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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한양의 지리와 건축과 역사를 한방에!! : 유영호의 한양도성 걸어서 한바퀴

by Keaton Kim 2016. 1. 3.

 

 

 

한양의 지리와 건축과 역사를 한방에!! : 유영호의 한양도성 걸어서 한바퀴 

 

 

 

 

 

 

북대문인 숙정문肅靖門에서 북소문인 창의문彰義門까지 한번 걸어보리라 진즉부터 맘 먹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어느 일요일 아침, 이불을 박차고 나섰습니다. 한양도성이 한바퀴에 18.6Km 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숙정문 ~ 창의문 코스는 아마도 가장 보존이 잘 된 구간일겁니다. 왜? 개방을 안했으니까.... 사실 그 덕에 지금도 남대문 북대문의 그 북대문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고.... 그렇게 40년간 숨어있다가 사람들이 찾은지 10년도 안된 숙정문입니다. 이 문에서 출발합니다.

 

 

 

 

삼청동 끝자락에서 좀 더 올라가면 숙정문 안내소가 나오고 거기서 좀만 가면 숙정문을 만날 수 있다. 정도전이 서울을 만들때 인의예지신을 따서 각 대문을 만들었다. 숭례문, 흥인지문, 돈의문, 숙정문, 그리고 정가운데 보신각. 근데 이름이 왜 숙정문인겨? 저 위의 문루는 원래 없었다. 구한말 숙정문이라는 사진에 보면 문루가 있는데, 그렇다면 일제시대 아님 한국전쟁때 없어진게 아닐까... 아몰랑~~ 그걸 1976년에 복원했고 현판은 박정희가 썼다.

 

 

 

 

숙정문에서 창의문까지는 2Km 정도에 1시간 40분 정도의 코스라고 나온다. 지도를 보면 딱 경복궁 뒷동산이다. 정식 이름은 백악. 경복궁의 주산이다. 좌청룡이 인왕산이고 우백호가 낙산이다. 중간 자락쯤 가니 정말 경복궁이 기막히게 잘 보이는 곳이 있었다. 사진을 찍지마라는 경고문과 곳곳에 계시는 검은 정복의 청년들이 지키고 섰지만, 그래도 살짝 한컷했다. 근데 사진은 그닥..... ㅠㅠ. 실물은 정말 광화문 앞의 저 도로도 훤히 보이는데.....

 

 

 

도착지인 창의문이다. 북소문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들은 자하문紫霞門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의문에서 시작해서 숙정문으로 내려온다. 근데 창의문에서 시작되는 성곽은 굉장히 가파르다. 계속되는 계단의 연속이다. 어느 여고생들이 창의문에서 시작하는 성곽코스를 탔는데, 오르면서 담임욕, 교감욕, 교장욕을 하더라능....ㅋㅋ 그래서 저 코스를 답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창의문을 도착점으로 해야 그나마 할만하다.

 

 

 

도심에 있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의 문루에는 올라가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숙정문이나 창의문의 문루에는 가 볼 수 있다. 왜란 때 소실되었던 것을 영조가 복원했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도 별 피해없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4대문 4소문중에 원래의 모습이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문이다.

 

 

 

저는 창의문에서 이만 하차를 했지만, 성곽은 창의문에서 다시 시작하여 인왕산 꼭대기로 유유히 꼬리를 흔들며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다음번 성곽 탐방은 벌써 정해졌습니다. 창의문에서 시작해서 인왕산을 올라 치마바위와 선바위를 거쳐 국사당도 보고 사직공원으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 더없이 좋은 산책이었지만, 혼자라서 좀 아쉬웠습니다. 아내랑 산들강이랑 같이 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애들은 기겁을 하겠지만 말이죠.....

