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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야기

빌리지 스와라지 : 마하트마 간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by 개락당 대표 2024. 11. 22.

 

 

 

마을교육공동체 조례가 폐지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난 10월에 법안 폐지가 통과되었고, 교육감의 재의 요구로 엊그제 다시 표결하였으나 결국 폐지되었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견서를 내고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었다. 98%가 폐지 반대 의견이었다. 하지만 62명의 경남도의회 의원들의 표결하여 최종 폐지로 결정이 났다. 62명의 의원 분포는 국민의 힘 58명, 더불어민주당 4명이다. 폐지 반대 의견을 낸 국민의 힘 의원은 딱 1명이었는데 창원의 정재욱 의원이다. 국힘 의원 수가 저렇게 많다는 거 처음 알았다. 사람 잘 못 뽑으면 나라 꼴이 엉망이 된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마을학교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 마을 강사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 좌로 치우쳤다. 

- 마을 강사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전문적인 교육가가 아니다.

-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 제빵, 텃밭, 생태 등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마을학교 수업 과정에 있어서 강사가 정치적 편향성을 보였다는 어떠한 근거나 증거도 없으며, 그것으로 문제가 되었던 적도 없다. 저들이 편향성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은, 마을 강사들은 많은 분들이 진보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진보 교육감에 대해 공개 지지를 한 마을 강사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건 마을학교 수업과는 상관이 없는 강사 개인의 정치적 취향 문제다. 

 

강사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기준을 가지고 선발했다. 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 강사는 여러 복잡한 서류와 강의 시연까지 하였다. 그리고 모든 교육이 전문가로부터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을 교육은 뛰어난 기량이 있으면 누구난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교육 내용에 관해서 저들이 말하는 것은 정말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저들은 마을교육에서조차 국영수를 가르치길 원한다. 다양성의 시대에 아이들에게 음악, 미술, 문화, 생태, 농사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그런 흐름을 거꾸로 가자는 말이다. 

 

함께 싸웠던 김해마을교육공동체협의회 사람들과 조례폐지반대 김해지역 비상대책위원회 사람들은 분노하고 허탈해했다. 마을학교를 없애자는 경남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저들은 마을학교에 대해서 사실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마을학교가 학생들에게, 또 마을에게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왜 필요한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단지 마을학교는 진보 교육감이 만들었고, 마을학교에서 활동하는 강사들이 진보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그저 맘에 안드는 것이다. 그래서 힘이 있을 때 없애려고 한 것이다. 

 

마을학교의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를 떠나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교육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이다. 이것이 정치의 문제로 이슈화 되어 정치인들의 이익 잣대로 재단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정말 안타깝고 분노할 일이다.

 

 

 

 

식민주의의 극복을 말할 때 간디의 독특함은 그가 다른 많은 현대적 사상가, 정치가들과는 달리 서구적 근대문명, 산업주의, 기계문명을 철저히 배격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점에 있다. 간디에 의하면, 영국의 식민지로서 인도사회의 노예상태와 빈곤의 궁극적 원인은 영국 혹은 서양으로부터 도입된 산업주의 내지 기계문명의 논리에 순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립, 자치의 능역을 상실해버린 인도 사람들 자신에게 있었다.

 

간디는 근대적 산업화, 기계화는 "인류에게 무엇보다 큰 화근"임을 주목하여, 언젠가 "반드시 인류에게 저주가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그는 근대 산업주의 문명이 가져다주는 물질적 풍요를 기반으로 한 인류의 행복이란 결국 허망한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집요하게 역설하였다. 간디에 의하면, 인도의 참다운 미래는 근대적인 도시가 아니라 자립적인 농촌마을에 달려있었다. 그는 이기심과 영적 빈곤과 낭비를 조장하는 근대적 대도시와 산업문명의 논리 속에서는 풀뿌리 민중의 자립, 자치적인 삶이 장려될 가능성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간디는 식민지 시대를 통해서 비참한 운명을 강요당해온 인도의 70만개의 농촌마을의 부활과 회생 속에서 참다운 독립과 해방뿐만 아니라 진정하게 새로운 인류문명의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오늘날 식민주의 논리의 확대판이라고 해야 할 '세계화 경제'의 지배 밑에서 세계 전역에서 풀뿌리 민중의 삶은 짓이겨지고, 인간생존의 자연적 토대는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많은 헌신적인 노력들 속에서 지금 간디의 사상은 새삼 활발하게 재음미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간디의 '마을 스와라지' 사상과 그 실천은 인류사회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희망의 논리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천의 하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94쪽)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간디는 비폭력주의를 주장한 인도의 독립운동가다. 하지만 그보다 간디가 위대한 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 문제를 미리 간파했고, 그 해결책도 제시했다. 예언자이자 사상가였다. 산업화 이후 더욱 거대해지는 도시, 파괴되는 마을 공동체, 더욱 가난해지는 노동자, 피폐해지는 인간의 감성 등을 극복하여 우리가 인간답게 사는 길은 '빌리지 스와라지' 즉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를 다시 살리는 길이라고 설파했다. 

 

진정 옳은 말이다.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우리의 조상은 오랫동안 이것을 유지해왔다. 그래서 비록 먹고 살기는 팍팍할지언정 그래도 인간답게 살았다. 우리는 이것을 물질의 풍요와 바꾸었다.

 

지금은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산다. 도시에서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는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 이게 더 어려운 것은 과거보다 인간의 이기심 혹은 인간의 욕망은 더욱 쉽게 발현되는 지금이라 그렇다. 간디가 자립의 삶에 필수적이라 주장한 농업과 물레로 대변되는 마을의 수공업은, 80퍼센트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당시 인도의 현실에는 맞으나 지금은 달라졌다. 지금 도시에서는 어떻게 변형하여 적용해야 할까. 

 

해답을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내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공동체인 것은 분명하다. 마을교육공동체도 빌리지 스와라지의 일환이다. 내가 가진 것을 마을에 나누고, 마을의 아이들이 자신이 가진 여러 가능성을 마을교육에서 체험하며 발견하고, 마을이란 울타리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아이들도 자라고 마을도 성장하는 것, 이것이 내가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의 본모습이다. 

 

나라와 시민이 자급자족의 공동체를 위해 힘을 모아 어떻게든 해답을 찾고 방법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마을교육공동체 조례 폐지가 말이 되나. 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아, 제발 좀 책 읽고 공부해라.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