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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극락에 이르는 길, 옴마니반메훔 : 후지와라 신야의 티베트 방랑

by Keaton Kim 2015. 6. 30.

 

 

극락에 이르는 길, 옴마니반메훔 : 후지와라 신야의 티베트 방랑

 

 

 

"티베트"

 

 

이름만으로도 뭔가 무시할 수 없는, 신성시 되는,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언젠가는 한번 꼭 가봐야 되는, 그런 단어입니다. 누군가는 인도가 그렇다고 합니다만, 저에게는 티베트가 그렇습니다. 

 

 

차마고도, 칭짱열차, 극도로 척박한 땅, 오체투지와 삼보일배, 세계의 고원, 월광성이라 불리는 라싸, 그리고 달라이라마의 투쟁과 중국의 지배 - 현재도 티벳이라는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중국의 서장西藏(씨짱)자치구로 불린다 - , 이런 단어들이 두서없이 섞인 추상적인 이미지가 제가 가지고 있는 티베트에 대한 거의 모든 것입니다.

 

 

이 책은 일본의 한 청년이 만난 티베트의 불교와 승려, 인간과 속세, 그리고 자연의 이야기입니다. 제목도 단순히 티베트 방랑입니다. 무언가 티베의 구체적인 속살을 만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읽었습니다만,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티베트라는 대상은 더욱 모호해졌습니다.

 

 

 

 

 

 

이 책,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려운 단어나 추상적인 단어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설 수 없습니다. 저자가 보는 시각과 나의 시각에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것이 그 이유라는 생각입니다. 무려 38년 전에 쓴 글이고, 이 때의 저자는 20대 후반이긴 하지만, 방랑?을 전문적으로 하는, 그래서 티베트의 웬만한 스님보다 더 구도자가 되어버린 저자의 눈높이와 정신세계는 우리같이 현대 문명에 야합해서 살아가는 이들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무슨 장문의 시를 읽는 듯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의 사진과 글을 통해서, 그 척박하고도 황량한 대지, 그리고 그 속에서 모두가 신이 되고자 하는, 아니 거의 신이 되어버린 티베트 사람들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습, 그리고 다음 생애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황량한 땅을 걸어보고 싶다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황량함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이 땅은 그런 황량함을 넘어 보고 있어도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비극적이지도 않고 희극적이지도 않다. 신들려 있지도 않고 공상과학 같지도 않다.

 

 

고독하다는 감정도 솟아나지 않는다. 시적이지도 않고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하나의 분명한 죽음 같다...... 그러나 죽음처럼 생명에 관여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 장소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 105 -

 

 

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사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는 인도나 이 땅을 여행하면서 일하는 꼴이라고는 구경할 수 없는 가난뱅이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남아도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어떤 식으로든 얻고 있는 광경을 종종 목격했다. 이곳 사람들 역시 오랫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전혀 일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P 236 -

 

 

가난뱅이 린첸.... 이 노인은 왜 그토록 매사에 동요하지 않고 왜 그토록 평온무사한 얼굴을 히 볼모 고지에 드러낼 수 있는 것일까. 하나는 축재자가 가진 저 재물의 무게로 인한 근심, 그 근심을 갖는 것에서 그의 생애가 완전히 소외당했기 때문이지만, 또 하나, 가난뱅이 린첸의 평온무사한 얼굴을 떠 받치는 것은, 현세에서 무의미했던  그 고가라는 이름을 내세에서 고가이도록 만들기 위해 오랜 세월 그가 쌓아온 노력.....

 

 

사실.... 가난뱅이 린첸 옹, 남모르게 막대한 저금을 하고 있다. 그는 철들고부터 일흔의 나이를 헤아리는 지금까지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착실히 저금을 해왔기 때문에 그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말의 저금.... 즉 진언의 저축. 그것은 정토종의 염불왕생과 비슷한, 바로 저 옴마니반메훔이다. - P 245 -

 

 

 

 

 

 

 

 

 

 

 

 

 

 

그의 사진은 온통 잿빛이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그의 글과 사진은 너무나 닮았다.

 

 

 

이 책의 후기를 보니 1977년에 씀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거의 40년 전입니다. 20대 초 부터 인도를 방랑하고, 티베트를 방랑한 20대 후반의 저자는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방랑한 티베트와 지금은 티베트는 아마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누가나 한번쯤 여행을 꿈꾸는 티베트 이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단순히 라싸의 그 포탈라 궁을 보러 갈 작정이면 모르지만, 저자의 말처럼 고독하다는 감정도 불러 일으키지 못할 만큼 황량한 땅에서 현세보다는 내세를 위해 살아가는,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더 없이 행복한 그들을 보면서, 내가 무슨 위로를 받고, 어떤 깨달음을 얻을지에 대한 확신은 더 모호해졌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하는 티베트 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후지와라 신야 정도의 방랑은 아니지만, 수박 겉핥기라도 그 대지와 사람들을 좀 겪고 나면 뭔가 달라질 나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욕심인가요?? ㅎㅎㅎ 그러고 나면 저자의 눈높이에 조금이라도 다가가서 이 책에 좀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부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