 침몰에서 구조, 진실 규명까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대한 사건입니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난다고 잊혀질 문제가 아니지요. 그 부모님들이 그토록 분해하고 그 분노로 거대한 벽과 싸우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 해야 할 이유이며 이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아이들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게 된 후 네 번째 봄에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아빠들이 슬픔과 그리움을 꾹꾹 눌러담아 쓴 110편의 편지글이 이 책이다. 벌써 네 번째 봄이 왔건만 부모들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채. 이런 책은 또 나와서 사람의 가슴을 무너져 내리게 한다.

 

글의 원본은 아래 사이트를 클릭하시면 된다. 

 

http://416letter.com/

 

 

 

서점을 나오니 늦은 오후 햇살이 따갑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산이 들이 강이.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겁니다. 산이, 들이는 안 받습니다. 머가 그리 바쁜지.... 막내 강이는 아빠~~ 하고 반갑게 받습니다. 그래, 아빠다 이눔아. 막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한 번 올려봅니다. 저 아이들이 있을 하늘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