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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건가 : 정은균의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개락당 대표 2016. 3. 12.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건가 : 정은균의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이들은 매일매일 자랍니다. 저번주와 이번주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별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 이제 중학생들이 되었습니다.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라는 모든 부모의 염원처럼 저도 아이들이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몸도 마음도.

 

 

 

우리 아이들은 억지로 키우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저절로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햇볕속에서 놀고 햇볕속에서 자랍니다. 흙과 나무와 바람과 함께 자랍니다. 팔다리에 힘이 넘침니다. 얼굴에 생기가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밝습니다. 마음이 건강하다는 증거지요. 형과 누나, 누나와 막내, 막내와 형이 자주 싸우긴 하지만, 싸울 때 뿐, 돌아서면 또 하하호호 합니다. 가끔 짜증도 부리지만 그건 배가 고파서 그런 겁니다ㅎㅎ. 그 외에는 언제나 밝습니다. 그래서 항상 고맙습니다. 그렇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맙고, 그렇게 키운 아이 엄마에게도 고맙습니다.

 

 

 

여태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애들 엄마는 가끔 공부 쫌 안하나!! 라고 외칠 때가 있긴 하다. 그리고 공부 외에는 자기들이 잘 알아서 합니다. 앞으로도 공부에 대해 스트레스를 줄 생각이 없습니다. 사실 여태껏은 아이들에게 좋은 낯빛과 모범만으로 부모의 역할은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충분하지는 않을 겁니다.

 

 

 

훌륭한 부모란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그래서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 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해 주며, 아이의 장점을 살리고,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거 넘 어려운 거 아냐???  이런 것이 공부를 독려하며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 오래된 사진도 아닌데 아이들은 쑥 커버렸다. 딸은 벌써 지 엄마보다 반뼘은 더 자랐고 큰 아들은 지 아빠보다 달리기를 더 잘한다. 일대일 농구를 해도 지 아빠가 진다. 이제 중2인데 얼굴은 고3이다. 막내도 이제 근육이 꽤 붙었다. 저 시기만 해도 품안의 자식이었는데, 이젠 친구들과 놀기를 훨씬 좋아한다.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부모의 역할은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부모의 진정한 가르침이 필요한 시기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교육의 목표는 민주 시민의 양성이며 민주 시민이란 스스로 판단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은 총론에 민주 시민 양성을 초,중등교육의 핵심 목표로 명시해 놓고 있다. 민주 시민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진정한 의미의 '개인'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공존하려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전제를 사심 없이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태극기 앞에서 조국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교육 시스템 아래서 살아간다. 복종을 강요하고 순종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스템이다. 민주 시민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국가교육과정에 비추어 볼 때 모순이다. 그 모순의 시스템 한가운데 거대한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 있다. 교사다. 그들은 누구인가. - P 42

 

 

 

근대 학교 교육의 시스테은 19세기 초 프러시아(현재의 독일)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그 기초를 닦은 사람이 피히테라는 철학자인데요, 이 시기의 독일은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제대로 한판 붙었는데 쌍코피에 실신당하기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투철한 국가관과 희생정신이었습니다.

 

 

 

피히테는 학교 의무교육 시스템이 길러내는 인간상을 1)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 2) 고분구분한 광산노동자. 3) 정부 지침에 순종하는 공무원. 4) 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일하는 사무원. 5) 중요한 문제에 비슷하게 생각한는 사람들.... 뭐 이건 한마디로 현대판 노예 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런 교육관은 미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갔고, 그 일본이 우리나라에 아주 잘 적용한 시스템이며 이것이 아직까지 흘러오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의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려고 합니다. 아이들을 선생님 말에 복종하는 대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명령과 복종, 지시와 순종의 매커니즘이 학교에서는 작동한다고 합니다. 나치 시절 수백만의 유태인들을 학살시킨 주범인 아돌프 아이히만도 정신과 의사보다 더 정상인이었다고 합니다. 단지 명령에 복종할 따름이었지요.

 

 

 

대한민국 학교는 조그마한 개인에게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을 주입시키는 구실을 한다. 프러시아식 의무 학교교육과 이를 이어받은 일제 강점기의 주입식 교육의 유산이 살아 있다. 국가와 개인은 주종의 관계로 자리매김된다. 아이들은 파편화한 지식 교육을 12년간 받는다. 무언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별로 갖지 못한다. 힘과 권위에 복종하며, 세상 문제를 비슷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학교 문을 나선다. '소시민'이 만들어지는 토대들이다. - P 93

 

 

 

 

 

 

책은 일반인인 제가 보기에는 정말 헉!!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교사란 학자들이 만들어 준 교과서를 교육과정이라는 틀 속에서 교사용 지도서를 통해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그래서 단지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전달해 주는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일반 기업보다 더 서열화 되어 있는 교사들의 줄세우기, 기업의 임원이나 사장보다 더 큰 권력을 갖고 있는 교장과 그 나부랭이들, 그리고 거기에 좀 빌붙어 보겠다고 앙앙거리는 일부 교사들의 세계도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에이~~~ 설마!!! 라고 하고 싶지만, 저자는 17년차 현직 선생님입니다.

 

 

 

책은 해답도 보여줍니다. 위에서 언급한 저급한 학교 시스템의 점진적 개선과 교사 개개인의 노력, 그리고 학부모들의 각성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교장 공모제와 혁신학교, 교육 과정의 다양성 등의 성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책이 발간되어 읽힌다는 것 자체가 희망입니다.

 

 

 

저자는 자신을 불량교사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책의 내용이 사뭇 과격한데요, 이 정도의 내용을 그것도 현직 교사가 쓸려면 얼마나 오랜기간 망설임과 고뇌와 갈등을 했을까요? 잘못하면 거의 생매장 당할 수 있는 내용인데...... "모두가 미래를 말하지만 아무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역설의 공간이 학교다. 그 견고한 벽에 가는 실금 하나 긋고 싶었다." 저자의 심정과 각오를 담은 한마디 입니다. 그의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저자는 책에서 교사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신랄한 비판과 반성과 대안과 각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교육에서 교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부모입니다. 책 제목에 교사 대신에 부모를 바꿔 넣어도 똑 같습니다. 내용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부모도 신랄한 비판과 반성과 새로운 각오를 해야 교육이 나아집니다. 아이들의 밝음과 행복을 추구하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힘을 기르고, 옳지 않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하고, 남과 함께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아이의 성적보다 훨씬 우선입니다. 그렇게 키우겠습니다. 그것이 진정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