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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야기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 오멸 원작 김금숙 그림 <지슬>

by Keaton Kim 2017. 9. 7.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 오멸 원작 김금숙 그림 <지슬>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아....  아아....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잠들지 않는 남도 - 안치환 작사 작곡>

 

 

 

제주 4.3 사건

 

 

 

제주도 역사상 최대의 비극

 

반민 특위 해산, 한강 다리 폭파, 보도연맹 학살,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 등과 함께 이승만 정권의 대표적 흑역사

 

근, 현대사에서 제주도를 슬픔의 섬, 침묵의 섬으로 바꾼 한국판 제노사이드.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양민학살로, 일본제국의 패망 이후 남북한의 이념 갈등이 발단이 되어 봉기한 남로당 무장대와 미군정, 국군 및 경찰간의 충돌 과정과, 이승만 정권 이후 초토화작전 및 무장대의 학살로 많은 주민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건이다.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에서 단독으로 무장대 조직, 기습으로부터 시작되어 제주 4.3 사건이라고 불리지만 그 날에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1947년 3월 1일부터 한국전쟁이 휴전될 때까지 계속된, 제주도 역대 최대의 참사 중 하나로 보도연맹 학살사건과 더불어 양민학살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글 출처 : 나무위키)

 

 

 

역사 이래로 영웅만을 기념하던 인류는 20세기에 이르러서야 민초들의 역사를 기념하기 시작했다. 제주 4.3 평화공원은 4.3사건으로 인한 제주도 민간인 학살과 처절한 삶을 기억하고 추념하며,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평화 인권기념공원이다. (글 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 백과).

 

이 공원은 제주 4.3 사건에 대한 공동체적 보상의 하나로 이루어졌으며 사진의 평화기념관 및 기타 건축물과 함께 공원이 조성되어 2008년 3월 개관했다.

 

 

 

혹여 다른 일정으로 또 놓칠까봐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왔다. 공원은 예상보다 훨씬 넓었다. 주말 오후였는데, 둘러보러 온 사람이 거의 없었다. 넓은 공원은 왠지 황량하고 허전했다. 나도 덩달아 허전해졌다. 

 

 

 

공원 한가운데 4.3 사건으로 죽은 희생자들을 세긴 각기 다른 크기의 비석이 원형을 이루고 있다. 이 공원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검은 화강석에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5만7천명의 군인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던 마야 린의 워싱턴 DC 베트남전 기념관이 생각났다. 죽어도 죽었다고 말하지 못한 아픔들. 이제는 편안히 영면하시길....

 

 

 

위패 봉안실이 있는 위령 제단. 그렇다. 이 평화공원은 사실상 거대한 무덤이다. 여기에 묻혀 있거나 비석이나 위패가 있는 분들은 희생자의 겨우 일부분이다.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추측조차 안된다. 자료를 찾아봐도 제각기 다르다. 미군에 보고한 자료가 가장 신빙성이 있는데 희생자가 6만명 정도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이 기막히고 아픈 역사에 대해 가능한 한 쉽게 설명을 해주었으나 얼마나 공감하고 받아드릴지....

 

개인적인 견해로는 좀 더 작고 간결하고 임팩트있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넓디 넓은 공원에 사람마저 없으니 황량한 감마저 들었다. 이것 또한 설계자의 의도인가?

 

 

 

 

 

 

지슬은 땅의 열매地實라는 뜻으로 감자의 제주도 방언입니다. 4.3항쟁 당시 서귀포의 '큰넓궤 동굴'로 피신한 마을 주민들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오멸 감독의 2013년 흑백영화입니다. 죽음이 시시각각 다가와도 동굴 안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지슬을 먹으며 소소한 농담을 하며 내일이라는 희망을 기다리는 아주 먹먹한 영화입니다.

 

 

 

김금숙 화백의 이 책 <지슬>은 영화 원작을 만화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일반 만화랑은 좀 다릅니다. 책을 펼치면 온통 투박하면서 아름다운 수묵화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주 슬픈 이야기가 아주 아름다운 영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더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내가 여태 공부하고 접했던 어떤 것보다 4.3 사건의 핵심과 본질에 대해 잘 말해주는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오늘 본 평화기념관의 여러 사진들, 그리고 위패보관소의 그 엄숙한 기운들, 인터넷에서 찾았던 이 사건에 대한 여러 자료들, 그리고 이전에 보았던 영화 <지슬>와 TV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등의 자료보다 이 책 한 권이 주는 의미가 더했습니다. 좋은 책을 만들어주신 김금숙 화백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기도하고 기억하는 일 뿐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