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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이야기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

by Keaton Kim 2016. 8. 1.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자유로워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행복해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관용적인 사람이 되었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가족이나 이웃들과 더 잘 지내게 되었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상상력과 창의성도 더불어 늘어났습니까?

 

 

 

오랜만에 친한 후배를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합니다. 그 녀석이나 나나 조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죽이 잘 맞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세계에 기웃거리는 것도 비슷합니다. 술자리는 상사의 뒷다마와 조직 사회의 톱니바퀴 역할에 대한 한탄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그 친구가 요즘 빠져있는 사이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무슨 단추공장 사장이 돈을 많이 벌어서 나름 잘 나간다는 교수들을 모아서 소위 '짝퉁 인문 대학' 이란 걸 만들었다고 하면서, 그 대학의 교수들의 인문학 강의에 푹 빠져 있다고 했습니다.

 

 

 

솔깃하긴 했지만, 술자리에서 하는 얘기들이라 한 귀로 듣고 흘렸습니다. 며칠 후에 문득 그 대화가 생각나서 맑은 정신으로 물었습니다. '건명원建明苑' 이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최진석' 이라는 이름도 그 때 그 친구로부터 처음 들었습니다.

 

 

 

이 독립된 인간의 창의적 동력은 내면에 비스듬한 기울기가 형성되어 있을 때 비로소 발현될 것인데, 이 기울기는 다양한 분야의 내적 충돌로 빚어진다. 그래서 창의성을 드러내려는 인재는 스스로 이질적 분야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갈등할 수 있는 조건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의미로 건명원에서 우리는 한 인간 내면에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그리고 예술 등과 같은 제반 분과학문들이 서로 투쟁하면서 만들어 낼 소음들을 기대한다. 이렇게 하여 건명원에서는 결국 창의적 전사를 양성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사회적 공헌으로 인정될 것이다.

 

건명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건명원의 비전이다. 1년에 30명 정도의 젊은이들을 면접으로만 뽑아 40주 동안 가르친다. 그 기간 동안 교육비와 해외연수 전액을 지원하며 위의 비전에 나오는 창의적 전사를 길러낸다. 두양문화재단에서 주관하며 이사장은 오정택이라는 분이다. 훌륭하시다. 자신의 실력과 내면을 다지기 위해서는 굳이 정규과정의 대학보다 더 낫다 라는 생각이다. 나는 이제 늙어서 안되니 우리 아이들이라도 한번......  사진에 나오는 분이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교수이다.

 

사진 출처 : 건명원 홈페이지 http://www.gunmyung.or.kr/

 

 

 

유투브에 '최진석'이라고 치면 그의 강의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EBS 특강에도 나오고, 세바시에도 나왔습니다. 플라톤 아카데미에 나온 강의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책보다 강의를 통해서 최진석 교수를 먼저 만났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인간이 그리는 무늬' 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아하~ 그 교수님의 이야기구나 라고 좀 더 쉽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오직 나의 욕망에 집중하라

 

 

 

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이 한 문장입니다. 여태껏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명제는 개인의 욕망을 버리고 보편적 이념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었는데, 이걸 과감히 버려야 된다고 합니다. 어떠어떠해야 된다 라는 보편적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오직 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포커싱을 해야 된다고 합니다.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는 일' 이것이야 말로 인문학적 통찰을 얻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합니다.

 

 

 

공자는 인간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인간인 성인들이 만들고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공인된 '바람직한 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원칙', 그리고 '좋다고 하는 것'을 모든 사람이 따르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이와 정반대였죠. '바람직한 일'보다는 '바라는 일'을 하고,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좋은 일'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곧 보편적 이성에서 벗어나 개별적 욕망에 집중하라는 얘기일 테지요. 개별적 욕망에 집중해야 멋대로 할 수 있고, 멋대로 해야 잘할 수 있습니다. (p.136)

 

 

 

어느 조직이나 혁신을 강조한다. 전문가를 불러 혁신에 대한 강의를 듣고 혁신에 대해 토론한다. 그것으로 혁신을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전혀 혁신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인문학의 주된 주제인 개인의 욕망에 집중하라는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다. 그것으로는 개인의 욕망에 대해 결코 알 수 없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꾸준하게.

 

 

 

타조 사냥 이야기가 나옵니다. 타조를 발견하면 타조를 쫓는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계속 쫓아간다고 합니다. 졸라 지겨울 정도로요. 그러면 타조는 사냥꾼과 자기 사이에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긴장을 감당하지 못하고 땅에다 머리를 박는댑니다. 그러면 머리 처박고 있는 타조를 그냥 주워 오면 된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타조 사냥입니다.

 

 

 

근데, 돌연변이의 아주 무모한 타조도 있을 겁니다. 할배 타조도 삼촌 타조도, 동네 형아 타조도 모두 머리를 처박고 죽었는데, 어느날 이 '무모한 심장'을 가진 타조가 "젠장! 뭔지나 알고 죽자" 라면서 뒤를 훽 돌아봅니다. 자신을 질기게 추격해 오는 사냥꾼을 정면으로 직시합니다. 비유가 참 적절했습니다. 우리도 이 보편적 일상, 즉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만들어 마주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물론 거기에는 담대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가장 훌륭한 인간은 구체적 일상을 같이 영위하는 가족으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다. 인간 성숙의 척도는 높고 거대한 곳에서 확인인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일상에서 확인되는 것이 더 치명적이다. (p.210)

 

 

 

이제 서두에 적었던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지난 날에 비해 많은 지식을 습득하였고, 경험은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그러나 "Yes" 라고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아직 지식이나 경험이 나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기엔 부족할까요? 책에서는 지식을 지혜로 바꾸는, 경험을 유연함, 행복, 창의성으로 밀어 올리는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힘을 저자는 '주체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육체적인 경험인 운동을 통해서, 글쓰기로, 밥 먹고 설겆이 하는 구체적인 일상의 터전에서 '나'와 마주하라고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서두의 질문에 '네' 라고 할 수 있는 지름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자신의 내면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집중하라!'  뻔한 이야기지만, 이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것을 못하는 이유는 백만가지도 넘습니다. 그렇다고 핑계만 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한번에 될 리도 없습니다. 그저 조금씩, 그리고 묵묵히 나의 내면에 다가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