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의 불온서적에 대한 서평 : 이재익 김훈종 이승훈의 빨간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우린 모두 끝없는 우주를 여행하는 별이다. 타인들로 가득한 까마득한 암흑 속에서, 타인이 아닌 의미 있는 별을 만나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1에다 0을 33개나 붙인 수를 분모로 하고 분자를 1로 한 확률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나, 이제 그 힘겨운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정조어찰집>
정조와 정조의 정적?까지는 아니지만 노론 벽파의 괴수 심환지와의 밀당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사>
고려자기의 그 선은 민중의 창자가 주린 선이며 민족 혼이 고민하는 선이며 피라미드를 보며 그 장관에 감탄만 할 게 아니라 그 시절 피라미드를 쌓기 위해 흘린 수많은 이집트인들의 피와 땀을 봐야 한다는 함석헌 선생의 일갈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읽고 나면 그 곳에 가고 싶어지는 여행기. 여행기를 쓴 필자와 함께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여행기.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불우한 유년과 가난, 그리고 80년대 지식인이라면 감지할 수밖에 없는 죄의식을 누구보다 강렬하게 느낀, 송곳보다 날카로운 감수성.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평일엔 회식에 찌들어 새벽에나 기어 들어가고 주말엔 밀린 잠 보충한답시고 하루 온종일 이불 속에서 미적거리다 다시 출근길에 나서는 우리들. 아이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식구라는 말이 무색하게 하루 한끼도 같이 먹지 못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슬퍼진다. 그런 우리들에게 필요한 책.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인간은 모두 죽는다>
인생의 모든 의미는 생의 유한함에서 기인한다. 그렇댄다. 주인공은 우연히 불사약을 구하게 되어 불멸의 존재가 되었으나 그것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권태로운 인간이 되어버렸다. 천송이를 만나야 되나???
파울 프리샤우어의 <세계풍속사>
섹스의 자유는 삶의 기쁨을 전례 없이 증대시킬 수 있으며 심화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이 보다 잘 사랑하는 재주를 알고 있으면 우리들은 보다 잘 살게 될 것이다.
성석제의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김훈의 글은 무참하다. 그의 글에 나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무참해지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놀라운 글의 깊이에 또 한번 무참해진다. 성석제의 글은 명랑하고 유쾌하다. 그 중에서도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 으뜸이다.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
그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는 어떤 문학작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온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가 아니라 PC통신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작가라는 점과,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장르문학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스즈키 코지의 <왜 공부하는가>
자신을 위해 그리고 인류 전체를 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공부해야 한다.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자본론에 근거한 착취 없는 경영의 실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자본을 부리는 경지에 이르는 방법.
잘 나가는 라디오 PD 세명이, 그들을 그들답게 만든 속칭 불온서적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빨간책이고 부제가 불온서적이라 혹 할지 모르겠으나 위에 소개한 책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온라는 말과는 모두 거리가 상당한 책들입니다.
책에 나오는 여러 책들중에 그래도 한번 읽어 봐야겠다, 혹은 내가 읽은 것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한번 더 펼쳐 봐야겠다고 생각한 책들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작가들의 서평이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이런 류의 책 소개 책도 읽을만 합니다. 읽을 만한 책을 소개 받아서 좋고, 나름의 서평을 읽고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진짜 불온서적에 대해서도 함 써봐야겠습니다.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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