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하나의 우주, 신비하고 조화로운 것이다 : 엄융의 <내 몸 공부>
경증 지방간 : 정기적 관찰 요함
담낭용종 :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크기 변화 관찰 요함
신장낭종 : 낭종의 변화 여부에 대해 주기적 관찰 요함
갑상선 교질성 낭종 :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 권유
만성표재성 위염 : 유증상 시 치료를 요함
경미한 안저 변화 의심 : 안과 상담 요함
A형 간염 항체 : A형 간염 예방 접종 권유
B형 간염 항체 : B형 간염 예방 접종 권유
요추 디츠크 팽창, 디스크 돌출, 퇴행성 변화, 척추증, 요추 직선화 : 증상이 있을 시 상담 요함
건강 검진 결과다. A4 용지 한바닥 가득 머라 적혀 있다. 적히는 뭔가가 해마다 조금씩 느는 것 같다. 읽다가 에이씨~ 우짜라고! 하며 던져 놓는다. 건강 검진을 받으면서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딱히 치료를 해주는 건 없으면서 괜히 걱정만 는다. 건강 검진 없이 살았던 옛날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저렇게 가득 문제가 있다고 적혀 있어도 실제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두세 건이다. 허리 아픈 거는 오래 되기도 했고, 평소에 조심해서 약간 불편한 정도이다. 근데 요즘 들어 신경이 쓰이는 건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 자주 드는 거다. 막 심장이 쥐어짜는 듯이 아프면서 숨을 쉬기 어려울 통증. 예전에 중국에서 근무할 때 심장이 너무 아파서 갑자기 쓰러진 적이 있는데, 그때랑 강도는 약하지만 비슷하다. 인터넷에 찾아본 바로는 심혈관 질환이다.
이거 고치는 방법은 아주 명확하다. 답은 담배를 끊으면 된다. 허나 그것이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더냐. 사실 끊으려는 의지도 없다. 그냥 이대로 살다 죽지머! 이런 식이다.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스쿼트나 프랭크, 이런 것들도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 요즘에는 그냥 뉘집 애 이름이다. 가족들이랑 같이 살면 마눌이나 딸래미랑 손잡고 하는 스쿼트는 재미있게 할 수 있을텐데.... 혼자 있는 요즘은 그냥 귀찮다.)
나이는 점점 먹어가고, 아저씨 배는 나오기 시작하고, 몸은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운동은 정말 일도 하기 귀찮고, 행동도 점점 움추려들고.... 에라, 책이라도 사서 읽으면 몸이 좀 건강해지려나? 하고 산 책이다.
프랑스인들은 왜 심장질환에 잘 걸리지 않을까?
프랑스 사람들은 기름진 것도 많이 먹고 담배도 많이 피는데 북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서 심장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상당히 낮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조사 결과 그 원인으로 밝혀진 것이 바로 지중해식 라이프스타일입니다. 고민하지 않고 기분 좋게 사는 것, 마늘, 오리브유, 호두 기름 등을 즐겨 먹는 것이 핵심이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 지역의 화창한 날씨입니다. 날씨가 흐리면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기 힘드니까요.
또 주목할 것이 와인입니다. 실제로 지난 4년간 진행된 네덜란드의 연구 결과를 보면, 매일 적당량의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5년 정도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p.83)
음, 그런 거였어? 즐겁게 살고 맛나는 거 먹고 와인 마시고?
한눈에 딱봐도 재미없게 생긴 책인데, 읽으니 역시 재미없다. 의사들의 선생님이 엄선한 최소한의 내 몸 상식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최소한의 상식이 왜 이리 어렵나. 횡경막이 어쩌구저쩌구, 교감신경이 어쩌구저쩌구, 한글로 되어 있는데 무신 말인지..... 지은이의 이름도 엄융의 선생이다. 어려운 선생님일 것 같다.
'내 몸은 내가 잘 모르지만 무지 복잡하구나. 어디 한 군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없구나. 모두 서로가 연관되어 있고 중요치 않은 곳이 없구나!' 어렵고 이해가 잘 안되는 책이지만 읽는 내내 드는 머리 속에 맴도는 생각이었다. 내 몸을 내가 함부로 굴리면 몸이 저항을 하고 그게 하다하다 안되면 몸 전체가 서서히 망가지겠구나. 내 몸은 그런 신비하고 조화로운 것이구나! 재미없긴 하지만 책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뇌가 인식하는 인간의 신체 부위를 표현한 호문쿨루스 (p.40)
사진 출처 : http://nstckorea.tistory.com/407
호문쿨루스라는 말을 찾아보니 라틴어로 작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유럽의 연금술사가 만들어 내는 인조인간을 뜻하기도 한다고. <강철의 연금술사>에 이넘들이 많이 나오더마....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많은 조직들과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어떤 역할을 한다는 건 이제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선생이 강조하시는, 병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몸의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는 말도 알겠다. 근데, 그래서 어떡하라고? 라는 물음이 막 나오는 찰나 책 날개에 이런 말이 쓰여 있는 걸 발견했다.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6가지
1. 하루 세 번 양치질의 과학!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길러라.
2. 적당량의 와인과 신선한 과일, 지중해식 식단이 답니다.
3. 연령과 상관없이 하루 만 보만 걸어라.
4. 약보다 좋은 평생의 친구.
5. 감정만 잘 추슬러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6.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이 주는 놀라운 효과.
아, 그렇지. 아주 상식적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거지만 잘 실천이 안되는 거. 이것만 잘 지켜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규~~ 그래, 이렇게 신비하고 조화로운 내 몸인데 함부로 해서야 되겠나. 내 몸이 우주다. 관심을 좀 갖자. 두루두루 살피고. 나 아니면 누가 내 몸을 지키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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