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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진심을 다해 당신을 응원합니다 : 조국 <조국의 시간>

by Keaton Kim 2021. 7. 11.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인류의 역사는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라고 하는 두 계급의 투쟁의 역사라고 했습니다. 부르주아지는 생산 수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프롤레타리아트는 가진 건 노동력뿐인 노동자입니다. 그러니까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간의 투쟁의 역사가 인간의 모든 역사입니다. 역사를 이런 관점에서 보다니, 마르크스가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근데 맞는 말입니다.

 

그러고서 170년쯤 지나서 유시민 작가는 한국 현대사를 두고 516과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과 416, 518과 민주화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 간의 분투의 기록이라고 했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은 재벌, 법원과 검찰, 종편을 거느린 거대 신문 사주와 고위 간부들, 그런 언론에 출연해 명성을 얻은 지식인, 그리고 지금의 야당 세력입니다. 이에 대항하는 세력은 우리 사회 낮은 곳에 흩어져 있는 인권과 평화, 환경 보호를 추구하는 시민단체와 크고 작은 공동체, 촛불 시민, 그리고 지금의 여당입니다. 그 싸움은 지금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시민이 말하는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 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검찰을 개혁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었습니다. 그 학자는 실력을 인정받아 민정수석이 되었고, 또 법무부장관이 되어 검찰 개혁의 선봉에 섰습니다. 검찰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검찰은 마치 자기들의 목숨인 걸린 듯이 사생결단으로 법무부장관을 탈탈 털었고 장관은 결국 한달 남짓 지나 그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울나라 사람 모두 다 아는 조국 전장관 이야기입니다.

 

검찰개혁을 이루려는 진영과 막으려는 진영 간에 전쟁이 필쳐진 조국 대전에서 조국이 맡은 역할이 바로 이러한 탱커에 해당한다. 검찰은 역대 최대의 화력을 동원해서 조국 일가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데 집중했다. 대한민국 검찰이 탄생한 후 이 정도로 수사력을 집중해서 누군가를 공격한 사례는 없었다. 무자비한 검찰의 공격이 계속될수록 탱커 조국은 지쳐갔지만 그만큼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조금은 힘들지만 잘 견뎌냈고 의외로 그 와중에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적 관심과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타오르게 되었다. (p.268)

 

 

 

 

# 1. 내 씨발 그럴 줄 알았다.

 

학자에서 권력의 핵심이자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측근인 민정수석으로 갔을 때 검찰은 조용했습니다. 근데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려고 하니 검찰의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검찰도 알았겠죠. 저 냥반이 법무부 장관으로 오면 검찰이 박살이 난다는 걸요. 그래서 위에 인용한 것처럼 검찰 탄생 이래 가장 막강한 화력을 퍼부어 조국을 만신창이로 만들었습니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고 했지만 이건 한 개인에 대한 린치였습니다. 책에서 수사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역시 생각한 그대로였습니다.

 

# 2. 검찰을 손 보려는 자, 대통령이라도 가차없다.

 

조국을 무자비하게 쓰러뜨리고 난 후, 검찰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려는 집권 세력의 수장에게도 칼을 들이댔습니다.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하여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시작해서, 라임 옵티머스 관련하여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돈을 줬다고 했고, 탈원전정책의 일환으로 월성 1호 원전을 폐쇄한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성접대를 받고 혐의가 유력해지자 출입국본부장은 김학의를 출국금지시켰습니다. 검찰은 이를 불법이라고 규정하여 본부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네, 검찰은 대통령에게 한판 붙자고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검찰 진짜 꼬롬합니다. 자신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독재자들에겐 그렇게 충성을 하더만, 자신들을 풀어주는 권력자에겐 정면으로 맞섭니다.

 

# 3. 그렇게 날카로운 검찰의 칼날이 검찰 내부 비리에는 너무 무디다.

 

한때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군부와 국정원, 기무사 등은 이제 그 힘이 예전만 못합니다. 모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했습니다. 울나라에서 현재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검찰이라는 게 이번 조국사태에서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지 역할을 잘하면 개혁이 필요없습니다. 지 맘대로 하니까 개혁을 하자는 겁니다. 자신들의 적대 세력에 대해서는 똘똘 뭉쳐서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면서 정작 자신들의 비리는 눈 감았습니다. 검찰이 변해야 하는 건 이제 시대의 요구입니다. 저항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오만방자함도 이제 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노통이 예전에 평검사들과 대화를 나눌 때 검사들의 그 오만방자함, 노통을 출석시키고 난 후 이인규의 미소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 4. 미완의 과제

 

저자가 장관 재직 기간에 이루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하는 과제가 책에 나옵니다. 하나는 '재산 소득 비례 벌금제'입니다. 똑같은 죄를 저질러도 소득과 재산에 따라 벌금을 다르게 내는 법입니다. 벌금 100만원은 있는 넘들에겐 껌값이지만 없는 사람들은 그걸 내지 못해 교도소로 갑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시행중이랍니다. 노키아 부사장은 과속했다고 벌금 일억육천만원을 냈댑니다. 또 하나는 개방교도소를 만드는 겁니다. 아침에 교도소에서 일어나 외부 직장에 출근해 일을 하고 퇴근은 다시 교도소로 하는 제도입니다. 징역 3년 이하의 생계형 범죄자들이 대상이라고 합니다. 이 두 제도에 대해 후임 장관이 잘 할거라 기대한다고 썼습니다. 나도 기대합니다.

