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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야기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열명의 왕 : 주호민 <신과 함께>

by 개락당 대표 2017. 8. 14.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열명의 왕 : 주호민 <신과 함께>

 

 

 

 

 

 

저승시왕 :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열명의 왕.

 

 

 

1. 도산지옥 진광대왕

 

 

 

 

 

 

첫번째는 도산지옥을 담당하는 진광대왕이다. 도산지옥은 칼이 산처럼 쌓인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대표적인 형벌은 칼선 다리 타기가 있다. 말 그대로 칼날 위를 걷는 형벌이다. 죽을 만큼 아픈데 죽진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칼선 다리의 형태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겨 끝이 없다는데 있다.

 

 

 

진광대왕과 화탕지옥의 초강대왕, 한빙지옥의 송제대왕은 형제로 진광대왕이 제일 형이고 송제대왕이 막내다. 저승의 첫번째 관문이라 처리해야 될 사람이 가장 많고 대왕의 성격도 대체로 널널해서 대강대강 통과시키는 면이 있다. 뒤의 동생들이 잘 해 줄거라고 믿고. 

 

 

 

2. 화탕지옥 초강대왕

 

 

 

 

 

 

두번째 관문은 화탕지옥이다. 화탕지옥에 가려면 독사가 드글거리는 삼도천을 건너야 한다. 죄가 가벼운 사람은 크루즈를 타고 건너고, 보트나 나룻배를 타고 건너는 사람도 있다. 조폭 조직원은 오리보트를 타고, 조폭 보스는 튜브를 타고 건넌다.

 

 

 

화탕지옥의 대표 형벌은 변수탕형인데, 끓는 똥물에 튀겨지는 벌이다. 한번 변수탕에 들어가면 천년에 한번 변수탕 청소를 할 때까지 못 나온다. 음, 천년이라.....

 

 

 

이 화탕지옥을 관할하는 대왕이 초강대왕인데, 보기에도 깐깐한게 만만치 않게 생기셨다. 죄를 진 사람들은 초강대왕의 눈빛 포스에도 질릴 듯. 대산부군과 흑암천녀를 판관으로 두고 있는데, 대산부군은 죄업 기록 담당이고 흑암천녀는 선행 기록 담당이다. 당초에는 대산부군의 구형대로 주인공 김자홍을 변수탕형에 처할라고 했으나, 변호사 진기한의 말발과 흑암천녀의 충고를 따라 변수탕 3일 청소의 형벌을 내린다.

 

 

 

3. 한빙지옥 송제대왕

 

 

 

 

 

 

세번째 관문은 한빙지옥이다. 여기에서는 부모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형벌을 주는데, 이 사진에는 자식이 부모의 가슴에 박은 못 구멍이 그대로 나타난다. 어떤 이는 못 구명이 하도 많아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래서 당연히 한빙협곡 제일 깊숙한 곳에 박히는 형벌을 받았다. 엑스레이 구멍에 손을 대면 구멍이 생긴 연유가 촤르르르 동영상으로 펼쳐지는데, 김자홍은 고등학교 시절 집안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학원에 다니겠다고 우겨서 부모의 가슴에 못 구멍이 생겼다.

 

 

 

송제대왕은 불효한 영혼들을 징벌하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패륜아가 워낙 많아 한빙지옥은 얼음보다 영혼들이 많을 정도로 포화상태이다. 주 형벌은 한빙 협곡의 거대한 얼음속에 파묻히는 것이다. 송제대왕은 인자한 외모와는 달리 공정하고 엄격하게 직접 재판을 한다. 김자홍의 사인은 술병이었는데, 부모가 준 몸을 술로 죽을 정도로 함부로 다뤘다고 호통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의 호통 판사와 닮은 면이 있다.

 

 

 

4. 검수지옥 오관대왕

 

 

 

 

 

 

세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네번째 관문인 검수지옥에 가려면 업강을 건너야 한다. 업강의 물은 끓는 물인데, 이 물에는 망령을 뜯어 먹는 독충들이 들끓고 있으며 업강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이빨은 쇠톱으로 되어 있다고 이 책에는 쓰여 있다. 이 업강의 물로 컵라면을 먹으면 끝내준다능 전설이....  업강의 최대 포식자인 아귀 고래에 공격을 당해 위험에 빠지나, 지옥 입구에서 도와준 노파의 덕택으로 목숨을 구한다.

 

 

 

검수림형은 칼날로 되어 있는 나뭇잎에 느닷없이 찔려 고통을 받는 형벌인데 이는 함부로 내뱉은 말로 다른 사람을 상처 준 것에 대한 댓가다. 오관대왕은 죄의 무게를 정확히 계량하는 업칭이라는 저울을 발명해서 죄의 경중을 묻는데, 살생, 도둑질, 삿된 음행, 술을 함부로 마신 죄, 말로 다른 이를 상처준 죄에 대한 추를 올려 옆에 올려진 바위보다 무거우면 유죄가 된다. 아마도 일반인들이 이 지옥을 통과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 않을까 싶다.

