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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야기

다른 사람들도 똑같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갈까? : 송아람 <두 여자 이야기>

by Keaton Kim 2017. 7. 16.

 

 

 

다른 사람들도 똑같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갈까? : 송아람 <두 여자 이야기> 

 

 

 

1부 대구의 밤

 

 

 

아니, 같이 사는 나한테는 자존심 안 상해? 안 부끄러워? 내가 번 돈 갖다 쓰는 건 괜찮고 부모님 돈은 안 되냐고? 대단한 효자 나셨지 뭐야!

 

어머님도 그렇게 시집살이 하셨다는데, 그걸 똑 같이 며느리들한테 시키고 싶을까? 아니, 그리고 남자들이 지들 조상 모시는데 왜 그 뒤치다꺼리를 여자들이 대신 하냐고?

 

이게 뭐야? 돈도 벌어야 되고, 남편 눈치 시부모 눈치 다 살펴야 되고, 애는 껌딱지고, 명절만 되면 노예가 따로 없고..... 야, 넌 절대 결혼하지 마라, 씨발!

 

 

 

2부 서울의 밤

 

 

 

 

나만의 공간을 간절히 원했었다. 집에 돌아오면 늘 부딪혀야 하는 가족들이 지겨웠다. 그래서 도망치듯 집을 떠나왔는데 나는 지금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지옥의 묵시록>의 윌라드 대위처럼 말이다.

 

'정글에 있으면 집에 돌아갈 생각만 했고, 집에 있으면 정글로 돌아갈 생각만 했다.'

 

 

"할매...... 서울도 별 거 없네...... 내 한 개도 안 힘들다...... 진짜다."

 

(위의 모든 만화 출처 : https://tumblbug.com/2stories)

 

 

 

 

 

 

"다른 사람들도 똑같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갈까?"

 

 

 

주인공인 두 여인이 스스로에게 묻는 말입니다.

독자인 우리들이 답을 합니다.

 

 

 

"암요. 똑같아요. 여자들도 그렇고 심지어 대부분의 남자도 다 그렇게 살아요. 그러니 움츠린 어깨를 좀 피고 웃어도 돼요."

 

 

 

 

 

 

오랜만에 모두루 정용연 형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형이 읽었다고 해서 바로 샀습니다. 서로간의 관계와 일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야기가 좋았다고 하면서, 그림과 지문이 참 잘 어우러지는 만화라고 했습니다. <두 여자 이야기>는 자전적 만화입니다. 1부의 주인공 박홍연이 저자인지 2부의 주인공 서공주가 저자인지, 뭐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게 중요하겠습니까? 책 속의 주인공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모든 여성인데요.

 

 

 

저자의 약력이 심상찮습니다. 영국에서 자랐고, 검정고시로 법대에 갔으나 만화가 그리고 싶어서 결국 만화쟁이가 된 분입니다. 자신을 믿고 도와주던 만화가이자 편집자와 눈이 맞아 결혼했고 한동안 애 키우는라 쉬었다가 요즘 다시 만화를 그리신다고 합니다. 그 남편은 아내의 이 책을 마구 자랑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자 남편의 블로그도 쏠쏠하게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stList.nhn?blogId=visiterq&skinType=&skinId=&from=menu&userSelectMenu=true)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제목 <두 여자 이야기>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명작 소설에 묻어가는 모양새로 비칠까봐 좀 거시기 하지만, 이 <두 여자 이야기>는 감히 <두 도시 이야기>에 못지 않다고 저자의 남편은 주장합니다. 한 사람을 깊이 아는 일은 어쩌면 한 세계를 통째로 이해하는 일이라면서..... (그러면서 주인공 박홍연의 못된 남편은 절대 자신이 아니라고 우깁니다. 그렇게 우기는 걸 보니 수상합니다. ㅋㅋㅋ)

 

 

 

한 권의 책, 두 가지 에피소드이지만 책이 주는 내용은 빡빡하고 묵직합니다. 지난 날의 나를 보는 것 같은 공감에 주인공들에게 쉽게 빠져 듭니다. (서공주가 지하철에서 "서울 머.. 별거 아이네. 나는 한 개도 안 힘들다." 라고 독백하는 부분은 완전 백퍼 공감.)  결국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고 위로받습니다.

 

 

 

이 책은, 회색 도시인 서울에 올라와서 어떻게든 발을 내리고 살아보려는 타향의 여인들, 혹은 애 키우랴 돈 벌랴 남편 뒷바라지 하랴 시댁 신경쓰랴,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여인들보다 오히려 그 여인들 곁의 남자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당신들 곁에 있는 여자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읽는 내내 공주와 홍연이의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