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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야기

내 인생 최고의 만화 :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

by 개락당 대표 2015. 9. 21.

 

 

 

내 인생 최고의 만화 :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

 

  

 

인생의 파란만장했던 여정는 결국 여기에 오기까지의 과정이었나..... 마스터 키튼의 마지막 장면이다. 꿈을 향해 달려간 마지막 종착역, 그렇기에 이 그림은 언제나 아련하다.

 

 

 

고고학자가 되어 언젠가는 유럽 고대 문명의 하나인 도나우 문명을 발굴하겠다는 꿈을 가진 주인공 키튼. 그러나 현실은 시간 강사자리 하나 얻지 못하고 먹고 살기 위해 각종 보험 사고를 쫒아다니는 신세.

 

 

책을 쓰고 건축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하는 꿈을 가진 나. 그러나 현실은 밥벌이를 위해 노가다를 하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버거워하는 신세.

 

 

 

외국에서 일 하려면 좀 간지나는 이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 이름을 고집하는 친구들이 있긴 합니다만, 상대방이 어려워합니다. 발음도 그렇거니와 잘 안 외워진다고 그럽니다. 보통은 존, 제임스, 마이클 같은 쉬운 이름을 붙입니다.

 

 

 

저의 외국 이름은 Keaton 키튼입니다. 어떤 외국 매니저가 이름이 좀 앙증맞다고 그러면서 작은 고양이를 그렇게도 부른댑니다. 여하간, 왜 그 이름이냐구요? 닮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눈치 채셨다구요.....  네, 맞습니다. 바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작 Master Keaton의 주인공의 이름을 땄습니다. 실제로 외국 애들이 내 이름을 부르면 아주 이름을 잘 지은 것 같아 우쭐하기도......ㅎㅎ

 

 

 

일본 원작과 우리나라에서 나온 번역본을 다 가지고 있는 만화가 몇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마스터 키튼이다. 오랜만에 한번 봤더니만, 이젠 읽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모르는 단어도 넘 많이 나온다. 사진은 일본 애장판이다. 이 정도는 소장하고 있어야 덕후라고 불릴......  데헷헷

 

 

 

주인공은 고고학을 전공하고 언젠가는 고고학자가 되어 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도나우 문명을 발굴하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해 영국 SAS라는 특수부대에 입대하여, 포클랜드 전쟁에도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로이드 보험 조사원 즉, 탐정 비슷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기에는 어리숙해 보여도, 여러가지 사건을 꽤 잘 해결해 나갑니다. 군에서 배운 여러 생존술과 고고학적 지식, 그리고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기질과 재치.... 시종일관 그런 유쾌함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계 여러나라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남아공의 인종 차별, 집시들의 슬픈 사연, 북아일랜드 IRA 문제, 동독에서 일어나는 통일 후의 여러 후유증들,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전쟁, 이라크 전쟁, 그리고 동유럽 공산국가의 여러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민감한 사안들이 가감없이 나옵니다. 이러한 어두운 배경과 사건이 키튼과 그 주변 인물이 가진 유쾌함과 어우러져 더 할 나위 없는 스토리로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군에서 갓 제대한 키튼이 보험 조사원의 길로 들어서는 장면이다. 머... 밥벌이로 어쩔 수 없이....ㅎㅎㅎ

 

 

 

총도 못 쏘는 게 SAS 교관이라구??!! 썩을 넘 같으니라구!! 마지막 전투 씬에서 절친 찰리의 일갈이다. SAS 교관으로, 프로페서가 아니라 마스터에 머무른 이유다. 하긴 총질도 잘하면 인간미가 너무 없지 않나.....

 

 

 

 

"인간은 평생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가장 감명 깊은 씬 중의 하나. 한낱 만화따위가 잊고 살았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사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래도 만.화.따.위. 라고 할거냐?? 라고 항변한다. 내가 배운 것의 절반은 만화에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말고 꿈을 포기하지 말라.

 

 

 

키튼은 자신이 맡은 여러 사건들을 능숙하게 해결하지만, 생활인으로서는 아주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옥스포드의 퀸카와 결혼하지만 지금은 이혼 상태이고(하지만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능....), 군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대학강사 자리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별 신통치 못합니다. 이런 어리숙한 이미지가 오히려 친근감이 있지만요.

 

 

 

키튼의 일생을 보자면, 고고학을 배우던 대학 생활, 특수부대에 있었던 군대 생활, 보험 조사원으로 일하던 탐정생활.... 이 과정들이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거친 자연스러운 여정으로 비춰집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루어 질 것이다. 평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명제입니다. 키튼은 이 명제가 참이라는 걸 몸소 보여줍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고학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저의 롤모델입니다. 내 꿈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의 영어 이름이 Keaton인 이유, 그리고 망설임 없이 내 인생 최고의 만화라고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