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의 진심을 읽다 : 이정희 <이정희, 다시 시작하는 대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면, 자신과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고 함께 꿈꾸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래야 가치가 생명력을 얻고 발전해간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도 사람들의 조직이 만들어져 그 힘으로 밑바침될 때 가능하다. (p.251)
이제 살 맛 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과거 절대악을 행하던 무리들은 속속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숨어 있는 무리들의 악행 또한 드러나고 있고, 그들에 대한 심판도 머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꼬이고 꼬였던 실타래들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하나하나 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야 제대로 된 나라가 되겠다고 기뻐합니다. 57년 전 419 혁명 후, 혹은 30년 전 6월 항쟁 후에 사람들이 느꼈을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을 때, 아차 싶었습니다. 지난한 세월의 보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고, 또 그렇게 되리라 기대하며 모두 좋아하던 지금, 기억 속에서 전혀 잊혀진, 그러나 마땅히 보상받아야 할 인물의 책을 이제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한 때는 진보의 희망으로도 불렸던 인물이자, 지난 대선에선 그 충심을 넘어선 과격함으로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욕을 먹기도 했으며, 2014년 연말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사건으로 우리의 기억속에서, 관심속에서 사라져버린 정치인 이정희의 책입니다. 저도 그의 똑부러짐에 매료되었고 그리고 이뿌다 그가 걸어온 순탄히 않은 여정에 응원을 보냈더랬습니다. 그렇기에 지난 2년의 근황과 새로운 시대가 된 지금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책은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과 그 후 내란죄로 당이 해산되는 과정을 덤덤하게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진보정치'에 실망을 안겨준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통렬한 반성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진보정치가 지향해야할 바에 대해서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이제 종북이라는 딱지를 떼어낸 진정한 진보에 대한 그의 솔직한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어렵게 꺼낸 말도 한국 사회는 제대로 듣지 않았다. 민중들에게 '목소리'를 찾아주고 그 말을 한국 사회가 제대로 듣게 하는 것이 근본적 입장을 견지한 진보정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p.128)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인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찾아주고, 청소년들의 노동과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노동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이를 우리 사회가, 국가가 마음을 담아 듣게 하여 모두가 제대로 대우받고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 새로운 시대에 진보정치의 할 일은 아직 무궁무진해 보입니다.
더 이상 사람을 태우기 힘들 정도인 만원 버스가, 정류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도 더 이상 태우지 않고 버스에 탄 사람들이 조금 더 일찍 가게 하는 것이 보수이고, 버스에 탄 사람들이 조금씩 양보하여 정류장에 기다리던 모든 사람을 태우고 함께 가는 것이 진보라고 배웠습니다.
이정희 대표가 정당의 수장으로 혹은 국회위원이라는 정치인으로 다시 등장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맨 서두에 적은 것처럼 낮은 곳에서 비슷한 꿈을 꾸는 이들과 함께 간다는 진보정치의 진심을 말하고 또 강조하는 걸 보면 분명한 건 머지않아 우리 곁에 다시 쨘~~ 하고 나타날 겁니다. 그러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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