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정기용 선생의 건축 낙서 : 정기용의 기억의 풍경
한국의 오래된 옛 절들을 가만히 음미해보면
건축과 자연이 서로 최선을 다했음을 알 수 있다.
서로서로 최선을 다해 보듬고 보살피며 빛나게 한다.
그래서 산이 절이 되고 절이 산이 된다.
선산 속을 한참 걷다 보면 절이 나타난다.
어느 절집이나 그 앉음새와 배치를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가파른 산 중에 어저면 그렇게 절묘하고 편안하게 자리 잡았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건축과 자연" 창원 관음사 편
이 글을 읽고 어찌 한번 가보지 않으리!!!!
피렌체의 좁은 골목 사이에서 보이는
두오모 성당은 거의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도시 규모를 압도하는 '장엄한 괴물'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그 자이에 서 있는 성당이나 변치 않는 골목이나
모두 세월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동이다.
- "장엄한 괴물" 두오모 대성당 편
대학교 서양 건축사 시간에 나오던 그 두오모 성당이다. 정기용 선생이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어찌 가보지 않으리!!!!
물을 떠나서,
세속을 지나서,
모든 절로 가는 과정은 순례길이다.
개심사 가는 길이 특히 그렇다.
- "순례길" 충남 서산 개심사
가 보고 말테닷!!! 개심사
페트라로 가는 절벽의 길도 그렇고,
돌산을 파내어 만든 신전들도 그렇고,
모든 건축 구조물은 불가사의하다.
페트라를 둘러보면
인간의 욕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 "바위를 깎은 신전" 이스라엘 요르단 편
페트라도 다녀 가셨네..... 선생님, 저도 가 봤어유....ㅎㅎㅎ
근대적 삶이 전세계를 휩쓸기 전에 사람들은 자연과 대립하지 않는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었다. 모로코 사막에서 만난 흙으로 빚은 마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본 도시 풍경, 그리고 산자락 밑에 납작 엎드린 한국의 옛 마을 등은 하나 같이 주변의 산과 강, 하늘과 땅, 나무와 물과 어떻게 화해할 수 있는가를 동시에 고민했다. 여러 세대에 걸쳐 그들은 자연과의 합일, 조화의 법칙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자연의 일'과 '건축의 일'을 분별할 줄 알았다. 자연의 힘을 존중할 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건축은 위대할 수 있었다. - 기억의 풍경 P 41
선생님.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건축이 아닌 것 가터유~~~~ 어쩜 좋아유????
사서 읽은 지가 꽤 된 책입니다. 지금도 읽고 있습니다. 글 하나하나가 읽을 때 마다 새롭습니다. 선생님의 소박한 감수성을 느낍니다.
글을 읽을 때 마다 가서 보고 느끼고 싶다!! 라는 강렬한 욕망을 느낍니다. 초사이언 손오공의 순간 이동은 이럴 때 필요한 겁니다.
책은 선생님의 눈으로 본 여러 여행지의 모습을 간략한 메모와 스케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래는 책에 소개 된, 선생이 다녀 가신 곳이자, 곧 제가 가고 싶은 곳입니다.
요르단 페트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빈 그린징 마을, 쉔부른 궁
모로코 아이트벤하두, 훼즈, 카사바, 와르자자트
프랑스 르퓌앙벌레이, 샤르트르 대성당, 노트르담 사원
터키 프리에네, 디딤, 쿠사다시, 페르게, 미라 성 니콜라 성당, 미라, 궤레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중국 남면 광촌 동성마을, 하문, 복건성 토루군, 황산,
상하이, 서체마을, 공북교, 관성대
일본 용안사․천룡사, 도쿄
사이판
이탈리아 피렌체, 베니스, 로마 포룸 로마눔
그리스 산토리니, 아테네, 애기나 섬, 크레타 섬, 포로스 섬 등
이스라엘 시나이 산, 통곡의 벽
이집트 피라미드, 카르낙 신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스웨덴 우드랜드 공동묘지, 스톡홀름
말레이시아 말라카
독일 두이스부르그 란드샤프트 공원, 뮌헨 시청사
체코 프라하
스페인 바로셀로나
미국 뉴욕, 브루클린
호주 시드니
스위스 취리히 페터호프슈타트 광장
베트남 생존자의 집
러시아 모스크바 도스토예프스키 좌상
정읍 원백부락, 강릉 선교장과 오죽헌,
제주도, 강경 옥녀봉, 금강산,
창원 관음사,
달성, 합천 영암사지 쌍사자 석등,
창녕 관룡사,
함양 정여창 고택,
김제 귀신사, 홍성,
서울 청량리 588,
전북 강경 방직공장,
서산 개심사,
경주 감은사지 삼층석탑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저에게 있어 정기용 선생님은 일종의 "부채의식"이 있습니다. 그저 봉화마을 사저를 지은 건축가, 혹은 글 잘쓰는 건축가 정도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선생님의 "말하는 건축가"라는 다큐 영화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책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 보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으로 밥 먹고 산다고 하는, 시대의 지식인이 되고자 하는 저에게, 선생님을 좀 더 일찍 알지 못했다는 그런 죄송스런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감응의 건축은 정기용 선생이 무주 산골짝에서 돈도 안되고, 명예는 더더욱 안되는 공공건축에 쏟아 부은 인생의 가장 잘 나가는 시기의 10년에 대한 기록입니다. 선생의 생각을 알기 위해선 물론 책을 읽어 보는 것이 좋지만, 백독이 불여일견이라, 무주에 가서 선생의 고민의 흔적들, 이를테면 면사무소와 버스정류장 등(영화에서는 자신의 고민의 흔적을 당신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마구 훼손 시켜 놓은 것에 분노한다.)을 한번 보고 느끼는 것도 더욱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무주에 가면 스키장에 갈 게 아니라 무주 공설운동장에 가야 된다는 말입니다. 사실 저도 아직 못가봤습니다만....ㅎㅎ 정기용 선생에 대한 자료는 많습니다. 짧게는 EBS 지식채널 e 에서도 선생을 만날 수 있고, 좀 더 관심이 있다면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오십니다. 언젠가는 우리 집을 짓고 말테야!!! 라는 다짐속의 우리 집의 어렴풋한 롤 모델도 저 영화에 나오는 "자두나무 집"입니다. <감응의 건축>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아래 포스트로.... http://www.vmspace.com/2008_re/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book&idx=10384&pageNum=1 정기용 선생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아래 포스트로...... ㅎㅎㅎ 어디까지 가봤니? 울나라 건축물 5 - 찾아보고 싶은 한국의 건축가 10인
건축이란 땅 위에 일으켜 세우는 건축만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가 공유해야 마땅한 문화적 가치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 정기용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내 인생의 롤 모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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