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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타인의 고통에 분노와 연민만으로는 부족하다 :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by 개락당 대표 2016. 1. 23.

 

 

 

타인의 고통에 분노와 연민만으로는 부족하다. :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개성공단에 일하는 어느 예쁜 소녀. 사진 출처 - AP통신

 

 

 

정부가 개성공단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북의 핵개발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표명과 북핵 개방의 자금통로를 차단한다는 명분입니다. 하다 못해 구멍가게 하나를 영업정지 시켜도 사전에 미리 알려주는 예고기간이 필요한데, 이거는 사전 협의, 예고, 암시, 이런거 완전 개무시하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피해는 머 어마어마 할겁니다. 어느 기사엔 벌써 1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정부는 아주 신속하게 '통치 행위' 라고 선포해버립니다. 배상이나 소송을 원천 봉쇄한겁니다. 기댈수 있는 건 남북경협보험이라는 건데, 이마저도 가입한 기업도 그리 많지 않고, 보험금도 정말 푼돈이라고 합니다.

 

 

 

우리 기업의 사람들이 처음 개성에 가서, 북한의 그 근로자들과 마음의 벽이 얼마나 컸을까요? 그것을 좀 깨 볼려고 몰래 초코파이도 가져가서 나눠주고, 교육도 시키고, 싱겁고도 살가운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십년동안 노력해서 이제 겨우 해서 말문도 틔고 한민족이라는 동질감도 생기고,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한 식구처럼 되었는데 말이죠. 북한과의 교류에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개성공단 입주자들이며 통일의 물꼬를 트는 사람들이기도 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도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을 겁니다. 정은이 형님이야 워낙 배포가 크셔서 꿈쩍도 안하시지만, 안하는 척 하시는거지만, 여태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10만에 달하는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말이 없습니다. 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 나오는 기사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시너지효과를 내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시스템입니다. 1명의 노동자 월급이 15만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대화가 통하고 북한 근로자의 생산성도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비해 높다고 합니다. 이게 하루 아침에 절단이 나버렸습니다.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이 났을 때도 맹바기 아자씨는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손을 안 댔습니다. 그랬던 것을 그네 여사는 아주 과감히 해냈습니다. 정말 남북관계가 악화가 되어 주위의 강대국이 폐쇄하라고 난리를 쳐도 개성공단은 최후의 보루라고 막아야 할 우리 정부가, 이렇게 쉽게, 과감히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만들어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닌 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외면하기란 쉽다. 또는 지금 그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닌한 말이다. 1993년 여름 사라예보에 있을 때 어느 보스니아인 친구가 애처럽게 들려준 말이 기억난다.

 

 

1991년 당시 세르비아인들이 부코바르를 철저하게 부수는 광경을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 자기는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아, 정말 끔찍한 일이군, 그렇지만 저기는 크로아티아지, 이곳 보스니아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그리고는 채널을 돌렸다고.

 

 

그 이듬해 보스니아 전쟁이 발발하자 그녀는 다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제는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이 힐끔 쳐다보고는 '아, 정말 끔찍한 일이군'이라고 말하면서 채널을 돌려버리는 그런 텔레비전 뉴스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타인의 고통 - P 229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성인, 사진으로 사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비평가인 수전 손택 여사의 대표작인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 사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미지가 현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손택여사가 이 책을 쓸 때만 해도 겨우 사진이었지만, 이제는 동영상도 손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구 저편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재앙의 이미지가 홍수같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보기 싫어도 그 이미지에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시대입니다. 처음에는 분노하고 연민하지만, 이내 무감각해집니다. 그런 대중들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더 쎄고, 더 끔찍하고, 더 잔인하고, 더 감각적인 이미지를 내보냅니다.

 

 

 

<사진에 관하여>가 출판된 이래로, 수많은 비평가들은 텔레비전 탓에 전쟁의 고통이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해왔다. 한번 충격을 줬다가 이내 분노를 일으키게 만드는 종류의 이미지가 넘쳐날수록, 우리는 반응 능력을 잃어가게 된다. 연민이 극한에 다다르면 결국 무감각에 빠지기 마련이며, 그래서 통속적인 처방이 내려지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정작 무엇인가? - P 159

 

 

 

론 하비브 <죽어 가는 이슬람 여인을 발로 차는 세르비아 민병대원> 비옐지나, 1992

 

세르비아 의용군을 이끌던 슬로베니아 출신 극우주의자 라즈나토비치는 이 사진이 뉴스위크에 게재되자 하비브의 목에 현상금을 걸 만큼 분노했다고 한다. 하비브는 <피와 꿀>이라는 제목으로 이때 찍은 사진들을 출판했고, 코소보 전쟁의 일급 전범 라즈나토비치는 2000년 1월 15일 암살됐다.

 

사진 및 글 인용 - 타인의 고통 P 136

사진 출처 : http://lsk.pe.kr/1194

 

 

 

타인의 고통이 그녀의 말처럼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가 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고통에 무감각해져서, 우리가 그것의 진실에 다가려는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손택 여사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분노하고 연민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의 저 너머에 있는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과 우리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보라고 합니다. 서두에서 인용한 것처럼 우리가 이미지로 너무나 쉽게 접하는 타인의 고통이 언젠가는 나의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정부의 결정에 분노하고, 그 결정으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연민을 보내는 것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거기서 한발짝 더 가야 합니다. 그 속에 담긴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손택 여사는 그 분노의 힘을 모아서 공분과 연대의 길로 나아가라고 합니다.

 

 

 

실제의 세계는 여전히 그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곁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