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책을 즐길 뿐이다. 인생의 책 따윈 없다. : 어수웅의 탐독
나에게 책은 도락道樂이다.
시간을 들여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면, 저에게 취미는 역시 책입니다. 밥벌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죠...)
좋아하고 즐기는 것인가? 에 대한 대답은... 요즘은 글쎄요??? 입니다. 이전엔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었습니다. 그래서 무한 감응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읽기 싫어도 읽어야 될 책이 꽤 있습니다. 저의 책 선정 기준으로는 "아니 머 이런 책까지!!...." 싶은 책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책 읽는 재미는 좀 줄었지만, 대신 아니 머 이런 책까지!! 하는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으로 옳고 그름이 명확해진다.
여하간, 저에게 책은 그야 말로 취미입니다. 재미있으니까 읽습니다. 읽다 보니 지식도 남보다 좀 늘었습니다. 음... 아는 척 하기 딱 좋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책을 읽음으로 옳고 그름의 기준이 명확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고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의식의 고착화라는 부작용에 빠지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전환 시대의 논리', '대화' 와 같은 리영희 선생의 책들, 조정래 작가의 현대사 3부작, 황석영 선생의 소설들, '토지'. '혼불' 같은 대하소설들이 그렇습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생각과 시대의 흐름을 정리해주는 책입니다. 구본준 기자와 이용재 선생의 건축책, 김용택 선생의 서정적인 책들, '오 한강'을 비롯한 허영만 선생의 책과 '고우영의 삼국지'의 고우영 선생의 만화책들, 슬램덩크, 터치, 몬스터, 벡, 크라잉 프리맨, 시마과장등의 일본 대표 만화책들..... 머, 꼽자면 수도 없지만, 내 삶에 손톱만큼이라도 영향을 끼친, 퍼뜩 머리속을 지나가는 책들입니다.
"나를 바꾼 책, 내가 바꾼 삶" 이라는 주제로 조선일보 기자인 작가가 10명의 예술가에게 인생의 책을 묻습니다. 책에 소개된 책과 인터뷰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소설가 김영하.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2.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 프란츠 카프카 <심판>
3. 소설가 정유정. 켄 키지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4. 소설가 김중혁.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5.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
6. 영화감독 김대우.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스>
7. 소설가 은희경. 아고코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8. 사회학자 송호근. 유길준 <서유견문>
9. 무용가 안은미. 박용구 <어깨동무라야 살아남는다>
10 요리 연구가 문성희.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내가 모르는 훌륭한 건축물들이 무지~~ 많듯이 내가 모르는 훌륭한 책들이 무지~~ 많습니다. 그런 훌륭한 책들이 인터뷰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훔쳐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나한테도 같은 의미로 다가올까? 라는 기대가 부풀어지는 책도 있습니다. 그런 책은 당연히 나의 구매 목록에 올려 놓습니다.
위인 10인의 인생을 바꾼 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입니다. 어떤 책이 꼽혔을까가 궁금했지만 책은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가에 관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 자체의 품격도 중요하지만, 그 책이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가 더 의미있다는 얘기입니다. 톨스토이보단 고우영이, 헤밍웨이보단 우라사와 나오키가 저에게는 더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느 순간 마주친 한 권의 책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는 이를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시간과 공간이 운명적으로 만나야 그런 경우가 생기는 것이고, 대부분의 필부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책이 모두 인생의 책이 될 수도 없습니다. 재미가 있어서 보는 책도 있고, 외로워서 보는 책도 있고, 삶의 본보기를 보여 주는 책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드는 아주 작은 요소가 됩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도 서두에서 말한 저 책들이 분명히 기초가 되었습니다. 탐독 안에 소개된 책들 중에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작은 밀알이 될 책이 아마도 있을 겁니다. 그것으로 이 책은 충분합니다.
'책을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 이렇게는 말할 수 없을지 몰라도, 생각을 조금씩 바뀌게 해 줘요. 한꺼번에 바뀌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p.136 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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