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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야기

우리나라 무협 만화의 최고 걸작 : 문정후의 용비불패

by Keaton Kim 2016. 6. 18.

 

 

 

우리나라 무협 만화의 최고 걸작 : 문정후의 용비불패

 

 

 

무협

 

 

무술과 협의를 소재로 삼는 문화 장르의 하나로 소설, 영화, 만화로 많은 작품이 있다. 주인공의 역경과 기연이 교차하는 성장, 그를 지지하고 이끌어주는 매력적인 여성의 존재, 일신을 희생하여 대의를 성취하는 결말 등등 남성들의 보편적인 낭만을 가장 잘 집대성한 장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나무위키

 

 

 

음.... 그러니까 한마디로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이야기네요. 맞습니다. 남자치고 그 로망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정파와 사파, 소림사, 무림맹과 개방, 마교와 혈교 등의 문파에서 금강불괴, 신검합일, 주화입마, 허공섭물 같은 용어와 무림 8대 기보 같은 자신만의 무기 등등, 한 때 무협의 세계에 들어선 남자들에겐 기억의 저편에에 항상 웅크리고 있는 낱말들입니다. 그 중에서 나는 주인공이 다 죽어갈 때 마지막 방법으로 시전되는 음양합일신공 같은 게 제일 끌리더라....핡핡핡 

 

 

 

저도 이 로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억을 돌이켜 보면, 본격적으로 무협물에 발을 들인 건 아마도 김용의 '영웅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직도 '구음진경'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있는 걸 보면 그 시절의 감동이란 어마무시 했을 겁니다. 중학시절의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보려 서른이 넘어 사조영웅전을 사서 읽었는데, 너무나 시시하더라능.....

 

 

 

그 후 만화방에서 무협 만화는 소년의 로망이 되었습니다. 이재학의 추혼시리즈와 황성, 천제황, 하승남, 사마달과 같은 작가의 무협만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늦어 만화방에서 다 보지 못한 만화는 급기야 빌려서 집으로 가져오기 시작했고, 그러다 들켜서 부모님께 혼나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천하 제일의 무공비급을 손에 넣고, 피나는 수련을 통해 중원의 일인자가 되고 나쁜 넘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무협 만화의 재미는, 부모님의 야단 따위는 한번 맞고 말지...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재학 선생의 추혼십삼절이다. 중고등 시절에 읽었던 무협 만화들은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추혼시리즈는 아직 선명하다. 주인공 추공과 가연, 그리고 사망동....ㅎㅎㅎ 십사절, 십오절, 십육절로 올라갈수록 추공의 무공은 더욱 상승하게 되고.... 스토리 자체도 단순히 권선징악 이상의 그 무언가가 있었다. 저 만화들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 때 만큼 재미가 있을까?? 사실 그것도 좀 궁금하기도 하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ldgmmq/220687028433

 

 

 

그 뒤로 머리가 커지고 나서는 무협물에서 졸업을 했습니다. 화산파나 무형검, 간장과 막야, 천라지망 혹은 천룡팔부 따위에 붙들려 있기에는 더 재미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한 동안 잊고 살다가 권가야 선생의 만화를 보았습니다. 이런~~ 이건 내가 옛날에 보던 그 무협 만화가 아니잖어!! '해와달', 그리고 '남자이야기'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완전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무협이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 하지만 박흥용 선생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도 기존의 협객 만화와는 완전히 다른, 독특한 그림체와 개인의 성장이야기가 역사속의 사실과 잘 버무러져 몇번씩 봐도 새록새록한 만화입니다.

 

 

 

남자에겐 남자만의 이야기가 있다. 진정한 남자들의 뜨거운 이야기.... 크~~~ 완전 간지 작렬이다. 철기맹과 구륜교, 그리고 대도오. 완전히 새로운 스퇄의 무협 만화다. 원작은 좌백의 '대도오'. 원작을 읽어봐야겠다능 생각이 확실히 들 정도의 신개념 무협이다.

 

 

 

첩의 자식으로, 출생의 한을 칼로 풀어낸다. 개인의 소외와 일탈과 자유, 깨달음 같은 주제가 등장하는 만화같지 않은 만화다. 황정민이 주연하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제목은 엄연히 다르다. 만화는 제목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다.

