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졸업을 합니다. 2018년에 산이가 간디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이어 들이가 입학을 하고 하나씩 졸업을 하더니 이제 막내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그 말은 7년 동안 문턱이 닳아 없어질 만큼 학교를 들락거렸던 나도 졸업이라는 겁니다.
졸업 전날은 축제라 일찌감치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서로학교>도 한꼭지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대안 학교에 다니면서 제가 배운 걸 요약하면 '아이를 내버려둬라. 믿고 지지하면서 기다리면 아이는 성장한다.' 입니다. '그래, 잘 알겠어. 근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졸업생인 산이와 들이, 그리고 준휘가 함께 있어서 졸업생들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는데, "청춘은 지니의 마법같은 환상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니 기다리긴 뭘 기다려!"라고 따끔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듣고보니 너무 맞는 말이입니다. 기다린다는 건 순전히 부모의 입장입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역시 간디 출신들이 현명합니다.
저녁의 축제는 그야말로 대축제였습니다. 전날인 전야제도 불태웠다고 하더마, 축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내용의 양과 질, 그리고 부모님들의 호응 등 여느 축제보다 열기가 뜨거웠고, 특히 졸업을 하는 25기들은 오늘이 마지막인 양 온몸을 불살랐고 울었습니다. 밤 12시가 훨씬 넘어서 마쳤고 학부모들은 숙소에서 마지막 민폐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졸업식에는 졸업생들이 한 명씩 나와서 간디 3년의 소회를 말합니다. 저도 간디학부모회 회장이라 축사 겸 이야기를 했습니다. '몇 년 전 어느날 별 이유도 없이 학교에 갔는데, 들이가 평상에서 기타를 치고 있더라. 그래서 한 곡 청했는데 여유와 설빈의 노래를 들려주더라. 하늘은 높고, 바람은 살랑이고,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이 나와버렸습니다. 꺾꺽 울다가 겨우 수습을 하고 이야기를 마저 이어갔습니다. '딸이 어떻게 살아야될 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건 오십이 훨씬 넘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걸 찾아가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 결코 조급해하지 말자. 지금에 충실하면서 천천히 가면 이미 충분하다.' 뭐 대충 이런 말을 했더랬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사진을 찍고, 교감샘과 포옹을 했는데 참았던 울음이 왈칵 터져버렸습니다. 선생님을 껴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잉잉~~ 우리 아이 셋을 잘 키워주셔서 진짜 고맙습니다. 엉엉~~" 교감샘도 "형님도 수고많으셨습니다." 했습니다. 교장샘, 아지샘, 안군, 짱샘 등 모두 껴안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그때마다 울었습니다. 그렇게 울고 나니 뭔가 시원해졌습니다. 저도 간디학교와 많은 일이 있었는데, 아쉬운 기억은 그 울음과 함께 모두 씻겨 내려갔습니다. 씻김굿이 따로 없습니다. 남은 건 아름다운 추억뿐입니다.
아이셋을 간디에 보내고 내가 간디에 온 건 내 인생의 잘한 일 중 세 손가락 안에 무조건 들어갑니다. 위에 올린 사진은 강이의 담임샘인 아지가 올려준 25기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아름답고도 평화롭고 재미있고 부러운 간디의 일상입니다. 그 빛나는 시간을 보내며 강이가 졸업을 하고 나도 졸업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도 간디에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안녕, 나의 간디학교. 너가 있어 참 행복했다. 고마워~~
대안교육은 '특별한 교사'가 '특별한'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교육이 아니다. 그저 교육의 본모습을 추구할 뿐이다. (14쪽)
이 책은 이철국 선생님의 대안교육에 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철국 선생님은 경기도 고양에 있는 5년제 비인가 대안학교인 불이학교의 교장샘입니다. 일반학교에서 15년을, 대안학교에서 20년을 보낸 분입니다. 책 대부분은 대안교육은 교육의 본질에 훨씬 가까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건 대안 교육의 한계를 짚은 부분입니다. 학생들에게 대안학교 바깥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고, 어떻게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야 할지, 어떻게 자기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할지에 대해 미리 경험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행복한 아이로 지내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대안학교와 아이가 살아갈 사회 사이에는 간격이 있고, 학생들이 졸업 후에 맞딱뜨릴 이 간격으로 느낄 현기증이 덜 하도록', 대안교육의 철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이 간격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네. 완전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도 여러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우리끼리 하는 말로 '간디 물 빼기'입니다. 군대를 일찍 보내고, 간디 아닌 다른 조직에 있어보게 하고, 혼자서도 살아보게 하고(이건 아이가 더 원해서), 외국에 나가 보게 하고.... 네, 다 허사였습니다. 아이들은 이 동네 저 동네를 기웃거리다 결국 다시 간디로 돌아왔습니다.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택의 문제이지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간디를 7년 다닌 나는 이제 대안교육의 전문가라 되었습니다.... 라고 하고 싶은데, 실은 아닙니다. 아이들을 간디에 보내고 간접적으로 대안교육을 받고, 책을 읽고, 학부모와 학교가 연대하며 뭔가를 만들고, 토론도 하고, 열심히 놀았습니다. 이제 겨우 대안교육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겸손의 말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느낍니다.
아지샘의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보니 벌써 그립군요. 또 눈물이, 무슨 주책이고. 25기 학부모 졸업여행을 빨리 가자고 대표한테 졸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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