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 숭례문 학당의 책으로 다시 살다
시간의 무게가 천근추처럼 느껴질 만큼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어떤 일을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했는데, 문제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시간이 가지만, 문제는 해결될 실마리를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때 나를 지탱해 주던 것은 책읽기였습니다. 현실이 어려워질수록 더 책읽기에 파고 들었습니다. 잠시나마 시간의 무거움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책은 나의 핑계이자 위안이었습니다. 덕택에 쉽사리 들기 힘든 책들을 머리속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음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되고, 옳고 그름에 대한 신념은 더욱 확고해졌으며, 가치있는 일에 대한 기준도 더 명확해졌습니다.
책읽기는 나에게 그런 의미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책속의 진리가, 의미들이 나에게 와서 소화되고 곱씹혀져서, 그래서 나의 일부로 만들었습니다. 큰 바위 얼굴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에 만족해 했습니다. 그러나 읽은 것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나누는 것은 인색했습니다. 그럴 의향도 없었고, 그럴 대상도 없었습니다. 순전히 혼자만의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은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가 그것보다는 훨씬 크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글을 참 맛깔나게 쓰는 사촌 동생이 자기가 쓴 글이 책으로 나왔다길래, 한달음에 샀습니다. 그리고 한달음에 읽었습니다. 동생의 글은 역시나 맛깔났습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대신 책을 쥐어주기까지의 노력과, 그 노력 이면에 있는 책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여실히 와닿았습니다.
책은 스물다섯명의 글쓴이가 나옵니다. 막막한 청춘의 이야기도 나오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주부, 그리고 앞만 바라보고 줄기차게 뛰어온, 그러나 50대의 은퇴를 어찌 맞이해야 할지 어쩔 줄 몰라하는 40대 중년, 엉? 나? 은퇴 이후의 방황하는 노년들이 나옵니다. 이런 사람들이 책읽기로 인생을 바꾸거나 인생을 바꾸어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바꾸냐고요? 해답은 함께 읽기 였습니다.
마흔 넘은 나이에 일구는 꿈은, 그렇게 몸을 달뜨게 한다. 첫번째 꿈은 흘려 보냈기에, 두번째 꿈은 더 애틋하다. 밥벌이에 한쪽 다리를 빼앗긴 사람들도 이제는 안다. 그래도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똑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을.
어쩌면 난 가장이라는 책임감 속에서 밥벌이에 한쪽 다리를 빼앗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은 한쪽 다리로 충분이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며 온전히 살수 있는 날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늦었다는 생각에 조급해하지 말기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힘을 내보려 한다. - P 82 40대 가장, 책에서 용기를 발견하다 / 김승호
나는 꿈을 정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사람이 ‘살아 있다’라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인공호흡기를 달고 호흡만 하는 삶이 아니라 건강한 폐로 헐떡이며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심장이 뛰는 삶을 책과 강연을 통해 전하고 싶다. 너무도 갑작스레 생긴 꿈이지만, 꿈으로만 끝낼 수는 없다. 꿈이란 나에게만 진심이라면 충분하다는 것을 책 덕분에 깨달았다. - P 221 26세 일개미가 찾은 꿈 / 박종현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생각이 없다"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답'이 아닌 '생각'을 묻는 질문, 지적, 문화적 자극은 아이들을 진지하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적응력'이 아닌 '자생력'이다. 그것을 기르기 위해서는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하는 것 만한 게 없다. 나는 우리반 아이들의 성장에서 희망을 보았다. 문제집은 아이의 성적을 올려주지만 책은 아이이의 자존감을 올려준다. 영어단어는 경쟁사회에서 이기는 힘을 줄지 모르지만, 책은 경쟁의 홍수에서 자신을 지켜낼 저력을 준다.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자. 책 읽는 아이들이 희망이다." - P 142 스마트폰 대신 책을 손에 쥔 아이들 / 정소연
책을 읽고, 지은이들의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의 준솔파파, wonystudio, 해피엔딩 리더, 구르믈 버서난 달 등)를 둘러보면서, 역쉬 드넓은 강호에는 고수들이 많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별로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고민하며, 언젠가는!!! 이라며 우직하게 직장에 다니는 사람, 과감하게 훌훌 털어버리고 자기의 갈길을 간 사람.... 여러 모습들이 나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나의 책읽기에서 지금보다 한단계 더 올라가려면 함께 읽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같이 읽으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서 단순한 개인의 책읽기에서 '우리'라는 것으로 확장되고, 그래서 뭔가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하나의 희망입니다. 어쩌면 이 책이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읽는 거를 밖으로 끄집어 내라 라는 아내의 이야기가 새삼 귓가에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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