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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

우리가 잘 모르는, 그러나 기억해야 할 인물 : 장준하의 돌베개

by 개락당 대표 2015. 3. 27.

 

 

우리가 잘 모르는, 그러나 기억해야 할 인물 : 장준하의 돌베개

 

 

 

책 읽기라는 것은 평생토록 해야 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기가 있습니다. 어떤 것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서 보아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책들이 있는 반면에, 혈기 펄펄할 때 읽어야 그 감동이 배가 되는 책들도 있습니다. 장준하의 돌배게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책이 주는 느낌은 돌베개가 아니라 아마 바위와 같았을 겁니다. 그것이 책을 읽고 난 뒤 살짝의 아쉬움입니다.

 

 

 

광복군 시절의 장준하. 자알~~~ 생겼다!!!

 

 

 

인터넷에 장준하를 검색해 보면, 광복군 장준하, 김구 선생의 비서, 월간 '사상계'의 발행인, 박정희의 라이벌, 재야의 대통령, 그리고 아직도 풀지 못한 의문사.... 머 대략 이런 문구들이 나옵니다. 박정희와 라이벌?? 이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박정희 전대통령이 1917년 생이고, 장준하 선생은 1918년 생이군요. 1975년에 의문의 추락사를 했고, 박정희는 그 보다 4년 더 있다가 쫄다구의 권총에 사망합니다. 일제시대에 일군에 입문했고, - 물론 장준하 선생은 곧 탈영하여 레지스탕스의 길을 걸었고, 또 한분은 일본군의 장교가 된다 - 공산주의는 싫어했고, 한 시대을 풍미했던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분자를 가집니다. 박정희에 빗대어 재야의 대통령이라는 별명도 재미있군요..... 두 사람을 라이벌 관계로 보는, 보고 싶어하는 언론이나 국민들이 만들어 낸 듯 합니다.

 

 

그리고 박정희 시대의 가장 유명한 의문사가 있습니다. 단순 추락사냐, 타살 후 추락이냐... 등의 문제로 질질 끌었습니다. 2013년에 장준하 의문사 규명 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타살 후 추락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럼 누가 죽였나??? 답은 바로 나옵니다. 누구나 추측이 가능합니다. 단지 그것을 증명할 길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눕니다. 첫장은 1944년 중국 쉬저우(徐州서주 : 삼국지에서 유비가 삼국의 기틀을 만드는 그 서주가 맞습니다)에서 일본군을 탈출하여 장장 7개월동안 6000리 길을 걸어서 충칭(重慶중경)의 임시정부로 찾아가는 험난한 대장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장준하 선생의 일생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때가 선생이 가장 순수하고도 찬란했던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두째장은 임시정부에 몸을 담고, 광복군에 배치되고, OSS의 일원으로 활약하다 해방이 되어 임정의 사람들과 같이 귀국해서 하나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책은 꽤 두껍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채 2년이 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장의 탈출기보다 뒷장에 좀더 흥미를 가졌습니다. 물론 오직 충칭의 임시정부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6000리 길 대장정의 인간적인 기록도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책에 나오는 불로하不老河 같은 곳은 읽으면서 실시간으로 찾아 볼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광복 전후의 시대상과 인물상을 잘 보여주는 후반부의 글은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흔히 일본이 조금만 더 늦게 항복했더라도 우리의 발언권이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하는데요, 연합군과 함께 광복군이 상륙작전을 궁리하던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국내에 들어왔을 때, 임정의 위치, 특히 임시정부의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 그 시절에 어떤 위치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어서, 그 당시를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되었습니다.

 

 

 

장준하 선생이 다짐했던 그 글귀다. 비단 장준하 선생의 시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가 그토록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라고 외쳤던 그 시대에 비해, 오히려 지금을 사는 우리시대에 저 글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못난 아비, 못난 남편, 그리고 우리 후대에 못난 조상이 되지 않도록.... 선생은 피눈물을 삼키며 투쟁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나.....  -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에서 퍼왔다.

 

 

 

우리 역사속에는 아직 우리가 잘 모르는, 그러나 우리가 정말 기억해야 되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런 인물들을 책 속에서 다시 만나고, 그가 지녔던 신념과 사상, 열정을 알아간다는 것은 꽤나 큰 즐거움입니다. 조금만 혈기 왕성한 시절에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에라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