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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내가 안죽였어 : 김상욱 <김상욱의 양자 공부>

by Keaton Kim 2021. 7. 22.

 

 

 

1.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누가 죽였나?

 

완전히 밀폐된 상자안에 고양이와 독약이 든 병이 있다. 독약 병은 원자의 상태에 따라 작동이 결정되는 기계 장치에 연결되어 있다. 장치가 가동되어 병이 깨지면 독약이 나와 고양이는 죽는다. 여기서가 중요한데, 원자는 양자 역학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와 독약병을 깨뜨릴 수 있는 상태로 동시에 있을 수 있다. 고양이는 죽었나? 살았나?

 

코펜하겐의 해석에 따르면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상자를 여는 순간 하나로 결정된다. 이게 뭥미? 고양이는 생물이라 죽은 것 아니면 산 것인데 이게 어떻게 중첩된다는 거지?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는 상태란 건 도대체 어떤 상태란 말인가?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빗대어 슈뢰딩거는 양자 역학의 말도 안됨을 설명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면 총을 꺼내 고양이를 쏴버린다고 했다.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내가 "그 고양이, 내가 안죽였어." 한다.

 

 

2.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나의 자유의지인가?

 

제갈공명은 동남풍을 예측하여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천 년 전 천재 과학자 공명이 예측했던 동남풍은 이제 일기예보의 예쁜 언니들이 한다. 낼 비가 온다고 하면 거의 비가 온다. 공명은 내일 날씨를 맞추는 지금 시대를 상상했을까? 이렇게 기술이 거듭 발전하면 한 달 후, 혹은 일 년 후의 날씨도 거의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양자 역학 독후감을 적고 있다. 이건 내가 10분에 책을 꺼내고 컴퓨터를 켜고 했던 내 행동의 결과이다. 그러니까 10분 전의 상태로부터 뉴턴의 법칙에 따라 정해진 궤적을 따라 지금의 책읽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그럼 10분 후의 내 모습도 예측할 수 있다. 이걸 측정할 수 있는 기계는 곧 나올 거다. 이미 구글이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일 년 후의 내 모습을 비춰주는 기계도 멀지 않았다. 

 

사실은 이렇다. 우리 우주는 결정론적 우주이며 모든 것이 다 결정되어 있으므로 개인의 자유 의지란 없다. 미래의 내 모습도 이미 다 결정되어 있다. 단지 내가 모를 뿐이다. 강아, 니가 아빠를 도와 도자기 유약 바르는 일은 하는 건, 결정론에 따라 이미 그렇게 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하니 강이는 "아빠가 시켰잖아요!" 한다.

 

 

3. 나는 아주 우연히 이 우주에 살고 있을 뿐이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시험을 보자. 전자 하나를 쐈는데 2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난다. 전자는 잔월대마가 아니라서 분신술을 쓰지 못한다. 그런데도 하나의 전자가 2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난다. 더 이상한 건, 측정을 하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하나의 구멍만을 지난다는 거다. 이게 말이 되냐고. 이 이야기를 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조카 하은이가 전자는 부끄럼쟁이인가봐요 한다. 

 

그래, 전자는 부끄럼을 많이 타서 사람이 보면 하나가 되나부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측정을 했더니 전자가 오른쪽 구멍을 지났다면 왼쪽 구멍을 지나는 상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다세계 해석의 입장은 다르다. 측정하는 순간 우주는 둘로 나뉜다. 전자가 오른쪽으로 지나는 우주와 왼쪽으로 지나는 우주로.

 

옳커니, 바로 이거다. 우주는 매순간 분열한다. 내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우주가 생긴다. 1번 우주에서는 건설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 내가 살고, 2번 우주에서는 첫사랑 경숙이와 콩닥콩닥 지내고 있는 내가 살고, 3번 우주에서는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 오렌지를 따고 있는 내가 산다. 지금 이 우주는 아내와 만나 산들강을 낳고, 건설회사를 다니다 때려치고, 가난한 자영업자로 발버둥치는 내가 아주 우연하게 살고 있을 따름이다. 

 

 

1927년 솔베이 전쟁. 보어를 중심으로 양자 역학을 믿는 과학자와 아인슈타인처럼 믿지 않는 과학자간의 빅뱅. 결국 양자 역학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사진엔 무려 17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계신다. 홍일점은 퀴리부인이시다. 윗열 맨 왼쪽은 시간 여행자의 자리라 비워져 있다.

 

 

천 년 전의 사람들은 신이 이 우주를 만들었으며 모든 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신의 가장 자랑스런 피조물인 인간이 우주에서 가장 귀한 존재로 여겼다. 오백 년 전쯤 사람들은 이게 개구라였음을 밝혔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며 인간이라는 존재도 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원숭이 비슷한 것이 진화를 해서 된 거라고. 

 

뉴턴은 고전역학을 완성했고 우주는 결정되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에 와서는 서 있는 너의 시간과 달리는 나의 시간이 다르다고 했다. 이제는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자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근데 그 원자의 세계는 아직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전가는 동시에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한다. 근데 그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는 모른댄다. 아주 양보해서 하나의 전자가 동시에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한다 치자. 그러면 원자로 이루어진 나도 동시에 두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도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원자는 되는데 나는 왜 안되는 건데?

 

양자 역학의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최적의 안내서라는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아무것도 모르겠다. 전자는 여기에 있다가 저기로 갈때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퀀텀 점프로 이동한다고 한다. 분신술에 공간이동술까지 구사한다. 차라리 전자는 부끄럼쟁이라는 조카의 말이 훨씬 신빙성이 있다. 근데 우주가 분열한다는 다세계 해석은 참 그럴 듯 하다. 과학이 무지 발달한 미래엔 우주가 여러 개라는 것도 증명할 수 있을 거다.

 

그나저나 저쪽 우주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