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숭례문학당 : 신기수 김민영 윤석윤 조현행의 이젠, 함께 읽기다
아직, 이 공간이 낯설고 부자연스럽습니다. 제법 분위기에 익숙해 질 만도 한데, 여전히 공기는 까칠하고 선생님의 눈빛은 언제나 예사롭지 않습니다. 옆자리에 앉아 같이 배우는 이는 육갑자의 내공으로 사자후를 내뿜습니다. 여기야말로 경쟁없는 공동체라 머리속으로 생각하지만, 때론 좀 위축될 때가 있습니다. 나를 숨기고 튀어나온 가시를 자르는데 익숙해진 나는, 나의 저 밑바닥까지 드러내야 하는 이 공간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바로 숭례문학당 이야기입니다.
숭.례.문.학.당. 예전부터 명성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모임을 통해 사촌동생 소연이가 '책으로 다시 살다' 라는 책의 공저로, 동생의 글이 책으로 나오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면서 학당의 블로그와, 그리고 이 학당에서 내공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곤,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나도 학당에 합류할꺼야....' 라고 맘 먹었더랬습니다.
서울 생활에 적응하느라, 웬지 나와는 다른 이들이 득실거릴 거라는 생각에, 내 맘에 쏙 드는 강의가 없다능...... 그리고 그 밖에 스무가지도 넘는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일단 한발만 슬쩍 담가보기로 했습니다. 머, 여차하면 금방이라도 뺄 요량으로.
숭례문학당의 내부 모습이다. 몇평이라는 숫자로 보면 좁디좁은 공간인데, 실제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간의 확장성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는 정말 다양한 인간이 다양한 생각을 토해낸다. 그 다양하기만한 사람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학당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그래서 어떨 땐 부흥회?의 열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긴, 여기의 대장이 당주님이니....ㅋㅋㅋ 당주님도 당주님이지만, 빙옥선제 홍예몽의 카리스마가 사실상 학당을 이끌어나간다. 여긴, 꽤 매력있는 공간이다.
사진은 숭학당 공식 티스토리에서 퍼왔다 : http://maehok.tistory.com/
나름 다양한 방면의 독서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학, 역사, 인문, 여행, 건축과 사회과학서적까지.... 그러나 그 방면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읽었습니다. 학당에서 권하는 책은 나에게 '낯선 책' 이었습니다. 읽기가 말 그대로 낯설었습니다. <이젠 함께 읽기다> 이 책에서는 다른 사람이 권하는 책을 함께 토론함으로써 이 낯선 책읽기에서 즐거운 책읽기로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학문의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해보니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읽기를 강조합니다. 제목을 봐라! 제목을. 혼자 읽는 것 보다 함께 읽는 즐거움과 재미를 실제 숭례문학당 현장에서 일어났던 생생한 체험을 통해 들려줍니다. 그리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숭례문학당의 원대한 꿈도 실려 있습니다.
숭례문학당의 존재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이 때,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임꺽정과 홍길동이 새로운 공동체와 이상사회를 꿈꿨듯이, 숭례문학당도 그런 꿈을 꾸고 있다. 숭학당이 활빈당의 현재적 재현이라는 농담은 그렇게 나왔다. - p.277 맺음말 중에서
4명의 지은이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신기수는 숭례문학당 당주이시고 김민영은 빙옥선제 홍예몽의 카리스마다. 나머지 두분은 아직 못뵀다. 발을 계속 담그고 있음 만나지겠지. 언젠가 빙옥선제 앞에서 이 책을 혹평했다. 이 책의 저자앞에서. 핡핡핡...... 오기였나? 그런건 아닌것 같고. 나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그 때 "잊어주세여^^" 라고 말씀드렸지만, 지금 생각해도 좀 부끄럽다. 너그러운 아량으로 '못난이의 치기'로 받아주셨으면 한다.
책을 읽는 것은 저에게는 '도락道樂' 입니다. 나 혼자만의 즐거움입니다. 내가 느낀 것은 다른 이에게 이야기하지도 않았습니다. 남이 어떻게 읽었는지는 가끔 궁금해서 인터넷속의 블로그에 접속해보기도 하지만, 그렇구나 라고 느낄 뿐입니다. 피드백이 없는 일방향의 독서입니다. 남들과 함께 읽는다는 개념과 경험이 없었습니다. 아직 '함께 읽기'의 즐거움은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좀 더 나아가 '함께 읽기'에서 '함께 쓰기'로 확장하고픈 욕구도 있습니다. 당분간 숭례문학당과 가깝게 지내야 할 이유입니다.
슬쩍 담간 한발이 자의로 타의로 조금씩 깊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나에겐 시간이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서울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부담없이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연습도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온 몸이 흠뻑 잠길지도 모르죠.
혹시 아나요? 십년쯤 지나면 낙동강학당의 당주가 되어있을지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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