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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쇼츠를 끊고 싶습니다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by 개락당 대표 2025. 1. 29.

 

화장실에 가면 30분은 기본이고 한 시간도 앉아 있습니다. 일 하다가 잠깐 핸드폰을 봤는데 한 시간이 넘게 지났습니다. 밤에 잘 때는 두어 시간은 그냥 가버립니다. 쇼츠 이야기입니다.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쇼츠를 비롯한 유튜브입니다. 

 

쇼츠를 보는 시간도 아까울 뿐더러, 더 중요한 것은 이넘에게 질질 끌려다닌다는 겁니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뭐도 하고 뭐도 하고 해야지 하며 계획을 세웠지만 이넘 때문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또 후회하고,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에잇, 될대로 되라며 대충 삽니다. 

 

핸드폰을 없애버릴까요? 아님 어르신 폴드폰으로 바꿀까요? 이런 극단적인 선택 외에는 방법이 없을까요? '쇼츠를 끊어버리자'는 결심만으로는 잘 되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가 약한 것일까요? 

 

 

 

 

하지만 진실은, 이것이 무엇보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내 지인 중 나의 조부모님처럼 산과 농장을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부 슈퍼마켓에서 먹을거리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 슈퍼마켓들은 값싼 가공식품으로 가득하고, 가공식품은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막대한 예산을 통해 우리에게 광고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각자가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변화해야 하지만, 그보다는 배후의 거대한 세력과 맞설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마다 화면 너머에서 엔지니어 천여 명이 우리가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듯이, 우리가 가공식품을 포기하려 할 때마다 전문 마케너로 이루어진 팀이 우리가 다짐을 깨고 다시 돌아오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한다. (319쪽)

 

 

가공식품이 그러하듯 핸드폰도 저 너머에 천재 엔지니어들이 사용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오래 핸드폰을 쥐게 할 수 있을까 연구하고 실행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사용자가 잔인하고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영상을 볼 때 시청 시간이 늘어나는 점을 이용해 이런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작용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내 의지가 약해서 끊지 못하는 건 아니다는 말입니다. 아주 쪼금 위안이 되기는 합니다.

 

저자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드니 사람들이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도를 바꾸고 사회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사회를 바꾸어 왔습니다. 프레온 가스가 환경에 아주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세상에 알려 지금은 조절하고 있고 가급적 줄일려고 하고 있습니다. 납이나 석면도 인체에 해롭다는 걸 밝혀내어 이제는 더 이상 생필품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자본주의가 만든 이 같은 프로그램이 인간에게 아주 심각하게 해롭다는 걸 밝혀내고 알려서 규제해야 됩니다.

 

아주 옳은 말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지요. 하지만 근본적이고 즉각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나의 도둑맞은 집중력은 아직 구천을 해메고 있고, 그래서 나는 당장 쇼츠를 끊고 싶습니다. (이 바램을 막내에게 말했더니, 자기가 부모앱을 깔아서 감시를 해주겠답니다. 이넘 똑똑합니다.)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해결 방법을 보니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유튜브 검색 기록을 삭제해서 알고리즘이 더 이상 나를 찾지 않게 하거나, 유튜브를 켤 때 타임도 함께 켜서 일정 시간 이상 보면 알람이 울리게 하는 방법 등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려니 귀찮습니다. 

 

근데, 아주 똑똑한 넘들이 떼로 몰려 나를 핸드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거라면, 오기가 생깁니다. 네깟 놈들한테 질 수야 없지. 내 의지가 너희들의 알고리즘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네, 그럴 작정입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쇼츠를 볼 시간에 운동을 하고 사색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됩니다. 조금만 부지런해지고 충실해지면 됩니다. 참 쉽습니다. 나를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