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속에서 그대를 만나다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사이즈로 봐서나 두께로 봐서나 라면 냄비 받침대로 쓰기에 딱 좋은 이 책의 끝장을 덮는 순간 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책은 별자리 입문서도 아니고 외계인에 대한 입문서도 아니며 그렇다고 종교나 철학의 입문서도 물론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생겨나고 성숙하고 문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다룬 인류 문명사에 훨씬 가까운 책이자 사람과 지구와 우주에 대한 대 서사시였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무언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초라해지고,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기도 하고 무한한 우주속에 홀로 있는 나의 존재가 좀 위대한 것 같기도 하고..... 여하간 그런 묘한 울림에 한동안 깨지 못하고 멍해 있었습니다.
태양의 가장 가까운 이웃은 케타우루스 자리에 있는 알파별이라고 합니다. 거리는 약 75광년. 아주 가깝네요. 태양에서 우리 은하의 중심까지가 3만 광년이고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나선 은하인 안드로메다 자리의 M31까지는 200만 광년이랩니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퀘이사Quasar까지의 거리는 80억 내지 100억 광년이라는 군요. 저 정도의 거리에 우주의 중심이 있다고 합니다.
우주에서의 거리는 광년이라는 단위를 씁니다. 거리의 기본이 몇만 광년 정도 되다 보니 1광년은 무슨 버스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 같습니다. 실제로는 얼마나 될까요? 빛은 1초에 삼십만 킬로미터로 달린다고 합니다. 그게 1년동안 달리면.......... 무려 9.5조 킬로미터!!! 기껏 지구 한바퀴가 4만 킬로미터 정도 되는 척도의 세계에 사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 거리입니다. 근데 우주에서는 1광년이 아주 우습군여. 1억 광년이니 10억 광년이니 하는 게 기본이니.....ㅎㅎㅎ 처음에는 그 거리를 상상해 보다 그냥 포기하고 그러려니 했습니다.ㅎㅎ
사진 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YKrL&articleno=110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지구는 태양계의 세번째 행성입니다. 이 태양계는 우리은하(The Gallaxy)의 한 구석탱이에 존재한다는 군요. 우리은하의 크기는 한 10만 광년 정도 되는데요, 4000억개의 별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은하의 옆집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는 훨씬 많은 별이 있습니다. 근데 우리가 여태 발견한 은하만 해도 몇 백억개라고 합니다. 대단한 코스모스입니다. 우리 지구가 참 보잘것 없이 느껴지나요?
그런데 그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를 한번 봅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핵속에는 약 50억 비트의 정보가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책으로 기술한다면 1000권 정도 된다고 하네요. 세포 하나가 작은 도서관이군요. 근데 우리 몸은 약 100조개의 세포로 되어있다고 합니다. 대단하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 여기에서 누군가가 인간을 새로이 만드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인간은 하나의 코스모스입니다.
사진 출처 : blog.naver.com/graymarket/220563733189
인간이 여러 세대에 걸쳐 부지런히 연구를 계속한다면, 지금은 짙은 암흑 속에 감춰져 있는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거리에 빛이 비쳐 그 안에 숨어 있는 진리의 실상이 밖으로 드러나게 될 때가 오고야 말 것이다. - P19
기원전 3세기 경에 당시의 거대 도시인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에라토스테네스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는데요, 그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파피루스 책에서 남쪽 도시인 시에네에서는 하지날 정오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그림자가 생기는데 말이죠. 단순히 나무막대기, 태양, 그림자를 유심히 보고 그는 세상을 바꾸어 놓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깨닫고, 심지어 더 나아가 지구의 둘레도 구했습니다.
당시의 최고 지성들이 만들어낸 이오니아 문명, 그리고 그 결정체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것이 파괴되지 않고 세대에 걸쳐 내려와서 계속 연구가 되었다면 우리는 어쩌면 지금쯤 소풍가듯 화성에도 다녀오고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로 여행도 다니는 것이 현실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외계인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5세기 경 과학과 학문은 이교도의 사상이라는 기독교의 오만으로 도서관은 파괴되고 그것을 막으려는 당시 최고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히파티아도 죽습니다. 그리고 딱 1000년 동안 인류는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케플러와 뉴턴이 등장하면서 하늘의 별이 움직이는 법칙을 발견했고 인류는 미지의 세계로 눈을 다시 돌립니다. 그러고 보면 500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우리는 많은 것을 했습니다. 지금은 우주를 향해 우리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탐사선을 네척이나 띄우니 말이죠.
