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선고가 나오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패소한 이유에 대해 "설득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뻔뻔스러움이나 몰염치함이 부족하여 여러분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미 사형 선고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저의 방식대로 변명한 데 대하여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비굴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살아남기보다는 저의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문구를 읽으면서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1974년 박정희 정권에 반대하며 투쟁하다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던 재학생 김병곤(당시 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은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당당히 외쳤습니다.
"영광입니다. 저는 유신 치하에서 생명을 잃고 삶의 길을 빼앗긴 민중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걱정하던 차에 이 젊음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병곤의 이 발언은 자신에게 선고를 내린 재판부에 바치는 감사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민청학련 사건'과 재판을 주시하던 국민에게 바치는 헌사였습니다. 김병곤은 민주화 운동을 계속하다가 중병에 걸려 3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365쪽)
김병곤 열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우리 고장 출신입니다. 해반천을 따라 내려가면 열사의 추모 조형물도 있습니다. 김병곤 열사가 자기 동네 (김해시 한림면 퇴은마을) 출신이라면서 추모회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앞장서는 후배가 있어서 열사의 일이라면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대충 목차만 훑고 놔둔 열사의 평전도 읽어야겠습니다.
1. 대의를 위해서라면 폭력은 정당한가? (9장 시민불복종)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해 미국의 브라운이라는 냥반은 노예 사냥꾼을 죽이고 병기창을 털었다. 그는 사형당했다. 소로는 브라운을 지지하는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을 썼다. 말콤 엑스는 방어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약산과 백범은 대의를 위해 일본인들을 '살해'했다.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한국의 민주화 운동도 폭력을 동원했다. 화염병을 던지고 건물을 점거했다. 1985년 김민석은 미국문화원을 점거했으며, 1989년 정청래는 미국대사관저를 점거하고 농성했다. (409쪽 인용)
2.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 라고 말했나? (8장 악법도 법인가)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국법을 존중했고 국법에 따른 자신의 재판 절차 역시 존중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내려진 배심원들의 판결은 말도 안되는 것이며 승복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악법도 법이다. 그러니 준수하라." 라는 건 예전 한때 국가가 개인보다 위에 있을 시절에 만든 개구라다. (378쪽 인용)
3. 나의 권리를 위해 국가와 적극적으로 싸워야하나? (7장 권리)
조봉암은 이승만의 경쟁자라는 이유로 1958년 간첩으로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이듬해 교수형에 처해졌다. 2011년 재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 사건으로 기소된 여덟 명은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1975년 4월 9일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하고 1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집행했다. 2007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저자는 '사법살인'의 예로 이 사건들을 들었다.
"시민이 자기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의무다."라고 예링이라는 냥반이 말했다. 조국 교수가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339쪽 인용)
4.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6장 자유)
양넘들은 마약 판매는 처벌하지만 마약 복용은 처벌하지 않는다. 내가 내 몸을 해치는 일은 나라가 벌할 수 없다고. 울나라는 대마를 피면 철컥철컥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은 성매매가 합법이다.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성판매자와 구매자는 죄가 없지만, 포주는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나라는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포주도 모두 처벌된다. (291쪽 인용)
5. 기본소득은 꼭 필요한가? (5장 소수자 보호와 사법통제)
룰라의 브라질 정부는 2010년 브라질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직불카드로 지급했다. 아동이 학교에 다닌다는 조건 하에. 여성 가장에게 줬다. 남자에게 주면 그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이 결과 약 2000만 명이 극빈 상태에서 벗어났고, 약 3000만 명이 저소득층이 중산층이 되었다. (224쪽 인용)
6. 벌을 세게 주면 범죄는 줄어들까? (4장 죄형법정주의)
예전 유럽에서 사형 집행을 하는 광장에서 소매치기가 흔했다고 한다. 요즘 살인범들도 그렇다. 아무 생각이 없었거나 절대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범죄를 안 저지르게 하려면 '잔혹한 형벌'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잡혀서 벌을 받는다' 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형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193쪽 인용)
7. 추첨으로 대표자를 뽑는 건 말도 안되는가? (1장 사회계약)
고대 아테네에서는 1000개 이상의 관직 대부분을 추첨으로 뽑았다. 현대 아일랜드에서는 개헌을 위해 정당에서 지명한 의원 33명, 추첨으로 선발한 시민 66명, 그리고 정부가 임명한 의장 1 명 등 총 100으로 구성된 헌법회의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2013년 녹색당은 추첨을 통해 대의원을 선출했다.
추첨으로 뽑힌 보통 사람들의 능력이나 판단력을 어떻게 믿느냐고? 그 똑똑하다는 사람을 모아놓은 국회는 왜 이 모양인가? 똑똑한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똑똑한 사람을 만들고 좋은 사회를 만든다. (53쪽 인용)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라. 그것이 곧 공동체의 의무다.
군인들이 힘이 제일 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군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정원이나 그 비슷한 일들을 하는 경찰들이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검찰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지만 곧 망할 겁니다. 판사들도 함께요. 그 다음은 언론입니다. 언론까지 바로 잡으면 평범한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 되어있겠이죠.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의 존엄입니다. 국가, 사회, 법 같은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개인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까, 개인의 권리와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그렇게 되려면 법과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뭐 이런 어려운 이야기가 잔뜩 있습니다.
인상적이 구절이 여럿 있지만 예링의 말은 곱씹을 만 합니다. 자기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국가나 집단의 횡포에 민첩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일상에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라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조국 교수의 투쟁은 본인과 가족을 위해서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마을교육공동체 조례 폐지 반대 집회에 죽창을 들고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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