 

# 5. 조국 VS 윤석열

 

한국 현대사는 두 세력 간의 분투의 기록이라는 유시민 작가의 말을 인용했습니다만, 조국은 민주화 세력의 대표이고 윤석열은 산업화 세력의 대표입니다. 조국은 대표적인 금수저이지만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평생 애썼고, 윤석열은 이제 기득권 세력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명은 이제 권력의 중심에서 내려와 평범한 시민이 되었고 또 한명은 권력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에 중심이 되는 두 세력을 대표하는 조국과 윤석열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가요. 그리고 후대의 평가도요. 근데 이건 시민의 정치의식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 두 양반의 미래를 결정하는 거지요.

 

# 6. 검찰 개혁 그리고 언론 개혁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개혁할 대상이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검찰 개혁은 이미 진행중입니다. 이제 다음은 언론 차례입니다. 이 넘들이 검찰과 작당을 해서 얼마나 우리를 속이려 드는지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기득권 편에 서서 몽매한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습니다. 이번 정권에서는 검찰과 싸우느라 힘이 너무 빠져서 지쳤다면, 적어도 다음 정권에서는 꼭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걱정입니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희생을 치루어야 할지 말입니다. 저자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고도 개혁을 완수했으면 합니다만, 저들의 공격도 만만치 않을테지요. 그럼에도 좀 더 나은 사회로 나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입니다.

 

 

사진 출처 : https://twitter.com/kkk9403/status/1413615101425319937/photo/1

 

 

저는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가 맞습니다. 세상에서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금수저면 항상 보수로 살아야 합니까? 강남에 살면 보수여야 합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 제도가 좀더 좋게 바뀌면 좋겠다, 공평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런 고민을 했고 공부했다 해도 실제 흙수저 청년, 흙수저 사람들의 마음을, 그 고통을 제가 얼마나 알겠습니까. 10분의 1도 모를 것입니다. 그것이 제 한계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금수저라 해도, 강남 좌파라 야유받아도 국가권력이 어떻게 바뀌는 게 좋겠다, 정치적 민주화가 어떻게 되면 좋겠다고 고민해왔습니다. 그 점에 대해 나쁜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해보려고, 그 기회를 달라고 여기에 비난받으며 와 있습니다. (p.357,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기자간담회에서)

 

저자가 받았던 고통과 저자가 가졌던 신념을 읽었습니다. 그 고통은 짐작보다 훨씬 더했습니다. 그래서 죽지 않고 견뎌준, 포기하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저자가 고마웠습니다. 민주화 세력의 선봉장에서 서서, 시민을 대표해서 싸운 저자가 고마웠습니다. 기득권 세력의 실체를 드러나게 한, 그래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저자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제 조국 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삶, 시민으로서의 삶을 응원합니다.

 

 

PS

 

 

 

 

 

이 책에 나왔던 <위기의 민주주의>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브라질의 가장 최근 현대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노동운동가 룰라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좌파 정치인입니다. 급진 성향으로 세번의 대통령 낙선 끝에 마침내 2002년, 브라질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이제 룰라는 물 만났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시켰습니다. 2007년에 재선에 성공했고,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퇴임 했습니다.

 

룰라에 이어 지우마 호세프가 대통령에 오릅니다. 브라질 최초 여성 대통령입니다. 그녀 역시 독재자에 항거하며 감옥에 갔다온 전력이 있는 좌파 정치인입니다. 룰라의 뒤를 이어 브라질을 잘 이끌었으며 재선에 성공합니다. 네, 딱 여기까지가 브라질의 전성기였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던 극우주의자들과 재벌,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정치인, 그리고 개검사들이 연합해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지우마를 탄핵하고 군인 출신의 극우주의자 대통령을 세웠으며, 부패 혐의로 룰라까지 감옥에 보내버렸습니다. 브라질 민주주의는 몰락하고 국민들의 분열은 극에 달했습니다. 룰라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는 불신과 오해, 그리고 싸움과 몰락 만이 있었습니다.

 

룰라가 퇴임할 때 그의 지지도 80%가 넘었습니다. 지우마도 국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그들이 만든 민주주의의 토대는 아주 탄탄해보였습니다. 그랬는데,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룰라가 한탄을 합니다. 브라질 유력 9개의 가문이 소유하고 통제해온 언론에 대한 개혁을 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실책이라고 말이죠.

 

네, 울나라 민주주의는 그 뿌리가 넓고 깊어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습니다. 네, 방심하면 한 순간입니다. 답은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시민 개개인이 깨어 있어야 하고 연대해야 됩니다.

 

영화 그 후가 궁금에서 좀 찾아봤더만, 룰라 전대통령은 혐의 없슴으로 석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하다는군요. 부디 저 먼나라에 민주주의가 다시 회복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