우주의 어느 곳에 우리와 다른 문명을 영위하는 존재가 있을까?
칼 세이건은 재미있는 이론이 제시합니다. 우리 은하수 은하에는 약 4천억개의 별이 있고, 이들이 가지는 행성은 약 1조 3천억개라고 합니다. 자. 여기서 부터 출발합니다. 이 행성들 중에서 생명의 서식이 불가능한 행성을 추려내면 남는 것은 약 1000억개 정도라고 합니다. 즉, 천억개 정도의 행성에는 생명이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이 문명까지 발전한 행성은 10억개 정도로 줄어듭니다. 근데 행성전체의 수명중에서 문명사회의 수명이 차지하는 비율을 아주 작습니다. 지구의 예만 봐도 50억년을 기다려 이제 겨우 우주를 내다보는 문명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값을 곱하면 10개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얘기는 지금의 시점으로 우리 은하에 고도의 기술을 자랑하는 문명권의 행성이 10개 씩.이.나.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자기의 존재를 알리려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보내는 신호를 받으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미 지구에 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모종의 규정으로 그들의 존재를 우리에게 단단히 숨기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를 냉정하고 면밀히 관찰합니다. 우리가 개미를 관찰하듯 (개미는 우리가 관찰하는지 전혀 모른다) 이넘들이 올해도 멸망하지 않고 그럭저럭 잘 넘어가는구나 라고.
혹시나 외계의 문명과 만나도 저자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동족이나 다른 문명권과 잘 어울려 살 줄 아는 방법을 이미 터득했음을 입증하기 때문입니다. 싸움만 했다면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뎌 낼 수 없었겠죠. 우리가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후진성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한 문명이 다른 문명에게 철저하게 파괴당하는 야만적인 상황을 여럿 보았습니다. 콜럼버스와 아라와크족, 코르테와 아즈텍이 그러했습니다. 저들이 우리와 같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미리 겁먹는 것입니다. 음... 도둑이 제 발 저리는 이치군요.ㅎㅎㅎ
사진 출처 : http://sumbolon.blogspot.kr/2015/11/carl-sagan.html
책은 우리를 고대 이오니아로 데려가서 탈레스와 데모크리토스, 피타고라스를 만나게 해줍니다. 중국과 인도, 아즈텍으로도 데려갑니다. 16세기에 가서는 갈릴레오와 하위헌스를 만납니다. 그리고 화성으로 데려가고 보이저호에 태워 목성과 목성의 달 이오를 만나게 합니다. 이제 좀 더 멀리 우리 은하로 데려갑니다. 옆집 은하로 갑니다. 예쁘게 타원으로 된 은하도 있고, 둥근 은하도 있으며 팔이 꺽인 이상한 모양의 은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가 처음 만들어져서 팽창하고 성숙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책의 중간중간 상당히 흥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공룡이 왜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꽤 설득력이 있게 설명해 놓았구여, 여기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까지 한번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래이야기도 나옵니다. 외계인과 이야기 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고래랑 하는 것이 순서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고래는 아마도 쌩 욕을 인간에게 해 댈겁니다. 그들에게 가장 해로운 존재가 바로 인간이니까요.
칼 세이건은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곧 인류의 기원입니다. 우리가 코스모스의 일부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옵니다. 우리의 미래 역시 코스모스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지 않는 한 언젠가는 저 우주의 바다로 향해 유유히 항해하는 날이 올겁니다.
어릴 때 상상했던 달에서 절구질을 하는 토끼는 이제 더 이상 없다는 걸 알지만 그 때의 상상이 있어 즐거웠습니다. 가끔은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혹시나 저 쪽 별에서 내가 그를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emi789&logNo=220564482535
인류가 하나의 생명 종으로서 그 유년기부터 품어 왔던 질문을 가슴에 안고 우주 향해의 첫발을 내디딘 지 이미 오래됐다.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유년기의 질문은 신선한 감각으로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왔으며, 세대를 거듭하면서 유년기의 호기심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켜져 갔다. 별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탐험의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나그네로 시작했으며 나그네로 남아있다. 인류는 우주의 해안에서 충분히 긴 시간을 꾸물대며 꿈을 키워 왔다. 이제야 비로소 별들을 향해 돛을 올릴 준비가 끝난 셈이다. - P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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