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씨, 재미있게 잘 사셨네 : 리처드 파인만 <남이야 뭐라 하건>
Ep. 1
딕 아저씨 : 세상에는 모든 숫자들의 두 배되는 숫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니?
9살 파인만 : 아니야, 안 그래요!
딕 아저씨 : 사실이야, 가르쳐 줄께. 숫자를 하나 말해 보렴.
9살 파인만 : 100만
딕 아저씨 : 200만
9살 파인만 : 27
딕 아저씨 : 54
9살 파인만 : 알겠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모든 숫자들의 세 배되는 숫자들이 있다고 해도 되겠는데요.
딕 아저씨 : 그렇다면 이 세상에 제일 큰 숫자란 것이 있는 걸까?
9살 파인만 : 아뇨, 왜냐하면 어떤 숫자든지 그 숫자의 두 배 또는 세 배되는 숫자가 있기 때문이에요. 심지어는 100만 배가 되는 숫자도 있을 수 있어요.
딕 아저씨 : 맞았어. 그렇게 끝없이 숫자가 계속 커져서 가장 큰 숫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개념을 '무한대' 라고 부른단다. (p144~145)
Ep. 2
예술가 친구 : 이 꽃 좀 보게나,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파인만 : 그렇군
예술가 친구 : 예술가인 나는 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 수 있지만, 과학자인 자네는 꽃을 분석하고 분해하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게 된다네.
이런, 좀 모자란 친구 같으니.... 자네가 보는 아름다움은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네. 그리고 사실 나는 꽃 한송이에서 자네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네. 세포와 그 움직임 말일세.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아름다움이 있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의 세계에서도 그 아름다움은 존재한다네.
꽃 색깔이 가루받이해 줄 곤충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진화한 것인데, 그렇다면 곤충이 색깔을 알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하등 생물들도 인간과 같은 미적 감각을 지니고 있을까? 이와 같은 과학적 지식은 새롭고 흥미로운 질문들을 갖게 한다네. 그리고 이런 질문이 꽃에 대한 흥미와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네. (p.13~14)
# 3
때르르릉
스위스 대사관 :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되셨습....
파인만 : 지금이 몇신줄 아쇼!
파인만 : 노벨상 준다는데, 안받고 싶어. 가기도 귀찮고. 그거 받고 나면 막 유명해지고 그러잖아... 난 그러기 싫어.
타임지 기자 : 박사님. 노벨상을 안 받으면 그걸로 더욱 유명해질 겁니다.
기자2 : 님. 안 받는게 더 귀찮을걸요.
파인만 : ㅠㅠ. (소스 : 나무위키 + 솔까말 인물사전)
"내가 하려는 일이 물리학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는 중요치 않다. 문제는 그 일이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느냐다."
리처드 파인만은 그 유명한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의 저자입니다.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쓰십니다. 어렵기만 한 물리를 쉽게 알려준 선생님이자 수많은 업적을 남긴 위대한 물리학자이지요. 거기다가 잘생기기까지 했습니다. 엄친아의 본좌.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그의 코드는 '유머'입니다. 인생 자체가 재미있는 분입니다.
What Do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 그의 연인이자 이 책 1부의 주인공인 알린 파인만이 자주 사용하던 말입니다. 이 때문에 66번 도로 옆에서 스테이크를 굽기도 하고, 잘 모르는 교수들에게 리치와 푸치라는 이름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책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와 부모의 교육관, 그리고 알린 파인만과의 아름다운 로맨스 등의 내용으로 '농담도 잘 하시네.'의 속편 쯤 됩니다. 2부는 1986년에 있었던 우주왕복선 챌린지 호의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폭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추운 날씨로 O-Ring이 탄성력을 잃어버려 제 기능을 못한 이유이지만(파인만 박사가 직접 O-Ring을 실험하는 모습의 동영상이 유투브에 있다.), 파인만 박사는 조직 내부의 구조적인 원인까지 밝혀내려고 애썼습니다. 사고조사보고서의 모범 사례로 널리 일컬어진 보고서의 일부가 이 책 말미에 실려 있습니다.
책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해도 첫 아내 알린과의 순애보적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병에 걸린 줄 알면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결혼에 골인합니다. 그리고 사별합니다. 아내가 사망한 뒤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다가, 어느 옷가게 앞에서 "알린이 저 옷을 좋아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자 미친듯이 우는 파인만의 순수한 모습이 생생하게 나옵니다. 훗날에는 뭐, 카사노바로 대변신 했다능
파인만 박사는 역사상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과학자라고 합니다. 비단 그가 잘 생기고, 노벨상을 탄 머리 좋은 물리학자이고, 유머가 철철 넘치기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거짓말하지 않으며 속일 수도 없는 자연을 일평생 탐구하면서 체험으로 결과를 구하는 과학자의 순수한 자세와, 위선과 권위의식을 거부하는 인간적인 매력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과학을 대하는 순수한 열정, 권위와 위선에 도전하는 괴짜, 인생을 늘 재미있게 살았던 천재, 우리는 그를 오래 기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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