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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나는 이런 책도 읽어 봤다 :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by Keaton Kim 2017. 4. 1.

 

 

 

나는 이런 책도 읽어 봤다 :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혹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책읽기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으며, 어떻게 읽고 있으며, 얼만큼 읽고 있으며, 언제 읽으며,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은 무엇이며, 어떤 책을 권하고, 읽고 난 감상을 어떤 식으로 정리하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주위에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이런 것들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뭐, 아마추어들의 재잘거림입니다.

 

 

 

근데, 아주 고수들은 어떨까요?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 라는 코너가 있는데, 울나라 거의 모든 방면의 명사들이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와 책 이야기를 합니다. 표창원 아자씨의 내 인생의 책을 한번 들여다 볼까요? <죄와 벌>, <허클베리 핀의 모험>, <데미안>, <개미>, <세계의 모든 신화>를 꼽았습니다.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는 <양철북>, <사랑이 달리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종횡무진 한국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의 책을 추천했습니다. 가끔 들어가서 읽어보는데, 아주 가끔 참고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책에 관한 한 당대의 최고수가 있습니다. 저자인 타치바나 다카시입니다. 롤의 세계에서 페이커에 비유할 만 합니다. 1940년 생이니 벌써 할배군요. 이 할배는 굉장한 다독가로 유명하지만, 또 엄청나게 많은 책도 많이 썼습니다. 그것도 전혀 다른 분야의 책들을요. 한번 볼까요? <일본공산당연구>, <원숭이학의 현재>, <뇌사>, <다나카 카쿠에이 연구>, <정신과 물질>, <지의 정원>, <우주로부터의 귀환> 등, 한권이 보통 한 인간이 평생을 바쳐서 연구해야 할 전문분야의 책들입니다.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1995년>와 <내가 읽은 재미있는 책, 재미없는 책 그리고 나의 대량독서술, 경이의 속독술 - 2001년>, 두 권의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절정 고수가 생각하는 책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읽을 것이며, 책과 더불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몇가지 주의를 끄는 그의 생각과 주장에 대해 적어봅니다.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마라

 

 

한 권의 책을 쓰려고 하면 그는 1M 정도의 높이가 되는 책을 산다고 합니다. 책은 지의 총체입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책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비해 책 값은 아주 싼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을 통해 그 정보를 얻어려고 한다면 책 값의 몇 배를 들여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테마에 대해 비슷한 책 여러권을 읽어라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말고 책을 사라고 강변합니다. 아낄 돈조차 없다.

 

 

 

논픽션을 무시하지 마라

 

 

오직 순수 문학만이 고결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자도 그랬댑니다. 문학은 고급 문화이고 논픽션은 저급 문화라는 고정관념을 깨수부면서 그의 독서량은 더욱 방대해지고 사회의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양질의 논픽션에서 나오는 압도적 박력으로 인해,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문학을 멀리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오오~~ 정말?

 

 

 

속독도 중요하다

 

 

그가 첫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입니다. 이 할배는 앞으로 남아 있는 책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슬퍼하는 인간입니다. 읽을 책은 많고, 읽고는 싶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쓰레기 같은 책도 꽤 있기 때문에 이에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이런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의 책 빨리 읽는 법을 만듭니다. 일단 속독으로 선행 독서를 하고, 그 후 책을 추려 정독한다면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주장은 매력적입니다. 난 남는 게 시간인데....

 

 

 

두껍고 지루한 책은 과감히 덮어라

 

 

예전에는 책의 내용을 모두 아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몇번의 클릭으로 웬만한 정보는 다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단순 정보를 읽는데 몇 시간이 들거나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가볍게 가볍게, 그러면서도 넓게 넓게 지식의 세계를 유랑하는 것......  저자가 말하는 독서법의 핵심입니다. 난 아무 책이나 과감히 덮는다.

 

 

 

서평은 그 책의 읽을 만한 가치에 대해 쓰는 것

 

 

그는 서평다운 서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평다운 서평이란 어떤 책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주 그럴듯한 평가를 뽐내듯 늘어놓은 글을 말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서평이란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가치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을 끌어내어 독자에게 전해주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동그라미와 곱표로 표기하는 것도 생각해 봤다고 합니다. 서평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참고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제시합니다. 음.... 그런가???

 

 

 

돈을 아끼지 않고, 한 분야의 책을 기본적으로 수십권씩 사는 저자가, 순전히 책 둘 곳을 마련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 바로 고양이 빌딩이다. 위의 사진은 책에도 나와 있는 고양이 빌딩의 내부 모습을 유명한 무대 미술가인 세노 갓파의 손으로 그린 것이다. 이 분이 고양이 빌딩의 고양이도 그렸다.

 

 

 

위의 일러스트의 실제는 이렇다. 여기에서 저자는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잠도 자고... 밥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인데 2층은 비서의 작업실이다. 오로지 책과 가까이 있고픈 저자의 욕구가 충만한 공간이다.

 

 

 

저 짜투리 공간에, 공간의 활용이며 형태며 외벽의 저 고양이하며.... 그저 놀랍다. 실제로 고양이 빌딩을 구글링 해보면 저 집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다는 거다. 책에 이 빌딩을 짓는 과정이 좀 상세하게 나오는데, 꽤 재미가 있다.

 

고양이 빌딩 사진을 구하는데, 꽤 눈에 익은 블로거가 나왔다. 바로 본본 구본준 기자의 블로그였다. 참 오랜만에 그의 블로그 여기저기를 들락거렸다.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의 블로그는 언제까지나 나를 부를 것이다.

 

사진 출처 : http://blog.hani.co.kr/bonbon/37059

 

 

 

그가 책읽기와 글쓰기의 최절정 고수임에는 틀림없으나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그의 생각이나 주장, 그리고 그가 말하는 책들이 그리 살갑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방식은 범인이 따라하기에는 너무나 높은 곳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데 저자는 허공답보를 구사하고 있으니.... 그럼에도 고수의 절정 무공 한 수를 살짝 엿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덤으로 나오는 비서를 뽑는 방법과 출판 문화를 지탱하는 소규모 출판사 등의 읽을 거리도 꽤 쏠쏠합니다.

 

 

 

나는 책이란 만인의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을 나왔건 나오지 않았건, 일생 동안 책이라는 대학을 계속 다니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이라는 대학에 지속적으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니고 있다. 때로는 책이라는 대학의 한가운데를 하염없이 거닐거나, 노는 기분으로 긴장을 늦추는 행동을 다양하게 취해 보면서 공부를 해 왔다. (p.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