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 임석재의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한국 기둥의 참 멋은 비가공성이다. 한국의 기둥은 나무를 본떠 만들었다. 아니, 나무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집 짓는 장인은 전국의 산야를 다니며 기둥으로 쓸 나무를 직접 골랐다. 이렇게 고른 나무는 가공을 최소하여 기둥으로 썼다. 필요한 길이에 맞워 나무의 밑동과 윗동만 자른 채, 더 이상의 가공은 하지 않고 그대로 쓴 경우도 많았다. 휜 나무는 그냥 휜 채로 썼다. 나무 몸통의 옹이는 메우는 일 없이 그대로 남겨두었다. - P 45
저자가 예로 든 개심사의 범종각이다. 보기에 안쓰럽나? 조금은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그렇게 보.이.기.만. 한 거다. 구조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는 말이다...ㅎㅎㅎ 이걸 한국 전통 건축의 솔직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진 출처 - korean.visitkorea.or.kr
어떤 나라의 문화를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그 나라의 건축물을 보는 것입니다.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가 함축된 것이 바로 건축물입니다. 의, 식, 주 중에 가장 뒤에 나오지만, 먹거리, 입을 거리 보다는 훨씬 고급 문화이기도 합니다.
한 시대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건축은 그 시대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유용한 분야이다. 이 책의 큰 방향은 우리 건축과 서양 건축의 비교를 통해 두 문명권의 차이를 아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올바로 알자는 것이다. - 책 표지 글
그렇기 때문에 건축을 감상하는 것에는 '보는 눈' 이 좀 필요합니다. 아무런 지식 없이도 건축물을 보고 느끼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보는 눈'이 좀 있으면 받아들이는 감동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의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보는 눈'을 키워주는 가장 적절한 교재입니다. 1부에서는 건축의 구성 요소 즉 지붕 처마 기둥 담 문과 목조 건물의 특징인 구조적 아름다움과 전통 건축의 입면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아름다움에 대해, 2부에서는 건축의 구성 원리 즉 방위와 척도, 계단과 길, 대칭과 비대칭, 진입공간과 긴장감 등에 대해 이야기하구요. 3부에서는 건물의 감상법이 나와 있습니다.
요런게 보면 참 아름답습니다. 드러나보이는 뼈대가 아름다와 보이는 게 좀 이상도 하지만 그래도 아름답습니다. 가식적 표피와 군더더기를 다 떼어낸 후 하나의 사물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원형 단위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미학적 가치를 가진다 고 임석재 교수는 말합니다. 목조 건축은 굳이 군더더기가 있을 필요가 없죠. 사진은 제가 가본 정자 중에서 최고로 멋진 정자, 예천의 초간정草澗亭입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한옥의 입면입니다. 근데 먼가 보이십니까? 흰색과 갈색의 조화??? 책에서는 몬드리안의 그 그림과 비교를 했지 말입니다. 사진을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예쁩니다. 책에서는 '정갈하고 담백한 한옥의 추상 입면'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진은 고택중에서 젤루다 폼나는 상주 양진당養眞堂입니다.
아싸~~~ 빌라 로툰다도 나와 주시고..... 대학 서양 건축사에 배운,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건물인데, 이 책에서 나오니 참 반가웠다. 방위의 개념과 적용을 설명하며 서양 건축의 예로 이 건물을 들었다. 정확하게 동서남북으로 배치하고 그 만나는 점을 가운데 꼭지점으로 만든, 정확한 대칭의 건물이다. 구글에서 검색해서 tipsforsmart 라는 곳에서 사진을 가져왔다.
서양 계단의 예시로 든 Spanish Steps.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유명한 계단인 스페인 계단이다. 어디서 많이 봤다 싶더마, 오드리 누님이 나오시는 로마의 휴일에서 잘생긴 넘이 못된 장난을 치던 그 장면에 나왔던 곳이다. 저런 곳은 정말이지 금발의 언니랑 손잡고 걸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인데....ㅋㅋㅋ 사진은 travelchannel.com 에서 가져왔다.
스케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책에 나오는데요, 보통 4면으로 둘러싸인 전통건축에서 그 중정의 크기는 20 ~ 25 미터입니다. 마당의 폭도 건물 높이와의 비례가 2.5정도 라고 합니다. 근데 이게 환경심리학의 연구 결과 폐쇄된 공간속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수치라고 합니다. 저 정도의 거리가 사람 표정을 읽으면서 육성으로 대화할 수 있는 최대치 정도 될까요.... 너무 넓어도 휑~~~ 하고, 너무 좁으면 답답하고. 그 속에서 딱 좋은 수치를 찾은거죠. 조상들의 지혜가 보입니다.
서양 건축과 비교해서 우리 전통 건축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교재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책은 우리 건축에 대한 찬양입니다. 책의 제목때문에 잠깐 혹 할수도 있지만, 책에 나오는 서양 건축은 곁다리입니다. 대부분은 우리의 건축이 이렇게 우수하다는 내용이 주입니다. 그 예시를 건축물의 많은 사진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 (나같은 허접 전문가를 포함해서)을 위한 건축 강의라는 부제가 딱 맞는 책입니다.
PS
근데, 그렇게 우수한 것이 우리나라의 한옥이라고 하는데, 우찌 생기는 것은 아파트일까요? 어디어디 지구 대단지 한옥 건립, 청약율 123대 1..... 이딴 이야기는 절대 없습니다. 한옥은 게으른 사람들이 살기에는 아주 개떡같은 집입니다. 많이 걸어야 되고, 밥상 들고 오르락 내리락도 해야 되고, 군불도 때야 되고, 책에서 말하는 전이공간, 그러니까 안도 밖도 아닌 어정쩡한 공간은 청소하기도 지랄 맞고.....
한옥이 무지 우수하지만, 아직 우리는 편리함과 게으름을 추구합니다. 우리네 아파트는 어떡하면 더 게을러질까 하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옥이 아파트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옥이 편리해지는 게 아니라, 편리함 보단 불편함이 사람 살이에 더 낫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겁니다. 어느 정도의 세월이 걸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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