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무엇을 가지고 있나?
집과 가족.
그리고 아이들고 음식.
친구관계.
일.
세상의 일.
그리고 인간다워지는 일.
기억들.
근심거리들과
슬픔들과
환희.
그리고 사랑.
남자들도 그렇긴 하지만,
그닥 비슷한 방식은 아니다.
때로,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별히 행복하거나 만족스러운.
그럴 땐 수많은 사람을
내가 다 먹여 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온 세상을 품에 안을 수 있을 것만 같고.
하지만 어떨 땐, 작은 방조하 겨우 가로지른다.
나는 두 팔을 축 늘어뜨린다. 얼어버린다.
그럴 땐
다시금 돌아간다.
나의 할머니,
내 어머니, 내 이모들,
나의 자매, 나의 딸,
내 손녀들,
내 사촌들에게로.
내 친구인
여자들에게로.
우린 숱한 시간 동안
서로 이야기해왔다.
가질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그리고 정말이지 때로는
물이 손가락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정말이지 때로는
케이크들이 구워지고
침대들이 정돈된다.
그리고 책들이 써진다.
침대와책들과
케이크들.
내 경우엔, 다 갖는 편이 좋다.
특정한 무언가를 가진다는 건참 근사한 일이다.
당신은 거기 서서
엄청나게 커다란 양배추
혹은 바이올린
혹은 밝은 색 풍선을
들고 있다.
그건 그 자체로 일이다.
한 가지만 하는 단순한 행위.
그리고 아마도 당신과 함께 걷는 누군가는
잠시 무언가를 들어달라고 부탁하겠지.
그가 구두끈을 매는 동안.
대답은 "물론."
"당신이 원하는 만큼."
(책 첫장의 글)
확실히 의심은 쉽고 확신은 어렵다. 의심으로 마음이 출렁일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이라 칼만은 강렬한 그림과 간결한 문장으로, 온 힘을 다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했던 여자들의 목록을 전한다. 그 목록에는 거트루드 스타인, 이디스 시트웰, 버지니아 울프, 궁정을 장악한 여왕 마틸다, 루이즈 부르주아, 키키 스미스처럼 예술과 역사 속에 기입된 여자들이 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1.
원제는 Women Holding Things입니다.
2.
그래서 그림의 대부분은 무언가를 들고 있는 여자들입니다. 남자의 그림도 몇 장 나옵니다.
3.
그림 속 여인들의 눈매가 심상치 않습니다. 고통이나 분노가 담겨 있습니다. 싸우며 버티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열정을 가진 눈빛입니다. 그에 비해 그림의 남자 눈빛은 흐리멍텅합니다.
4.
작가가 그린 여자들을 찾아봤습니다. 모두 심상치 않은 삶을 살아간 여성들입니다.
5.
그림이나 글에서, 여자가 가진 것은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것입니다. 남자가 가진 것은 추상적이며 허황된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6.
여자들은 자신이 가진 것들로 인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만족스럽다가도, 조그만 방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다른 여자들의 품 속으로 달려간다고 말합니다. 거기서 위로를 받겠죠. 하지만 남자들은 아무도 없는 동굴 속으로 들어갑니다. 남자들도 여자의 품 속에서 위로를 받고 싶지만, 그러질 못합니다.
7.
강렬한 여자들 그림이 '세상의 여자들이여, 쫄지마. 세상은 주체적으로 살아야 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여성성들 가운데 그런 쪽만 강조한 것 같아 약간은 불편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가진 것'이라는 책이 나오지 않는 것, 남자들이 다니는 학교는 그냥 학교인데, 여자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여자학교라 불리는 것, 남성성을 강조하는 문학이나 예술은 거의 없는 것 등은 지금도 세상이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아직 세상은 여자들이 살아가기엔 남자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버텨야 하는지도요.
8.
내가 가진 것은 뭘까요? 혹은 나는 무엇을 가지기 위해 살고 있나요? 책 속의 여자들처럼 구체적인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게 아닌, 그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고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 맴돕니다.
9.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시원적이자 근원적인 것, 그리고 그들이 가장 갈구하는 것을 알 것 같습니다. 그건 바로 사랑입니다.
10.
책은 '두려워 마세요.'라는 첫 인사로 시작해 '꼭 버티세요.'로 끝납니다. 네, 내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하겠습니다. 나도 버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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