 

 

 

서두가 좀 길었습니다. 그리고 '용비불패'입니다. 우리 무협 만화의 자존심이라 불립니다. 일단 정통 무협의 정도를 갑니다. 무림 열두존자가 나오고 무림맹이 나오고 마교도 나옵니다. 스토리도 죽입니다. 그림의 퀄러티? 이건 만화를 직접 봐야 합니다. 그림에 있어서 이 만화와 견줄만한 작품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배가본드' 정도밖에 떠오르질 않네요.

 

 

 

그리고 웃겨줄 땐 확실히 웃겨줍니다. 이 코믹이야 말로 전체적으로 무겁고 진지한 스토리라인을 경쾌하고 가볍게 해 줍니다. 히로인도 물론 나옵니다. 그녀가 가진 무공은 천하오절에 꼽히며 미모는 절세가인입니다. 주인공은 물론 '용비'이지만, 주인공 못지 않은 주변 인물들의 굉장히 개성있는 캐릭터가, 인물 하나 소개에 한바닥을 써야 될 정도로 펄떡펄떡 살아있습니다.

 

 

 

1권의 표지모델은 주인공 '용비', 그리고 2권은 용비의 라이벌인 '구휘'이다. 용비는 흑색창기병대의 대장 출신으로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데, 평소엔 여자와 돈에 환장하는 캐릭터이다. 특이하게도 칼이나 검이 아닌 봉을 사용한 '흑색창연환칠식'이라는 무공을 사용한다. 용비불패의 주된 내용은 대장군부의 살인귀로 사육당한 주인공 '용비'의 '잃어버린 자아 찾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개성으로 보자면 용비를 뛰어넘는 '천잔왕 구휘'다. 자칭 중원 최고의 무공 '칠보흑풍권'을 자랑한다. 지입으로 중원에서 세손꾸락 안에 든다고 하는데, 실제 만화에서봐도 그럴 것 같다. 최고의 살수집단 '사흑련'의 대빵이나 우리 편인지 나쁜 편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 만화의 매력 중의 하나인데, 용비는 우리편, 용비에게 맞서는 넘은 나쁜 편의 구분이란게 완전히 없다. 심지어 주인공 용비도 나쁜 넘 캐릭터가 종종 나온다. 완전 나쁜 넘은 마교.... 정도다.

 

 

 

빙옥선제 홍예몽, 파양신군 천제양, 마교의 주교중의 하나인 잔월대마, 대장군 육진강 등 비중이 높고 나름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상당하다. 그 중에서도 적 기마족의 '왕야'는 몇장면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카리스마가 엄청나다. 그가 내뱉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다 왕간지이다. 아수라같은 전쟁속에서 대장군의 계략에 빠져 죽을 위기의 용비를 구한다. 진정한 왕의 위엄이 느껴진다.

 

 

 

'용비불패'가 금은보화가 가득한 황금성과 최고의 무기인 뢰신청룡검을 둘러싸고 용비와 무림맹의 여러 분파, 그리고 마교와의 한바탕 싸움이라면 '용비불패 외전'은 다분히 용비와 대장군 육진강의 대결로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하나의 또 다른 스토리로 훌륭하다.

 

 

 

흔히 용비불패의 라이벌이라고 하면 '열혈강호'를 꼽는다. 열혈강호는 무려 20여년전 부터 연재되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인기도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완결까지는 아직도 10년은 더 가야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러나 작품성으로 평가하면 단연 용비불패가 넘사벽이다. 문정후 선생의 '고수' 라는 작품이 현재 웹툰에 연재되고 있는데, 물론 훌륭하지만, 용비불패의 매니아로서 웬지 아쉽다. 내용으로 봐서는 마교의 전면 출현으로 '용비불패 2'를 그려보면 어떨까.... 열혈 독자의 바램이다.

 

 

 

'약관의 나이에 이미 정파 오무제의 한 명으로 등극한 여걸이 있는가 하면 하늘이 내려준 무골 천잔왕 구휘, 거기다 이전가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젊은 고수가 불쑥 등장해 천하인들의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외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기인, 괴협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존재하는 곳, 그것이 바로 이 '강호' 라는 곳이다.'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 용비불패의 마지막 장면이다. 지금의 현실은 "인터넷의 세계는 넓고 고수는 무지 많다"가 되겠다.

 

 

 

천하의 무공비급을 얻어 중원을 평정하리라는 소년의 낭만은, 밥벌이 지겨움에 밀려 이제 그 자취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용비불패'는 무협이라는 로망을 사십 중반에 다시 불지른 작품입니다. 밥벌이의 무거움에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시대의 모든 남자들에게 소년이 가졌던 그 푸르른 낭만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킬 한국 무협 만화의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