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좌파 지식인이 겪은 현대사 이야기 : 유시민의 나의 한국 현대사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 프랑스 정치가 토크빌 : P 68
지난 대통령 선거인 그네여사와 재인이 아저씨의 한판승부는 개인적으로 우리의 현대사에서 왼쪽과 오른쪽이 가장 제대로 맞붙은 현대사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왼쪽 사람들은 개인적 성향이 강해서 잘 뭉쳐지지 않는데, 이번 만큼은 모두 통합하고 단결했으며, 그런 왼쪽을 보고 오른쪽은 위기감과 경각심에 어느 때 못지않게 치열하게 단합했습니다. 결과는 아슬아슬하게 왼쪽의 패. 억장이 무너지고 눈물이 날 만큼 분했지만, 이 사실은 위의 한 구절로 모든 것이 해석이 됩니다.
우리의 역사전쟁에는 분명한 주체가 있다. 하나는 5.16과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이다. 그들은 한국 사회 모든 영역의 상층부를 장악한 채 단단하게 결속해 있다. 거대 재벌, 대기업 경영자와 임원들, 저마다 종편방송을 거느린 거대 신문 사주와 고위간부들, 법원과 검찰과 군대와 경찰 등 합법적 국가폭력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권력기관의 고위인사들, 그 신문과 방송헤 출연하면서 부와 명성을 얻는 지식인들, 그리고 그 모두를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새누리당이다. 그들은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행사해왔다.
다른 하나는 4.19, 5.18과 민주와시대를 대표하는 세력이다. '민주화세력', '양심세력', '진보세력'을 자처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빨갱이', '좌경용공', '종북좌파'라고 부르는 이 세력은 한국 사회 모든 영역의 낮은 곳에 흩어져 있다. 인권과 사회정의, 한반도 평화와 환경보호를 실현하려고 애쓰는 수많은 시민단체들, 노동조합, 협동조합, 언론운동단체를 포함하는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다. 이 민주화 세력은 딱 10년 동안 정치권력 하나만을 장악한 적이 있다. 경제권력과 언론권력 등 사회의 다른 모든 권력은 언제나 산업화세력의 수중에 있었다.
한국 현대사는 이 두 세력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이다. 때로 피가 강물처럼 흘렀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가까운 미래에 종결될 가능성도 없다. 대중이 둘 모두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 나의 한국 현대사 P 26
한국 현대사를 위의 두 계층간의 치열한 전쟁으로 본 지은이의 시각에 완전 공감합니다. 나라를 세우고 70년 가까이 되어 가지만 왼쪽이 전쟁에서 승리한 적은 딱 10년이었습니다. 왼쪽은 착한 넘, 오른쪽은 나쁜 넘으로 척 봐도 알겠는데, 전쟁은 언제나 거의 나쁜 넘들이 이깁니다. 이런~~~. 그런데 가까운 일본과 대만을 봐도 왼쪽이 이기기는 쉽지 않은가 봅니다.
국제시장이 1300만명을 돌파했댑니다. 이제 위로는 1위인 명량과 2위인 아바타 둘 밖에 없댑니다. 참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저도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봤습니다. 영화에는 함흥 철수에서 부터 시작해서, 서독 광부와 간호사 파견, 베트남 전쟁, 이산 가족 찾기 등, 우리 현대사에 굵직한 사건들이 나옵니다. 책에서는 영화와는 전혀 다른 굵직한 사건들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사 라고 칭해도 될 만큼 그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윤제균과 유시민이 본 관점이 서로 다릅니다.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 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태일 이전에도 전태일 이후에도 억압과 착취에 항거하면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역사에 전태일만큼 뚜렷한 각인을 남기지는 못했다. 전태일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분신했다. 어리고 약한 스물두 살 청년 노동자가 더 어리고 더 약산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목숨을 버린 행위가 수많은 국민의 영혼을 울렸다. 그는 한국 사회가 빈곤과 업압, 착취와 인권유린에 고통받는 거대한 노동자 집단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 P 336 -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객관적으로 보아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 발병 확률은 매우 낮았다.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환화하는 결정을 내린 과정이었다. 아무 예고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국민이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대통령과 정부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이다. ..... 촛불집회는 자발적으로 행동하면서 수평저으로 연대할 줄 아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출현을 예고했다. - P 276 -
요런 류의 책들은 언제나 입맛에 맞습니다. 읽으면서, 아니 이런 일까지??? 마자마자~~를 연발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나의 책읽기 편력도 너무 왼쪽으로 치우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왼쪽은 착한 사람들 류의 그런 책을 읽으면서 역설적으로 오른쪽이 잘한 점 들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육실 할 넘~~~~ 들이 대부분이지만, 요런 점들은 나름 평가를 해 줘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봉암 선생의 삶과 철학, 여간첩 김수임와 이중간첩 이수근, 서승 서준식 형제의 삶, 판금 조치된 책 중에서 가치가 있는 책, 민주화 운동사 등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해야 되겠습니다. 공부거리를 찾은 것으로도 책은 돈 값을 했습니다.
