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무역을 하면 기본적으로 좋은 물건을 싼 값에 얻을 수 있음에도 트럼프는 관세라는 채찍을 무기로 여러나라를 협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게 나라를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자원을 뺏을라고 굴욕적인 조약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유럽은 앞다투어 무기를 만드는데 더 많은 돈을 쓰겠다고 한다. 나라 간의 전쟁은 더 잔혹지고 있고,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는 이전보다 많은 쿠데타가 일어나서 백성들이 잘 살기는 더 어렵다. 중국의 독재는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한때 기후 위기를 걱정해서 세계가 힘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으나 이젠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외친다. 미국은 이미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으며 더 많은 석유를 캐려 하고 있다. 유럽도 에너지 위기에 처해 원자력을 늘이는 카드를 만진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일회용 물건들은 이전보다 훨씬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친 대통령이 나와서 계엄을 선포했으며 나라 살림은 시궁창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최악이다. 사회적 기업, 도시 재생, 풀뿌리 민주주의, 마을 만들기, 교육 공동체의 예산은 점점 줄고 있다. 부자 감세 등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게,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렵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한때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했던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혁명이라 불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이 그랬고, 마오저뚱의 중국 혁명도 결국 실패였다. 카스트로의 쿠바 혁명도,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도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 언뜻 성공한 듯 보였으나 거기까지였다. 혁명은 성공하였으나 권력을 잡은 이들은 혁명의 목적을 다 잊어버리고 다시 독재를 하거나 백성들을 괴롭혔다.
인간의 빛나는 지성와 이성으로 모든 불합리한 것들을 극복하여 우리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으며 살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까. 왜 인간의 이성과 지성은 인간의 본성과 이기심에 번번히 지는 걸까? 본성과 이기심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내가 조금 손해보더라도 모두가 잘 사는 걸 선택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늘 이게 궁금했다. 작가는 이 책 <생물학>편에서 나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이기적 유전자>에 나온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종자란다. 생물학적 본성이 그렇댄다.
다윈주의 관점에서 보면 마르크스의 이론은 틀렸다. 다윈주의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그런 꿈을 이룰 수 있는 종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다윈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물론 철학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겉으로는 진화론을 인정했지만, 인간 심리와 행동에 자연선택이 만든 생물학적 기초가 있다는 명제는 부정했다. 마르크스는 인간 본성을 호모 사피엔스의 보편적 생물학적 속서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총체로 보았다. 사회적 관계를 바꾸면 본성도 달라진다고 믿었다. 공산주의자는 '올바른 사상'을 지녔지 때문에 권력을 잡아도 오직 인민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꿈에 홀려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마르크스 추종자들은 어느 시대 어느 권력자보다 무자비하고 집요하게 권력을 탐했다. (135쪽)
인간이 아무리 좋은 사회제도를 만든다 한들 그것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충돌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그 예시로 사유재산의 폐지를 들었다. 인간은 '성실'과 '태만'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도 결과는 같으니 '태만'을 선택한다. 인간들의 '태만'의 결과로 그 제도는 망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아보자는 인류의 실험은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그렇게 망했다.
나는 우리가 제대로 배우고 진실을 알면 인간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게 안된단다. 그래서 나는 슬프다.
과학에는 옳은 견해와 틀린 견해, 옳은지 틀린지 아직 모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인문학에는 그럴법한 이야기와 그럴듯 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인문학 이론이 진리인지 오류인지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없다. 그게 인문학의 가치이고 한계다. 한계를 넓히려면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가치를 키우려면 사실의 토대 위에서 과학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더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과학과 인문학을 다 공부해야 한다. (292쪽)
책의 그 유명한 물리학자 파인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토론회에서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논리로 파인만을 몰아부쳤는데, 그 사람들은 법률가, 사회학자, 역사학자, 신학자들이었다. 파인만은 이들을 자신이 바보인줄 모르는 거만한 바보라 칭했다.
유시민 작가는 솔직하게 자신이 거만한 바보였다고, 노년에 과학을 접하고 나서 겨우 정직한 바보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특히 자신과 같은 인문학자가 과학을 알아야 되는, 혹은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 위와 같이 썼다. 공감한다. 동시에 나도 거만한 바보가 아닌지 돌아본다. 쪼금 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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