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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

보고타 나와라 오바 : 찰스 몽고메리의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by Keaton Kim 2015. 6. 29.

 

 

보고타 나와라 오바 : 찰스 몽고메리의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보고타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느 도시인줄 알았습니다. 콜럼비아의 수도랩니다. 여하간, 그다지 잘 사는 동네는 아닌 듯 합니다. 그리고 인구는 억수로 만댑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보고타의 거리를 걸으면, 강도에게 맞아 죽거나 매연으로 질식해 죽거나 그도 아니면 차에 치어 죽는 그런 도시였댑니다.

 

 

이 도시가 엔리케 페날로사 라는 시장이 취임하면서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시장의 목표는 부유한 도시가 아니라 시민이 행복한 도시입니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그가 처음 손을 댄 것은 자동차와의 전쟁입니다. 고속도로 확장 계획 같은 건 개나 줘 버립니다. 유류세를 졸라 인상합니다. 자동차 없는 날을 정하고 그 날 하루만은 모든 승용차의 운행을 금지합니다. 시민들이 누구나 값 싸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 체계를 구축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예산으로 공공 영역을 만듭니다. 공공 영역이라는 것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만들어 놓으면 계속 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 그 자체' 입니다. 자전거 도로, 공원, 보행 광장, 도서관, 학교, 보육원 등이 그것입니다. 아이들이 자동차에 치일 걱정 없이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 아~~ 부럽..... 그렇게 보고타는 조금씩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변해 갑니다.

 

 

 

 

 

자동차 없는 날 - 이걸 시클로비아 Ciclovia 라고 부른다 - 의 보고타 시내 풍경. 이거 정말 멋진 아이디어다. 세계의 여러 도시로 전파되고 있단다. 우리도 당연히 이런 거 좀 하면 좋겠다.

사진은 구글에서 Bogota ciclovia 라고 쳐서 나오는 어느 이름 모를 사이트에서 퍼왔다.

 

 

 

버스 중앙 차선은 서울에만 있는 줄 알았더마..... 이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버스 전용 차선이라고 할 만 하다. 보고타에는 이 만큼 멋진 자전거 전용 도로도 있댄다. 쓰벌.....

사진은 Colombiainfo. org 에서 퍼왔다.

 

 

 

도시의 매력은 건물이나 자동차가 아닌 바로 사람.

 

 

벤치가 있습니다. 어떤 벤치는 아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화단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넓은 잔디밭을 보고 있고, 또 어떤 것은 멋진 건물이 있는 쪽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앉았던 벤치는 지나가는 사람들쪽으로 향한 벤치였습니다.

 

 

덴마크의 건축가 얀 겔이라는 냥반이 1년 동안 사람만 관찰하고 위와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끄는 가장 매력적인 구경거리는 필연적으로 타인이다. 시민들의 일상활동이 도시의 최대 매력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거 지금은 이해가 되지만 그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고 합니다.

 

 

도로를 넓히면 자동차가 더 많이 다니게 되고, 자전거 도로를 더 건설하면 자전거가 더 많이 다니게 되고,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더 많이 만들면 보행자가 더 많이 다니게 되고, 더 많은 시민이 사적 공간에서 공공 공간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과 더 많이 접촉할 수 있게 만들면 더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얀 겔은 코펜하겐에서 이 이론은 실천에 옮기고 그래서 코펜하겐은 보행자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이 도시에서 자전거로 통근하는 사인람 또한 무지 많습니다. 승용차로 출근하는 사람이 30%,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 교통으로 다니는 사람이 30%, 그리고 나머지는 자전거로 다니댑니다. 시민이 성숙해서 그렇다고요? 천만의 말씀. 자전거 통근이 젤루다 편하댑니다. 자전거를 타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쉽게 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사람들이 알아서 자전거를 탑니다! 애를 낳자라고 맨날 떠들 것이 아니라 키울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말이다. 이것들아!

 

 

 

 

 

 

쇼핑은 차를 타고 시 외곽에 있는 대형 마트에 가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좀 해보면 자전거를 타고 재래 시장에 가는 것이 훨씬 행복한 일입니다. 장 보는 재미야 마트 보단 시장이 훨씬 더하죠. 자전거로 재래 시장에 갈 수만 있다면요. 그것도 즐겁게 갈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죠.  여태껏 이런 생각은 안해 봤는데..... 생각해 보니 참 당연한 일입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 이런 것이겠지요.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되다는 잘못된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개인이 처한 문제들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꿔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개인은 주면 환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므로, 조화로운 삶을 살려면 반드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 영원의 건축 - 이 책 P 4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삶이 되어야 한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좋은 삶이라는 것은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도시에서의 좋은 환경이란, 사람들이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있고, 차의 위험으로 부터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가 있고, 이웃과 쉽게 소통할 수 있고, 가끔은 자동차가 없는 날도 있는 그런 여건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은 주위 사람들과 연계한 시민 스스로가 만들수도 있다고 책은 주장합니다.

 

 

다른 것은 제쳐 두고서라도,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아들래미가 자전거로 학교에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 동네, 그런 동네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까요?

 

 

 

PS.

좋은 삶에 대한 비수를 찌르는 정의가 책에 있어서 옮겨 적는다. 소가 편안하게 되새김질하며 흡족해한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은 소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에우다이모니아)를 이렇게 정의했다.

 

자신의 일생을 의미있게 하는 목표를 향해 매일 열심히 노력하는 것.

 

나는 의미있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가. 아~~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