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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내 판단과 행동은 모두 유전자의 명령이다 :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by 개락당 대표 2016. 3. 20.

 

 

 

내 판단과 행동은 모두 유전자의 명령이다 :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인간은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이기적인 생존 기계이다.

 

 

 

레밍이라는 쥐의 일종인 이 동물은 수천마리가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자취를 감춤으로써 개체수를 조절한다고 합니다. 이 일종의 사형 집행을 명령하는 유전자는 오직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개체에게 이렇게 명령합니다.

 

 

 

철수와 영희의 아버지는 어떤 절체절명의 순간에 망설임 없이 철수와 영희를 구하고 자신은 죽습니다. 아~~ 얼마나 숭고한 희생입니까! 그러나 이것 역시 유전자의 명령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철수와 영희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50%씩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명을 구하면 자기의 유전자 100%를 살리는 겁니다. 여기서 다른 선택 즉, 아이들이 죽고 아버지가 살아도 자신의 유전자 100%는 고스란히 남습니다. 근데, '기대수명' 이라는 개념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사실상 번식 활동? 이 끝난 아버지에 비해 철수와 영희는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철수와 영희는 이제부터 자녀들을 낳아 아버지의 유전자를 계속 이어나갈 확률이 큽니다. 즉, 아버지가 죽고 철수와 영희를 구하는 것이 아버지의 유전자를 보존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죠. 유전자 입장에보면 이것이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자기를 희생하는 이 이타적인 행동이 사실은 유전자의 명령을 그대로 수행한 운반자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인간은 그저 이넘들을 후세에 보존하기 위한 운반자일 뿐이라고? 내 몸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내 몸안에 있는 이렇게 생긴 넘이라고? 내가 하는 모든 판단 기준이 이넘을 후세에 계속 남기기 위해서라고? 묘하게 납득이 가면서도 어째 좀 거시기하다.

 

사진 출처 : 메디컬데일리

 

 

 

책에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9장의 암수의 전쟁 편이었습니다. 저자는 암컷과 수컷이라고 썼지만 남자와 여자로 바꿔서 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성격 혹은 행동은 유전자의 차이, 정확하게는 성세포의 차이에서 출발합니다. 일단 정자의 수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만들기도 쉽습니다. 건강한 남성은 하루에 약 1억개의 정자를 만든다고 합니다. 엄청납니다. 이에 비해 여성은 한달에 난자 겨우 하나를 만듭니다.

 

 

 

이렇게 많이 만든 정자를 그냥 죽이는 것은 유전자의 명령에 대한 배반?입니다. 유전자는 이 정자를 꼭 써먹어라고 우리에게 명령합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가능하면 많은 여자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골고루 하사? 하려는 본능에 순응하려 몸무림칩니다. 한 여자에게 임신을 시키면 바로 도망가서 또 다른 여자에게 자신의 복제자를 만들려고 합니다.

 

 

 

암컷 즉 여자도 이에 대한 대비가 있습니다. 가능한 한 교미를 뒤로 미룹니다. 그리고 조건을 답니다. 먹을 것을 충분히 확보하면, 나와 내 새끼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마련하면, 너의 유전자를 복제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교미후에 수컷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수컷은 먹이를 확보하고 집을 짓는 무료 봉사가 아까워서 다른 암컷으로 가기를 꺼립니다. 다른 암컷으로 가봤자 유전자 복제를 위해서는 또 이런 무료 봉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여자는 최대한 관계를 미루면서 남성을 관찰합니다. 조신한 여성을 표방하면서 시간을 법는 겁니다. 그리고 이 넘이 성실한 넘인지, 혹은 매력적인 넘인지를 판단합니다. 성실한 넘이면 당연히 육아에 도움을 줄 것이고, 그러면 여성 자신의 유전자 복제자를 잘 키워낼 수 있을 겁니다. 매력적인 넘을 배우자로 고르면, 육아는 좀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아들이 매력적으로 나올테고 그러면 이 아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많은 여성들에게 퍼뜨릴 겁니다. 바람둥이 아들을 기대하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여자들도 매우 이기적?입니다. 

