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 이야기

168명 VS 80,000명. 그 결과는?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by 개락당 대표 2016. 12. 25.

 

 

 

168명 VS 80,000명. 그 결과는?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168명 VS 80,000명, 피사로와 아타우알파와의 역사적 대전

 

 

 

1532년 11월 16일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 이름만으로는 최강와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페루의 고지대 도시인 카하마르카에서 마주칩니다. 아타우알파는 아프리카보다 큰 대륙인 아메리카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의 절대 군주였습니다. 그의 곁에는 방금 전쟁을 승리로 마치고 돌아온 8만 대군이 있었습니다. 물론 수백만의 열혈 백성의 응원이 있는 홈 경기였죠.

 

 

 

 

반면에 피사로는 고작 168명의 스페인 오합지졸로 이 낯선 땅에 들어왔습니다. 62명의 기병과 106명의 보병이 그가 가진 군대의 전부였습니다. 또한 그는 그 지역 주민도 잘 몰랐고, 파나마에 있던 스페인인들과의 연락도 완전히 끊어져 원병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이 뻔한 전쟁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이없게도 피사로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하룻밤에 전사한 잉카의 군인은 7000명이 넘었습니다.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는 생포되었구요. 스페인 전사자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전쟁이라기 보다 학살에 가까운 결말이었습니다.

 

 

 

존 밀레이의 '페루의 잉카를 사로잡는 피사로'

 

사진 출처 : 네이버캐스트

 

 

 

유럽의 역사와 신세계(남북아메리카)의 역사가 완전히 역전될 수도 있었던 이 드라미틱한 만남의 결과는 비극적인 살육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리고 정복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 전투에서 피사로가 너무도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완벽한 승리를 이끈 원인으로 저자는 말, 쇠 무기, 총, 갑옷을 꼽습니다. 그 시대의 전투에서 말은 현대의 탱크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으며, 총의 화력은 아주 미비했으나 심리적 효과는 엄청났으며, 잉카인이 가진 곤봉에 비해 스페인인이 가진 날카로운 칼과 갑옷의 위력은 상대를 살육하는데 충분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유럽을 식민지로 만들지 못하고 반대로 유럽인이 신세계를 식민지로 만들게 된 직접적은 원인은 총기와 무기, 말 등을 중심으로 한 군사기술과 유럽의 고유한 전염병, 해양 기술과 유럽 국가들의 중앙집권적 정치 조직, 문자 등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런 이점들이 어째서 유럽에서 먼저 발전되어 갔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해갑니다.  

 

 

 

저자의 주전공은 조류학이라고 하는데, 이런 어마어마한 책을 만드셨다. 두께만으로 질리는데 제목도 총균쇠다. 이런!!  지리학은 부전공이신가? 이 책 한 권으로 문화인류학의 본좌에 오르셨다. 한글 예찬론자라고 한다. 책 본문에 한글의 독창성에 설명하며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를 소개했다.

 

사진 출처 : https://brunch.co.kr/@yonhos/6

 

 

 

모든 인류는 똑 같은 출발선에 서 있었다.

 

 

 

이야기는 1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구 전체 사람들이 같은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모든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삶을 영위해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리는 속도가 각 대륙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 중국, 중앙 아메리카의 일부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합니다. 소나 말, 돼지, 개, 닭 같은 가축을 기르기 시작합니다. 먹거리가 많아져서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정치가 생겨나고 문자를 만들고 국가가 생기고 제도가 생깁니다.

 

 

 

그러면 어째서 유라시아 대륙은 작물화, 가축화에 성공했는데 비해 아프리카와 오스트렐리아 대륙의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을까요? 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환경이 그렇다는 겁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이 작물이 잘 자라는 토양을 가졌고, 짐승들이 잘 자랄 환경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지역은 먹을 거리가 풍부해졌고, 인구가 더 많아지게 되고, 그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 제도가 발전하게 되었고, 더불어 다른 인류를 한꺼먼에 몰살시킬 수 있는 전염병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발전된 문명을 가진 이들은, 아직도 먹고 사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잉여를 만들지 못한, 그래서 덜 발전된 이들 그러나 훨씬 더 순수하고 행복한 이들을 정복하기 시작했고, 그런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이런 세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입니다.

 

 

 

중국과 더불어 문명으로의 스타트가 가장 빨랐던 비옥한 초승달 지대. 지금으로 치자면 요르단,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그리고 유크라테스강과 티그리스 강이 흐르는 이라크와 이란의 일부 지역이다. 그렇다. 우리가 배웠던 4대 문명의 발상지이다.

 

출발이 가장 좋았던 이 지역과 중국이 지금의 유럽이 되지 못한 이유가 있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그 후로 더 이상 비옥해지지 않았다. 사막화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살기에 적합한 땅은 점점 줄어들게 된 것이다. 중국은 출발도 가장 좋았고 한참 동안 1등을 유지했으나, 유럽과는 달리 일찍 통일 제국이 완성되는 바람에 팽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항상 분열했던 유럽은 경쟁심과 투쟁심으로 다른 인종과 대륙을 정복했다.... 고 저자는 설명했다. 은근히 수긍이 가면서도 뭔가 반박하고 싶은....