 

 

 

 

 

 

1392년 무려 20만명이라는 인원이 동원되어 한양의 울타리를 만듭니다. 그렇게 울타리는 세워지고 600여년간 조선과 우리의 근현대사의 질곡의 시간을 견뎌왔습니다. 그 오랜 세월동안 도성과 도성주위의 여러 공간에 더해진 스토리는 곧 우리의 역사입니다. 즐겁고 유쾌한 역사이기보다는 아프고 절절한 역사가 대부분입니다. 책은 도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은 그 아픈 역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저 우리가 한민족의 후손으로서 일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한양도성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또 현장에서 그것을 확인하는 것에 국한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라 확신한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시작은 돈의문입니다. 김구 주석의 경교장이 나오고 이름도 이상한 붉은 벽돌집 딜쿠샤도 나옵니다. 윤동주문학관과 육상궁, 무계원, 석파정을 거쳐 창의문에 이릅니다. 그리고 숙정문 편에는 밤의 정치가 펼쳐지는 삼청각, 시인 백석과 기생 김영한의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있는 길상사, 만해선생의 북향집 심우장, 성락원, 간송미술관, 그리고 이승만의 돈암장과 이화장, 단종과 정순왕후가 마지막 밤을 보냈다는 청룡사 우화루가 나옵니다.

 

 

 

졸지에 가장 오래된 대문이 되어버린 흥인지문 편에는 중국 귀신을 모신 동묘에서 광장시장, 광희문과 조선신궁 계단, 옛 안기부의 터, 남산 한옥마을 등이 등장하고, 숭례문 편에는 선혜청과 칠패시장, 혼마치 메이지마치라 불리던 명동과 충무로, 3분의 1로 작아진 덕수궁과 영원히 팔린 땅 하비브 하우스, 아관파천의 주인공 러시아공사관 터 등이 등장합니다.

 

 

 

책에 나오는 3대 요정중의 하나였던 삼청각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규모도 어마어마한 일화당이다. 대한민국 룸싸롱 공화국은 이때 부터 생겨난겨??? 지금도 어느 지하의 요정에서는 얼마전 '내부자들' 이라는 영화에서 본, 그런 어마무시한 접대가 이루어지고 있을 거다. 그나저나 저런 곳에서 언니들 불러서 한잔하면 술맛은 제대로 났겠는걸. 

 

 

 

 

남산공원에서 시작하는, 남산으로 올라가고픈 성곽이다. 최근에 쌓은 티가 팍팍 나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 그저 꼬리를 잇는 성곽만으로 반갑다. 이게 밑으로 계속 가서는 숭례문과 연결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에겐 주로 새문이라 불렸다는 서대문인 돈의문. 남대문, 동대문이 2층 누각인데 비해 단층 누각이 고졸해 보인다. 현재 중구 정동의 경향신문 사옥 앞 정동사거리가 돈의문의 터였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전차길 만든다고 총독부가 헐었다. 개노무시키들. 한때 복원 계획이 세워졌으나, 돈이 없어 나가리 되었다. 박원순 시장님. 이거 복원합시다. 예산은 이런데 쓰라고 있는 겁니다. 한 10년이면 되지 않겠어요?? 진짜 부탁드립니다.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유득공이라는 정조시대의 한량은 한양도성을 돌면서 도성 안팎의 풍류를 자주 구경했고, 이것이 멋진 놀이라고 자기가 지은 <경도잡지> 라는 책에 썼습니다. 에밀 부르다레라는 프랑스 철도 기사 냥반은 1901년에 경의선 철도를 놓으러 와서는 놓으라는 철도는 안놓고 한양 도성을 막 돌아다니며 잘 걷는 사람은 하루만에 돌 수 있는데, 그 풍경이 기가 막히더라고, 역시 자기가 지은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이라는 책에 썼습니다.

 

 

 

옛날에 좀 놀아본 사람은 다 엄지척!을 했다던 그 한양 성곽길 투어. 지금해보면??? 지금도 역시나 재미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려있는 도성 안팎의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그 사건들이 일어났던 건축물, 건물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거리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의미있는 산책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