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징꽁 조잘대며 는지럭는지럭 읽는 책 : 장세이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느실느실
느릿느릿 걷거나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예문 : 할아버지는 소의 고삐를 잡고 느실느실 걸어오셨다.
버들가지가 봄바람에 느실느실 춤을 춘다.
연관어 : 배고픈 사자는 허정허정, 악어는 어슬어슬, 반달곰은 휘적휘적 따랐습니다.
설렁설렁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움직이는 모양
예문 : 설렁설렁 가벼이 하는 일은 술술 풀리고 착착 진행된다. 도깨비 방망이라도 두드린 양 일이 뚝딱 끝난다.
발밤발밤
가는 곳을 정하지 않고 발길이 닿는 대로 천천히 걷는 모양
예문 : 저기 햇살 사이로 그녀가 발밤발밤 걸어간다.
봉싯봉싯
소리 없이 예쁘장하게 입을 약간 벌리고 가볍게 웃는 모양
예문 : 아내는 남편의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연신 봉싯봉싯 웃으며 눈웃음과 볼우물을 만듭니다.
달막달막
자꾸 가볍게 들렸다 놓였다 하는 모양
예문 : 마음을 고백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만 달막달막할 뿐이었다.
연관어 : 달막거리다, 딸막거리다, 들먹거리다, 뚝딱거리다, 올랑거리다, 울렁거리다 등은 '설레다'의 뜻을 가진 동사이며 모두 들썩이다와 비슷한 뜻으로 두근거림을 형상화한다.
우두커니
얼빠진 듯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예문 : 뭐든 후딱 해치워 부랴부랴 서둘지 말고 후다닥 흘러가는 시간을 때로는 우두커니 앉아 물끄러미 바라봄이 어떨는지.
하르르
얇고 풀기가 없이 보드라운 모양을 나타내는 말
연속적으로 빨리 떨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예문 : 오늘도 하르르 하루가 진다.
사랑에 빠진 고슴도치는 온몸의 근육을 잠재워 털을 비단인 양 하르르 부드럽게 한답니다.
그녀의 눈꺼풀이 하르르 떨리더니 이내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꽃잎이 하르르 떨어져 내리다
검실검실 감실감실
먼 곳에서 자꾸 어렴풋이 움직이는 모양으로, 먼 데 있는 것이라 그런지 아스라한 멋이 느껴진다.
예문 : 희미한 달빛을 받은 파도가 검실검실 밀려왔다.
연관어 : 얼핏 눈을 뜬 설문대는 어룽어룽 희미한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간들간들
가볍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양
예문 : 바람은 간들간들, 꽃잎은 나풀나풀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을 간들간들해 보였다.
오소소
작은 물건이 소복하게 쏟아지는 모양
예문 : 끊어진 애를 달래려 어미의 눈물자리마다 오소소 꽃잎을 날린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어릴적 배웠던 동요인데, 그 시절엔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을 배웠더랬다.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들으면 어림짐작 가능한 우리말이다. 내가 표현할 줄 몰라도 시나 수필에 나오면 대충은 알 것 같은, 그리고 소리내어 보면 정다운 우리말이다.
몰라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말들, 그러나 알면 표현의 풍성함을 더해주는 말이 의성어와 의태어다. '배가 고파서 밥을 졸라 먹었다' 보단 '배가 고파서 밥에 김치를 얹어 우적우적 먹었다'가 훨씬 고상하고 실감나지 않느냐.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생각이 깊어도 그것을 담을 언어가 풍부하지 못하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고, 생각이 얕다면 언어는 당연히 빈곤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언어가 풍부해지면 생각도 깊어질게다.
이야기꾼. 한여름 한낮, 부산에서 뻑 첫울음을 울었다. 쑥 자라 수학 책에 근대소설 쓱 끼워 읽는 국어 만점 이과생이 되었다. 사범대학에 딱 붙은 뒤로는 내내 시를 읽었다. 졸업 후 고향에서 뚝 떨어진 서울로 와 15년 동안 잡지기자로 살았다. 나무 수필 <서울 사는 나무> 등 꼭 일곱 권의 책을 썼다. 쭉 글 짓고 책 엮으며 우리말과 휘놀고 싶어 한다. (책 표지 저자 소개 글)
위의 재미있는 글로 자신을 소개한 저자 장세이가 이름도 세이다. 지은 이 책은 평소 자주 쓰이는 그러나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의성어 의태어를 자신의 소개 글처럼 발랄하면서도 재치있게 엮은 책이다. 상황별로 도표까지 만들어 알기 쉽게 소개한, 말하자면 의성어 의태어 사전 같다.
위에 소개한 아름답고 쓸모있는 말들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 나에게 있어서 그렇다는 말이다. 전혀 쓰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언제부터인가 안쓰기 시작했다. 그럴 즈음부터 ㅋㅋㅋ, ㅎㅎㅎ, ㅠㅠ, OTL, gg, 222 같은 암호들과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에 훨씬 편했다. 그렇기에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 단어들이 가득찬 이 책이 참 반갑다.
후다닥 읽지 않았다. 하루에 조금씩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풍요함을 맛보며, 맹꽁징꽁 입으로 조잘거리며, 는지럭는지럭 읽으며, 간혹 해죽 웃기도 했다. 가까이 두고 자주 쓰기. 이 아름다운 우리말이 나에게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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