 

 

 

5. 발설지옥 염라대왕

 

 

 

 

 

 

발설지옥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혀를 길게 뽑아 두들겨서 넓게 편 후 그 위로 소가 밭을 간다. 이 혀에다 나무를 심어 열매를 맺은 과일인 염라봉의 맛이 아주 기가 찬다고 나온다. 혀가 워낙 썩어서. 이 곳의 담당은 저승의 2인자이자 저승시왕의 우두머리인 염라대왕인데, 끊임없이 새로운 죄를 창조하는 인간들에 대응하려 손가락도 뽑는 형벌을 생각하고 있다. 요즘엔 인터넷 배우느라 정신이 없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위의 사진 왼쪽 아래 참조.

 

 

 

업경으로 죄를 보고 판결하는데, 리모콘으로 돌리면 생전에 입으로 지은 죄가 거울을 통해 보여진다. 아주 쿨한 성격이지만 죄인에게는 인정사정 없다. 당선 전후에 말을 바꾸고 안면을 몰수한 정치인의 행태를 업경으로 보다 열받아서 "야, 더 볼 것도 없다. 데려가서 뽑아!" 라고 한마디로 심판한다.

 

 

 

지장보살이 지옥에 온 일반인들을 구제하려고 만든 '변호사 양성학교'에 고무되어 자기도 '검사양성학교'를 세우려는 계획을 세운다. 중생을 용서하고 구원하려는 지장보살과 죄인에게 형벌을 주는 염라대왕이 라이벌 관계로 나온다.

 

 

 

6. 독사지옥 변성대왕

 

 

 

 

 

 

변성대왕은 위의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다른 대왕과는 달리 흑발의 젊은 여성이다.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성격도 착하다. 오오오, 어떻하든 6번째 관문까지는 가 봐야 되겠는걸.... 변성대왕이 관장하는 이 독사지옥에는 살인, 강간, 폭행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무서운 넘들만 모아두었다. 그래서 매일 지네들끼리 싸움이 끊이지 않는 그 자체가 지옥이다.

 

 

 

특이한 것은 이 변성대왕은 죄를 덜어주는 일도 하는데, 죽은 이의 가족과 친구들의 죄를 봐서 그들이 착하게 살았으면 죄가 덜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무거워진다. 즉, 연좌제가 적용이 되는 곳이다. "네 가족과 친구들이 죽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는 날에는 그들이 너로 인해 많은 가산점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먼저 간 네 생각을 하겠지. 착하게 살아줘서 고맙다고...." 라고 판결하는 변성대왕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7. 거해지옥 태산대왕

 

 

 

 

 

 

거해란 톱으로 몸뚱이을 자른다는 말이다. 이 거해지옥에서는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한 사람을 심판한다. 한 건당 거대한 전기톱이 5cm로 전진하지만, 대신 남에게 속아 피해를 본 일이 있으면 3cm 후퇴한다. 주인공 김자홍은 이승에서 좀 덜 떨어진 인간으로 남에게 속은 일이 무지 많아 무려 17m 후퇴할 분량이라고. 그래서 무사 통과.

 

 

 

태산대왕은 거해지옥의 심판과 함께 7개의 지옥을 통과한 망자의 49일 재판을 종료시킬 것인지, 이후의 나머지 3재판을 계속하게 할 것이지의 여부와, 49일로 재판이 종료된 망자가 6개의 문 중 어느 문으로 들어가게 될 것인지도 관할한다. 이 문은 육도의 문으로 불리며 천상문, 인간문, 아귀문, 아수라문, 축생문, 지옥문이다.

 

 

 

보통의 사람은 7번째 재판으로 끝난다. 그러나 살면서 죄를 많이 지은 넘들은 49일 이후 3명의 대왕에게 다시 심판을 받는데, 100일째 되는 날에는 철상지옥을 담당하는 평등대왕, 그리고 1년이 되는 날에 풍도지옥을 담당하는 도시대왕, 3년이 되는 날에 흑암지옥을 담당하는 오도전륜대왕에게서 심판을 받는다. 이 책의 주인공 김자홍은 7번째 재판으로 끝냈기 때문에 이 셋은 잘렸다.

 

 

  

 

 

 

 

 

<신과 함께>는 작가 주호민의 인생 역작으로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 등 3부작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저승편에는 39세로 세상을 떠난 김자홍이 국선 변호사 진기한과 함께 7개의 지옥을 통과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저승시왕도 자세히 나옵니다. 이승편은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초등학생인 동현이와 그 집의 가택신들이 나누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고, 신화편은 저승편과 이승편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6개의 신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신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존재하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저승을 다스리는 열명의 왕도 인상적이었고,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집에도 있을지 모를 신들 말이지요. 특히나 성주신이 할아버지를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온 저승차사 해원맥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장면과 장독을 지키는 철융신이 포크레인과 한판 뜨는 장면에서는 인간미가 넘쳐나는 우리집의 신들에게 반할 정도였습니다.

 

 

 

앞서 저승시왕에 대해 적었는데요, 저승에는 염라대왕만 있는 줄 알았더만 다양한 신들이 다양한 죄에 대해 심판을 하는 군요. 기본적인 세계관을 불교에서 차용해 왔다 할지라도 꽤 그럴 듯 하며 스토리가 탄탄합니다. 요즘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지만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우리나라의 내세관을 잘 보여주는 만화입니다.

 

 

 

착하게 살 걸 그랬어요.

 

 

 

저승의 망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랩니다. 그렇댑니다.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