 

사진 출처 : https://twitter.com/Good_HM/status/563957810111582208

 

 

 

사람들의 차이가 아니라 지리적 환경의 차이

 

 

 

서두에 적은 글은 저자의 뉴기니 친구인 얄리가 저자에게 던졌던 질문이었습니다. 200년 전만 해도 모든 뉴기니인은 아직도 '석기 시대'에 살고 있었고, 마을은 중앙 집권적 정치 체제조차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런 뉴기니에 백인들이 들어왔고 쇠 도끼, 성냥, 의약품, 청량 음료, 우산에 이르는, 뉴기니인들도 금방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물건들이 잔뜩 들어왔습니다. 뉴기니에서는 그런 물건을 통틀어 '화물'이라 불렀습니다.

 

 

 

대부분의 백인 이주민은 '원시적'이라는 이유로 뉴기니인을 경멸했고, 현재에도 그들은 원주민들로부터 '나으리'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그들 중에 가장 무능한 백인이라도 뉴기인들보다도 훨씬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 불평등한 관계속에서 자연스레 나오기 마련인 얄리의 물음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확고합니다. 각 대륙의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이라고. 사실 그들 둘다 뉴기니인들이 적어도 유럽인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구구절절이 설명하긴 했지만 저자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문명이 발달은 아주 우연하게, 그들이 살고 있는 지리적 환경의 이점 때문이라고 합니다. 뒤집어 이야기해보면, 우리가 여태껏 직접적이든 은연중이든 배워왔던 유럽의 민족 혹은 인종의 우월성 같은 것은 거의 취급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주장하기 위해 모든 인류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던 과거 13,000년 전으로 돌아가서 인류의 발달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한반도의 2배보다 좀 더 큰 면적에 약 500만이 살고 있는 파푸아뉴기니. 아직까지도 이전의 풍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이 있다.

 

저자는 뉴기니인이 서구인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먼저 유럽인들이 좀 더 편하게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한 반면에 뉴기니인들은 살인, 전쟁, 각종 사고, 먹거리 조달등의 어려움으로 높은 사망율을 견뎌내야 했는데, 오직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이런 사망의 각종 위험을 피할 수 있었고, 이런 유전적인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의 유럽과 미국 어린이들이 TV, 컴퓨터, 영화 등의 수동적인 활동이 많은 반면에 전통적인 뉴기니 어린이들에게는 그런 수동적 오락을 즐길 기회가 사실상 전무하며 그 대신 그들은 다른 어린이들이나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노는 등 어떤 능동적인 일을 하면서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완전 공감이다.

 

사진 출처 : http://blog.joins.com/media/index.asp?uid=kbb046&folder=128

 

 

 

미래에는 어떤 요소들이 문명의 발달을 이끌 것인가?

 

 

 

유럽이 어떻게 지금의 유럽이 되었는지, 뉴기니는 또 어떻게 지금의 뉴기니가 되었는지, 아메리카의 전통 왕국들은 어떻게 역사속으로 스러져갔는지에 대해, 아주 오래전의 우리의 모습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진화론, 생물학, 지리학, 문명사를 뚫어보는 저자의 통찰력이 대단합니다. 반전의 매력이 듬뿍 담긴 책입니다. 사실 저자가 제기한 문제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거 몰라도 사는데 전혀 지장없고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저자가 제기한 해답도 전혀 생각지 못한 관점이었습니다.

 

 

 

사실 그러면서도, 잉카의 아타우알타는 스페인의 침공에 미리 대비하여 새로운 무기를 개발했어야 했나? 아니면 스페인 본토로 쳐들어가 먼저 선빵을 날렸어야 했나? 환경적, 지리적 여건으로 그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문명국의 약탈에 힘 없이 무너지는 것도 다 그들의 숙명인가? 나아가, 먹고 살 만해지면, 아니 먹고 살 만해지려고 침략하고 뺏고 죽이고 하는 것이 인류의 본성인가? 하는 의문들이 마구 생깁니다. 그리고 지리적인 환경의 차이가 이제는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로 약해진 지금, 여때껏 인류 발전을 주도해온 총 균 쇠를 대신하여 미래에는 어떤 요소들이 문명의 발달을 이끌 것인가 하는 것도 저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대충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 머리가 막 아플라고 그럽니다. ㅎㅎㅎ

 

 

 

살면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없었을지도 모를 아주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돌도끼를 들고 채집과 수렵으로 살아가던 석기인들로부터 시작해서, 통합에서 다시 분열로 나아가려고 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 장대한 시간을 살아 내었던 우리 선조들과 함께 아주 긴 시간 여행을 한 듯한 기분입니다. 뭔가 뿌듯합니다.

 

 

 

근데, 친구 얄리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단지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다이아몬드 할배가 이렇게 이야기한 건 아니겠죠?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