 

 

 

남자들이란 김태희랑 살아도 1년 후면 오나미랑 바람핀다는 사실이 유전자적으로 해석하면 너무 당연한 말이다. 우리가 이런 언니들에게 눈길이 가는 것도 다 유전자가 시켜서 그러는 거다. 세계적인 석학인 리차드 도킨스가 이를 증명해주었다. 뭔가 위안이 된다. 저자에게 고마워해야 하나....ㅋㅋㅋ  여자들의 줄듯 말듯 하면서 남자의 등골을 빼는, 그러면서 결국은 안주는, 이 사람 숨 넘어가게 하는 행동들도 다 유전자적으로 해석이 된다고 하니..... ㅋㅋㅋ  그러고 보면 애들이 밥 달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챙겨주는데 신랑이 밥 달라라고 하면 무지 화가 난다는 치타여사의 대사도 유전자적으로 아주 당연하다. 저자는 역시 천재다.

 

 

 

죄수의 딜레마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계시겠죠. 두 공범자가 협력해서 범죄 사실을 숨기면 증거 불충분으로 형량이 아주 낮아지는 최선의 결과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나만 무죄로 나갈 수 있을까? 상대방이 분명히 배신할거라는 믿음에 무거운 형량을 받는 Lose - Lose 게임입니다. 근데 이게 논리적으로는 최선입니다. 상대가 낼 수 있는 카드는 협력과 배반이라는 카드인데, 그 어떤 카드에 대해서도 내가 배반이라는 카드를 내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이니까요.

 

 

 

책에서는 이 시뮬레이션의 무한 반복을 통해, 배반보다는 꾸준히 믿고 신뢰하는 협력관계를 갖는 것이 서로에게 큰 이익이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실은 이것이 죄수의 딜레마를 깨 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인간에게 적용하는 예로써 이혼에 대한 분쟁이 책에 나옵니다. 비록 결혼에 실패할 때라도 두 사람이 협력을 계속하면 서로의 이익을 최대로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개의 경우는 서로 배반하여 결국 변호사들만 배부르게 해주지만 말이죠.

 

 

 

 

담합을 한 건설사에게 너만이라도 담합을 자백하면 가볍게 처벌해 주겠다는 달콤함으로 유혹한다. 이 재판장의 유혹에 대해 담합한 건설사들은 어쨌건 서로 협력하여 사실을 부인해야 하지만, 실제는 먼저 자백해버리는 딜레마 쏙으로 빠진다. 이 딜레마를 발로 차 버리는 동물과 식물들의 여러 예시가 책에 나온다. 1차 세계 대전중에 영국군과 독일군이 했던 '우리도 살고 남도 살리자' 운동도 대표적인 죄수의 딜레마 타파법이다.

 

 

 

사진 출처 : http://frontiersmag.wustl.edu/2015/02/23/a-treatment-made-just-for-me-the-emergence-of-personalized-medicine/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다. 우주에서 자신의 사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자기 복제자다.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작은 입자들이 우연히 마구 부딪쳐서 출현하였다 자기 복제자가 일단 존재하면 그것은 자신의 복사본을 한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복제 과정도 완벽하지 않으며 자기 복제자들의 집단 내에는 몇 개의 다른 변이체가 생긴다. 이 변이체 중 어떤 것은 자기 복제 능력을 잃어서 자신이 소멸할 때 그 변종도 아울러 소멸하고 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은 가장 강력하고 재주 있는 자기 복제자로 채워진다. - P 425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무림 강호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자신을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정한 경쟁과 속임수와 이기적인 행동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은 이 세계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도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고 우리나 내리는 모든 판단과 행동도 유전자의 보전이라는 목표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 책의 큰 줄거리입니다.

 

 

 

공감은 가지만 그의 주장은 놀랍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는 유전자, 나는 나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것이 단순히 유전자의 명령이라면, 실제 그렇다하더라도, 뭔가 재미가 없어집니다. 유전자의 삶이든 나의 삶이든 즐겁고 재미있게 살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특히나 내 안의 정자를 모든 여성에게 나누어 줘라는 유전자의 명령은 웬지 아주 충실하게 수행하고 싶어집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