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쓸 것.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 숭례문학당 <글쓰기로 나를 찾다>
학당에서 펴낸 책 <책으로 다시 살다>를 읽었더랬다. 부제가 '함께 읽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 이다. 책읽기로 인생을 바꾸었거나 바꾸어 가고 있는 스물 다섯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번엔 '쓰기'다. <글쓰기로 나를 찾다>의 부제는 '함께 쓰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이다. 당연히 글쓰기로 인생이 달라졌거나 달라져 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내 나이 쉰셋, 인생 전반기의 비탈길에 서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새로운 인생 후반기의 도전과 마주할 것이다. 어떤 길을 걸어갈지 아직 잘 모르지만, 글쓰기는 후반부 인생을 풍부하게 해줄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제 타인으로부터의 배움을 줄이고 내 생각을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다. 글쓰기는 이런 목적에 가장 적합한 도구이다. 그러므로 나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들어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p.33 황명구)
나는 글을 쓰면서 비로소 행복해졌다. 작가가 되려는 것도, 멋지게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최종 목표는 아니다. 그저 나를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나를 찾기 위해서 오늘도 글을 쓴다. (p.100 김승호)
나탈리 골드버스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보면, 규격화된 쓰기보다는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글쓰기를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매일 창조적인 쓰기 습관을 배웠다. 또 서민 교수는 매년 100권의 독서와 10년 이상 글쓰기가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며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134 홍도의)
이전까지는 어머니와의 불화와 화해에 대해 글로 써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냥 마음속으로 다 끝난 일이라고, 나는 이제 괜찮다고만 생각했었다. '치유 글쓰기 모임' 덕분에 내 인생의 한 자락을 글로 정리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낭독하는 모임을 통해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고 후련함도 맛보았다. 이제는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쓰는 것이 두렵지 않다. (p.189 김선화)
숭례문학당에 발을 담근지 2년이 되어간다. <책으로 다시 살다>는 감동이었다. 저렇게 책으로 인생을 바꾼 이들은 누굴까 라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학당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얼굴을 내밀은 덕에 책과 글쓰기가 삶의 원동력이 된 여러 사람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로 나를 찾다>의 저자들은 함께 공부한 이도 있고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도 있다. 이 책에 정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다. 저자의 소개도 참 재미있다. 실제로 글보다 약력에 더 눈길이 간다. 몇 개의 문장으로 개인을 표현하는 매력이 있다.
정은정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보살피는 엄마 역할이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다. 읽고 쓰는 행위가 나를 가장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어디 읽고 쓸 일이 없는지 기웃거리고 있다. 현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독서토론, 논술을 지도하고 있다. 가끔 성인과의 독서토론 모임과 글쓰기 코칭도 하며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p.42)
지영아 공대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 입사해 수치를 중시하는 세상에 살던 중 숭례문학당을 만났다. 글을 쓰면 마음이 편해지고, 책을 읽으면 마음에 힘이 생겼다. 읽고 쓰는 삶에 이끌려 과감히 직장을 포기. 일주일에 4일은 책을 읽고, 3일은 일을 하는 반자유인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 600일째 매일 글을 쓰고 있으며, 서평 집중 조교, 소소한 이야기 모임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글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다. (p. 61)
김수환 20대 초반부터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7년 동안 헤맨 결과가 '글쓰기와 책'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 어드덧 서른 살이 되어버린 청년이자 독서토론 강사. 문학, 영화 비평가와 에세이스트를 꿈꾸며 숭례문학당 동료들과 글쓰기와 책 관련 모임을 가지며 내공을 쌓고 있다. (p.92)
김혜정 호기심이 많아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역할극이 끝나지 않아 몸은 매여 있지만 읽고 쓰며 활개를 폈다. 최근에는 망설이던 그림을 시작했다. 출판의 기회를 준 100일 글쓰기 프로그램에도 다시 참여하고 있다. 다이어트에 끝이 없듯, 나의 담금질도 현재 진행형이다. (p.207)
권용균 정신없이 살다 뒤를 돌아보니 '나'라는 허상을 발견했다. 허우적대며 소설을 읽기 시작하자 빠져나올 수 없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다. 추천해 주는 대로 읽고, 떠오르는 대로 쓰면서 이제는 '자아'라는 게 뭔지 조금씩 깨달아 간다. 직장에 있는 시간 외에 남은 시간은 모조리 글에 쏟아붓는 중이다. (p.232)
'글쓰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의 프로필을 읽으면서 나의 약력을 나도 모르게 머리속에 그리고 있다.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단 몇 줄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내 인생이 서글프다. 저자들의 약력에 관심을 더 보이는 나를 가만히 살펴보니 그 근원은 '부러움'이다. 자신의 글이 책이 되는 기적을 맛보는 동지들에 대한 부러움 말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 깨달았는데, 나와 함께 공부하던 동지들이 책을 내었다는 부러움 이외에 또다른 부러움이 있었다. 그것은 책의 저자들에게는 '꿈'이 있다는 점이다. 글쓰기로 인생의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구절구절 묻어나왔다. 아~ 나는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그들의 믿음과 의지가 부러웠구나.
'글쓰기로 나를 바꾼다'는 거창한 목표 따위는 없었다. 바꿀수 있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내 글쓰기의 목적은 단지 '기록과 기억'이다. 램에 담으면 좋겠으나, 이제 그럴 수 없으니 생각날 때 꺼내 볼려고 외장하드에 저장한다. 그것이 목적이니, 아직 남에게 보여주지도 평가받지도 않은, 그저 내가 읽고 내가 만족하는, 순수하지만 우물 속 하늘같은 글이다.
이젠 나도 좀 더 구체적이고도 큰 목표를 세워도 좋겠다. 글쓰기로 내 인생을 바꿔보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좋다. 어떻게 바꿀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쓰다보면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선은 여태 해 온 것보다 더 열심히 쓸 것. 그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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