여하간, 서두에서 이야기한 왼쪽과 오른쪽의 전쟁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머.. 아직까지 왼쪽은 열세입니다. 아주 완강하게 오른쪽에 계시는 울 엄니와의 사소한 언쟁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제가 집니다....ㅠㅠ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왼쪽에 있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면, 그 수준의 정부를 가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세상 살기가 좀 더 따뜻해지고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회사에서 업무때문에 중국엘 자주 드나듭니다.
주로 돌 사러 가는데요....
꼭 돌만 사는 것은 아닙니다.
타일도 사고, 변기도 사고, 가끔은 뭐... 여자도 삽니다.
그런데 돌이 나는 곳은 중국에서도 참 시골입니다.
거의 오지 수준 가깝습니다.
구경거리도 놀거리도 거의 없는 수준의 동네입니다.
그런데 모처럼 청더(승덕이라고 씁니다)라는 곳에 간적이
있는데 마침 북경을 거쳐서 가는 길이라
큰 맘먹고 일찍 마치고 북경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북경하면 뭐니뭐니 해도 자금성 아니겠습니까???
대학 다닐때 전공이 전공인 지라
자금성에 대한 공부도 했었는데요....
그 시절은 자금성 뿐만 아니라
유명한 서양의 사원이나 건축물의
사진만 봐도 가슴이 벌렁벌렁 했습니다.
그런 자금성을 비록 대학 졸업한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직접 본다는 것이 참 흥분되는 일임에 분명했습니다.
두시간여에 걸쳐 열심히 돌아보았습니다.
단체 관광온 사람들 따라 다니면서
안내인들의 설명두 듣고요....
.
.
.
.
.
.
.
" 아~~~ 띠벌.... 졸라 넓네
다리 아파라...."
그렇습니다.
대학 시절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사진만 봐도 설레였던 그런 곳이었지만,
막상 그 시기를 놓치니
감흥이란게
겨우 크기에 대한...
그리고 부실한 하체에 대한 연민이 다였습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책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시기에 읽을 책들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연애한다고, 혹은 당구친다고, 혹은 방황하느라...
놓쳐 버린 그런 책들이 있습니다.
지은이 (유시민)는
그런 책들을 모아서 친절하게도
요약과 해설까지 잘 알기 쉽게 써 놓았습니다.
책 안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마르크스, 앵겔스의 공산주의 선언
멜서스의 인구론
푸시킨의 대위의 딸
맹자의 맹자
최인훈의 광장
사마천의 사기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다윈의 종의 기원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조지의 진보와 빈곤
뵐의 카타리나 볼룸의 잃어버린 명예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등 총 14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청춘의 시절에 밑줄 그어 가며 읽은 책도 있고
이 책에서 처음 보는 책도 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에 읽었으면
그 감동이 훨씬 더했겠지만...
하지만 자금성과는 달리
나이먹어서 읽어도 생각거리를 주는 책도 있었고
그래서 원본을 다시 한번 사서 읽게 해 주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혹은 남편이,
저녁에 신호를 보내도 무시하고 일찍 주무시거든
거실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책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부부생활의 하나의 지혜라 생각합니다.
- 몇년 전에 어느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역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 EBS의 역사e 2,3 (0) | 2015.11.13 |
---|---|
오늘 나의 발자국은 뒷 사람들의 길이 되리니 : 김삼웅의 백범 김구 평전 (2) | 2015.09.07 |
우리가 잘 모르는, 그러나 기억해야 할 인물 : 장준하의 돌베개 (2) | 2015.03.27 |
시대의 로맨티스트 : 이원규의 조봉암 평전, 잃어버린 진보의 꿈 (3) | 2015.02.28 |
알아서 깨닫지 못하면 가르치지 못한다 : EBS의 역사 e (0) | 2014.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