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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극한 직업인 대안 학교 교사들의 앞담화 : 류주옥 외 5인 <선생님들의 수다>

by Keaton Kim 2021. 8. 3.

 

간디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은 자기 학교를 무척 좋아합니다. 학교 이야기를 주저리 하지는 않지만, 딱 봐도 보입니다. 근데 저도 우리 아이들만큼이나 간디학교를 좋아합니다. 학교 선생님도 좋구요, 아이들의 친구들도 좋고, 돌집과 도서관 사이의 오솔길도 좋아합니다. 큰 아이가 졸업을 하고, 둘째도 고3이라 이제 학교와 인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간디 학부모 생활을 더 연장하기 위해 중3인 막내를 열심히 꼬시고 있습니다. 거의 넘어왔습니다ㅋㅋ.

 

사실 요즘 학교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공간혁신 촉진자로 학생들과 함께 새 건물을 짓고,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환경과 공간을 만드는 거죠. 좋아하는 학교를 변화시키는 거라 꽤 부담감이 들긴 하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소식을 전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도 추진 중입니다. 아마도 웹진 같은 형태가 될 듯 한데요, 졸업생들의 소통 공간이자, 지금 간디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창이 되겠지요.

 

간디 소식지가 제대로 자리가 잡히고 여러 글들이 쌓이면 책도 수월하게 낼 수 있을 겁니다. 일반인들에게 보여주는 성공한 간디인들의 삶이 아닌 좌충우돌 치이고 깨지고 다시 일어서는 진짜의 모습들 말이에요. 이런 사업과 기획들이 모두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서 하는 일들입니다. 간디학교의 모토인 '사랑과 자발성'에 딱 들어맞지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랑하고 있습니다ㅋㅋ. 

 

 

간디 소식지 만들기 기획 회의 도중에 한 컷. 사업을 추진할 선생님들이 고맙게도 서울에서 김해까지 내려오셨다. 

 

 

우리 아이들은 지들끼리도 가장 극한 직업으로 '간디학교 선생님'을 꼽습니다. 대안학교 선생님은 그 정도로 힘들다는 얘기겠지요. 이 책은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 선생님들의 이야기입니다. 태봉고의 여러 교육 시스템들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태봉고를 만들어온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대안 학교 선생님들은 역시 극한 직업이 맞습니다ㅎㅎㅎ. 

 

전국의 학생들에게 똑같은 것을 가르치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시험을 쳐서 그 성적으로 줄을 세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결국 누구를 위한 걸까요? 왜 대한민국의 초중고등학교가 대학입시를 위한 과정으로 전락했는지, 한 번식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p.211)

 

국어로 치면 "이 시에 쓰인 비유법이 무엇이냐?" 하고 묻는다면 이건 정답이 있습니다. 맞고 틀리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를 내 삶의 경험을 가지고 설명하면?" 이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 됩니다. 후자의 질문은 탐구하는 질문입니다. 이러면 평등해집니다. (p.212)

 

좋은 학교란 아이들 생각을 지지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학교, 그들이 바라는 환경과 공간을 만들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토론하며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은 결국 저를 바꾸는 시간이 되었죠.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학생들도 좋아하게 만드는 것에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제가 좋아하게 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p.222)

 

오만할 수도 있었데, 기꺼이 대안학교 교사가 되려면 기꺼이 비주류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한계를 두드리는 용기가 있어야 하죠. (p.223)

 

"잠자는 토끼를 깨워서 함께 가는 거북이가 되자"라는 글귀인데, 사고 치는 친구들은 잠자는 토끼, 규칙을 잘 지키는 친구들은 거북이로 비유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할 때 거북이들의 불만이 많았어요. 선생님들의 관심은 사고 치는 토끼에게만 가 있고 정작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거북이들은 관심도 못 받고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는 거죠. (p.245)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간디학교와 비교가 되었습니다. 이동학습이나 공동체 회의, 동아리 활동, 주를 여는 시간 등 대부분의 시스템들은 비슷했습니다.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인턴쉽을 통한 배움(LTI, Learning Through Intership)은 간디에는 없는 독특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세세하게 얘기하지 않구요. 책을 통해 대안 학교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런 속내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선생님들의 수다 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의 수다' 편도 있었는데요, 일반 학교를 나온 친구들과 다르다는 의식 자체를 경계하지만 지나고 보니 좀 다르더라 의견도 있었고, 태봉고가 다른 대안학교에 비해서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라는 더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딸과 꽤 오랫동안 간디 학교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주를 여는 시간에 뭘 발표했는지 물어보니 요즘은 주를 닫는 시간, 일명 '주닫'으로 바뀌었다고 하면서, 신입생들이 오고 첫 주닫이라 고민을 하다 '후레시맨' 춤을 췄다고 하네요ㅋㅋㅋㅋ. 공동체 회의(간디에서는 이걸 식구총회라고 부른다)에서 오갔던 이야기들과 이동학습 때의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시험 기간에 공부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불평?도 했구요. 게다가 학교에 다니지만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생각보다 꽤 있다고 합니다. "열 명 중에 한 명 정도 아니겠니?" 하니, "그 보다는 훨씬 많아요!" 합니다. 이런 건 저도 잘 몰랐던 부분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자 선생님을 "태봉고에서 아이들에게 깨지고 배우고 성장했다. 가르치는 교사보다 배우는 교사가, 학생들을 억누르는 감시자가 아니라 어깨를 겯고 함께 걸어가는 동지가 되고 고군분투한다."라고 책 표지에 소개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지혜를 배웁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나도 배우고 성장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간디에 보낸 건 내 인생에 가장 잘 한 것 중의 하나라 할 만합니다. 아, 우리 아이들이 이 글을 보면 또 한 마디 하겠네요. 아빠가 보낸 게 아니라 지들이 스스로 갔다고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