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좀 행복해야겠습니다 :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꿈틀리 인생학교' 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중3 졸업생을 대상으로 30명이 참여하는 1년 과정의 기숙학교로 2016년 강화도에 개교한 학교입니다. 입시 경쟁 속에서 학원을 오가며 쉴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하는 청소년들에게 1년간 '옆을 볼 자유'를 줌으로써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우리나라에 우리식으로 적용하는 최초의 사례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선생이 만들었고 풀무학교의 정승관 선생이 교장으로 계십니다.
첫째와 둘째가 간디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이런 저런 방면으로 촉수를 뻗치다보니 이런 학교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척박한 땅에 이런 학교가 과연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무색하게 꿋꿋이 헤쳐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일에는 성인을 위한 '섬마을 인생학교'가 신안군에 문을 열었다는군요. 잠시 좌절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쉬었다가는 인생의 쉼터 같은 곳이 되길 희망한다고 합니다. 딱 내가 가야 되는 학교.
모내기, 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 허리 무지 아플텐데.... 거머리도 물고ㅎㅎ..... 더 없이 행복해 보이는 꿈틀리 인생학교의 아이들이다.
저번주에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산청 간디학교에서 산이랑 학교 평상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보았다. 아들이랑 이렇게 나란히 하늘을 보는게 얼마만인지.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아이는 종종 수업을 땡땡이치고 이렇게 하늘을 본다고 한다. 이런 여유로움을 평생 누릴 줄 아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도, 나도.
사진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04523
섬마을 인생학교 개교식 기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4774
섬마을 인생학교 관련 기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526589
UN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2년 연속 행복지수 1위를 한 나라가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부탄? 라오스? 중남미의 나라들? 혹시 미쿡? 스위스? 북유럽의 어느 나라? 설마 우리나라는 아니겠지요ㅋㅋ. 네, 맞습니다. 덴마크입니다. 우리나라는 41위를 했댑니다. 그렇게나 높아? 우리는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열심히 살지만 걱정과 불안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저자인 오연호 선생은 그게 궁금합니다. 도대체 왜? 아얘 작정하고 덴마크를 파보기로 합니다. 본업이 본래 기자이지 않습니까?
덴마크의 자유로운 일터와 협동 조합을 돌아보고 분석합니다. 초중고등학교와 인생학교에서 덴마크의 교육 정신을 살펴보고 실험적 공동체를 취재합니다. 하루아침에 덴마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룬트비가 농촌 운동을 시작할 때가 19세기 초였으니. 무려 200년 가까이 고민과 노력을 하고서야 지금의 덴마크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덴마크는 뭐가 그리 행복한데?에 대한 답입니다. 2014년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책만 내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오연호 선생은 실천에 옮깁니다. 위에서 소개한 꿈틀리 행복학교와 섬마을 인생학교를 만듭니다. 질투가 날 정도로 대단하십니다.
덴마크 행복 헌법 1조
여유를 두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여러 선택지 가운데 살펴보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서 즐겁게 살자.
네네~ 좋습니다. 아주 훌륭합니다. 다 좋은데여, 우리는 그런 여건이 안됩니다. 덴마크는 나라에서 밥도 주고, 돈도 주고, 여친 남친도 주고, 아프면 공짜로 병원에 가고.... 뭐 이래서 가능하지만 우리는 먹고 살기가 코 앞에 걸린 일인데, 말도 안돼여!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단기간에는 안됩니다. 덴마크도 하루 아침에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 교육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국어도 배우고 수학도 배우고 축구도 배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의 답을 찾는 거죠. 그러면서 민주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좀 더 성숙해지는 곳이 바로 에프터스콜레입니다. (p.195)
뢰딩 호이스콜레는 그룬트비의 교육 철학에 입각한 최초의 성인용 자유학교다. "밥벌이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나와 우리가 누구인가를 역사와 문화 속에서 알아내야 하는 거죠." 교장인 뤼킨에릭센의 말이다. (p.217)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는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1년 동안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설계를 하는 이른바 인생 설계 학교입니다. 덴마크에서는 약 40%의 학생들이 이곳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한창 사춘기의 아이들이 집에서 떠나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어서 부모도 좋고,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또래끼리 함게 사는 새로운 세계를 즐기니 아이도 좋고. 그래서 대체로 다들 이 제도를 반긴다고 합니다. 꿈틀리 인생학교가 바로 이 에프터스콜레를 본따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 떠밀려서 사는 인생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신의 길을 생각하고 경험해 보고 직접 선택하여 그 일을 하니 즐거울 겁니다. 그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 자기 자식들에게도 그런 교육을 시키고..... 이게 한 세대, 두 세대가 지속이 되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런 사고를 지니게 되겠지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 바로 교육입니다.
학생들이 즐겁게 등교하는 것이 목표인 교장, 직원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것이 목표인 회사의 인사 담당, 덴마크의 이런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연호 선생은 스스로에게 물었댑니다. 나는 얼마나 즐겁게 회사에 출근하고 있는가? 기자 외에 다른 선택지에 대해 얼마나 여유를 갖고 점검했던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했던가? 그러면서 인생 후반전에는 다르게 살기로 마음 먹었댑니다. 자신도 행복해지자고.
간디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은 행복합니다. 졸업 후의 진로가 좀 불투명해서 고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을 사는 순간은 너무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사유하면서 말이죠. 아이들에게는 지금이 행복하면 나중도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을 읽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내해 내내 고민하고 답을 구하면서, 지금의 나는 별로 행복하지 못합니다. 내 인생 후반전이 이제 시작되려고 하는데 말이죠. 지금 나에겐 행복을 위한 용기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제 나도 좀 행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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