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인력, 상대성이론, 그리고 양자역학 : 김상욱의 과학공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 이론
3위 : 만유인력
질량이 있는 두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
나랑 지구랑도 그렇다. 나도 지구를 당기고 지구도 나를 당긴다. 지구가 나를 1m 당기면 나도 지구를 0.0000000000000000000001m 당긴 것이다. 나랑 아내랑도 그랬다. 내가 1m 다가가면 아내도 1m 다가왔다. 지금은 내가 1m 다가가면 아내는 10m 도망간다. 뉴턴의 만유인력은 15년 넘은 부부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이론이다.
2위 : 상대성 이론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졸라 빠른 비행기를 타고 우주 여행을 한 1년 다녀오니, 큰 아들 산이가 할아버지가 되어 있고, 내 나이가 되어 있는 손자 녀석을 발견한다. 우와~~ 할배요!!! 그래, 내가 니 할애비다. 근데, 할매는 어찌되었느냐??!! 설마 아직도 살아 있는 건 아.........
1위 : 양자역학
물체는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
무신 말이여? 눈으로 보면 분명 물체가 여기 있는데, 어떻게 여기저기 있다는 말인가? 답은 이렇다. 물체가 여기 있는 것은 당신이 보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보기 전까지 물체는 사방에 동시에 존재한다. 다른 말로, 결정되어 있는 상태를 관측하는게 아니라, 관측하면 그것으로 인해 상태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그니까 이게 무슨 뜻이냐고? 울 마눌이 온 사방에 있는데, 나는 우리 집에 있는 마눌만 보기 때문에 울 마눌이 집에 있다는 머, 그런 뜻? 헐~~ 이거 오싹한데!!!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점점 황폐해져 가는 지구를 대체할 인류의 터전을 찾기 위해 웜홀을 통해 우주 여행을 떠나는 탐험가들의 모험! 영화 인터스텔라이다. 주인공은 우주의 미아가 되어 버릴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오로지 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돌파한다. 그리고 결국은 백발이 된 늙은 딸과 감동의 재회를 한다. 상상의 블랙홀을 화면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저자는 저보다 나이가 두살 많은, 저의 모교 대학교에서 물리교육과 교수로 계시는 분입니다. 전공은 아마도 양자역학인가 봅니다. 서두에 언급한 위대한 물리학 법칙도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나오지만, 양자역학의 이야기는 더 많이 나옵니다. 제대로 이해한 인간은 한명도 없다고 리처드 파인만씨가 말했던 그 양자역학요.
호기심이 막 생깁니다. 양자역학이 모예요? 막 찾아봅니다. 인터넷에 촤르르르르 나옵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양자역학의 정의조차 내린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막 읽어봅니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었으나 관측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파동이론, 쿼크 등등....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읽기 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OTL
물리학에 결정론이냐 비결정론이냐, 자유의지가 있냐 없냐는 저자의 물음도 어렵지만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비슷하다는 군요. 미래는 결정되어 있으나 너무 복잡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자유의지가 있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연 그럴까요? 현실은 미래가 예측 가능합니다. 내일도 출근, 모래도 출근, 주말에는 시체놀이, 몇 년후 회사에서 나오고, 쓸쓸히 말년으로 다가가는 초라한 어깨..... 그러나 나에겐 자유의지가 있다. 이 자유의지로 예측 가능한 미래를 바꾸겠노라!!
양자역학을 서핑하다 눈에 들어오는 이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에 나오는 핵폭탄을 개발하는 이휘소가 아니라 양자역학 연구에 큰 역할을 했던 학자라고 나온다. 그렇구나. 우리는 소설에 나오는 그 이휘소로 믿고 싶었던 거구나....
사진 출처 : http://blog.khnp.co.kr/blog/archives/4980 (한수원 블로그)
우주는 텅 비어있다. 지구가 모래 알갱이만 하다고 가정하면 태양은 오렌지 크기가 되고, 지구는 태양에서 6미터 거리에 위치한다. 오렌지 크기의 태양이 부산역 광장 분수대에 놓여 있다고 한다면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은 부산역 플랫폼에 위치한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별인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하려면 일본 홋카이도 북쪽 끝까지 가야한다. 결국 부산역을 중심으로 반경 1,600킬로미터 이내에 오렌지 한 개랑 모래 알갱이 몇 개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따라서 주변에 무언가 물질이라 부를 만한 것을 발견한다면 그 자체로 기뻐해야 한다. 생명체는 지구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특별한 물질이다. 내 주위에 생명체 가운데 나와 같은 종種을 만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다른 인간을 사랑해야만 하는 우주론적 이유이다. (p.13)
이 과학자 아저씨가 사랑에 대해서 쓴 표현입니다. 단지 위의 문장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그냥 과학을 이야기하는 과학책이 아니라는 필이 팍 옵니다. 어찌 과학자가 저런 표현을? 칼 세이건을 많이 읽으셨나? 그렇습니다. 과학자가 본 우리 주변의 이야기 책입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을 형상화한 모습니다. 백두산을 탁구공만큼 아주 압축한, 그래서 빛도 시간도 빨아들인다는 폭풍 흡입의 지존이시다. 그럼에도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은 여기를 무사히 통과한다. 블랙홀의 그래픽인데, 실제로도 아주 그럴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좀 머찌다.
사진 출처 : 중앙일보
속세에서 부를 축적하려고 하는 노력의 바탕에는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는 망상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경험은 밖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느낌, 생각, 행동, 기쁨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그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만, 이들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열매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입니다. -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 (p.65)
공원에서 한 남자가 일어나 웃통을 벗은 채 춤을 추기 시작한다. 주변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누워 있는 좀 난감한 상황이지만, 이 남자는 개의치 않고 열심히 춤을 춘다. 얼마 후 다른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웃통을 벗은 남자는 반가이 맞아주며 함께 신나게 춤을 춘다. 이어서 세 번재 사람이 와서 자기 친구들을 손짓하여 부른다. 네 번째, 다섯 번째.... 결국 공언의 모든 사람들이 춤의 대열에 합류한다.
사람들은 처음 춤을 추기 사작한 남자를 영웅이라 부를 것이다. 하지만 시버스의 생각은 다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첫 번째 남자를 따라 춤을 춘 두 번째 사람이다. 두 번째 사람이 없었으면 첫 번째 남자는 그냥 바보가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이 용기를 내어 바보의 대열에 합류했을 때, 춤은 그냥 미친 짓이 아닌 의미를 가진 행위가 된다. 이제 세 번째 사람은 훨씬 적은 용기로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으며, 세 명이 되면 이것은 하나의 운동으로 발전한다. (p.170)
세상은 인문보다 과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학도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창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저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과학보다는 인문이었습니다. 근의 공식과 원자 기호는 학교의 졸업과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대신에 예술과 철학이 자리잡았습니다. 저자는 그럼에도 여전히 과학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인간과 세상을 알고자 하는 것은 과학과 철학의 교집합입니다. 과정은 다르지만 궁극적 지향점은 같다는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저자가 과학자의 입장에서 우리의 정치와 사회, 문화, 역사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시선으로 파고 듭니다. 때론 유쾌하게, 때론 날카롭게, 때론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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