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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사회주의 국가 수도 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 평양 : 박원호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

by Keaton Kim 2021. 8. 8.

 

3년 전인 2018년 4월에 재인이 아재와 정은이 엉아가 만났습니다. 악수도 하고 포옹도 했더랬습니다. 도문다리에서는 둘이서 속닥속닥 이야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의 봄이 이렇게 불쑥 찾아왔다고 기뻐했습니다. 끊어진 철도와 다리를 다시 놓고, 개성공단은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변할 것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곧 정은이 엉아가 서울에 올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봄을 뒤로 하고 남과 북 사이는 다시 냉랭해졌습니다.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삐져서는 서로 말도 안합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미국 말을 잘 들어야 하는 남쪽과 미국 말은 무조건 안들어야 하는 북쪽의 정치적 입장이야 그렇다쳐도 서로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철도와 도로 사업, 관광단지와 공업단지 조성 같은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더우기 남쪽은 노가다의 나라답게 훌륭한 건설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쪽은 자원이 풍부하구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무진장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참 잘 안됩니다.

 

우리는 시간과 돈만 있으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으나, 딱 한 나라는 갈 수 없습니다. 차로 가면 금방이라도 닿은 북한입니다. 북녘 땅은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울까요? 또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공간은 얼마나 많을까요?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나라에 대한 기대감은 남북 간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출렁입니다. 그런 마음을 책으로 달랩니다. 이 책은 건설 엔지니어가 쓴 북한의 도시 이야기입니다. 평양, 개성, 원산, 나선, 신의주, 함흥, 청진, 해주, 남포항, 그리고 혜산까지 10개의 도시를 다룹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수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평양이라고 합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김정희란 분이 마스터플랜을 짜고 계획도시로 만들었다고 나옵니다. 그런 평양에는 35년 동안 완공이 되지 않고 있는 희대의 삽질 류경호텔이 있습니다. 옛날 평양이 버드나무 동네라 류경이라고 불렀고, 그 아름다운 이름을 따서 류경호텔이라고 했는데요, 20년 전쯤에 골조가 끝나고 공사가 중단되었고, 10년이 지나 이젠 준공인가보다 했는데, 외장만 마감하고 또 중단되었습니다. 울나라 건설회사가 이런 거 마무리는 세계 원탑입니다. 정은 엉아가 재인이 아재한테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절대 거절하지 않을텐데요. 

 

개성은 평양보다 서울이 더 가깝다고 합니다. 심지어 경기도라네요. 통일 한국의 수도로 여기를 꼽았습니다. 고려시대의 수도이기도 했습니다. 우선은 개성공단부터 다시 열어야겠지요. 원산은 북한지역 동해안 최고의 항구라고 합니다. 지금은 갈마반도에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열심히 짓고 있습니다. 나선은 두만강 하구의 나진과 선봉이라는 동네입니다. 러시아와도 아주 가깝습니다. 그래서 중국, 러시아, 북한이 함께 나선 경제특구를 개발한다고 합니다.

 

함흥은 평양의 라이벌이라고 합니다. 냉면만 그런 줄 알았더니. 북한 최대의 공업도시이면서 과학기술이 가장 발달한 곳이라고 합니다. 평양 다음으로 함흥이다 라는 말에 의의를 제기하는 도시가 청진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포항제철이라고 할 수 있는 김책제철소가 있댑니다. 청진은 북한 최고의 패션 도시이기도 하다네요. 평양 여자들 옷 입을 걸 보고 청진 여자들이 촌스럽다고 놀린다고 합니다.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가 청진 태생이라네요.

 

해주는 제2의 개성공단이 들어서기에 적합한 도시라고 합니다. 남포항은 대동강 하구에 있는 평양의 관문입니다. 따라서 개발 가치가 무지 높으며 북한에서 가장 큰 항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도시는 혜산입니다.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의 그 보천이 있는 동네입니다. 그래서 보천보기념탑이 있고, 탑의 붉은 깃발은 압록강 너머 중국에서도 잘 보인다고 합니다. 탈북민의 절대다수가 이 곳 혜산에서 출발한다고 하네요. 그 구절에서 좀 쓰라렸습니다.

 

 

류경호텔의 압도적 외관. 폼 난다.

 

 

이제 북한 관련 영상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북한을 여행한 동영상도 많구요, 북한의 시골, 사람 사는 모습들을 촬영한 영상도 아주 간단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아름다운 북녘 땅의 모습과 순수한 사람들의 미소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말도 얼마나 예쁩니까? 다 순 우리말입니다. 아파트를 '고층살림집'이라 부른다고 책에 나옵니다. 하지만 섣부른 통일은 남쪽의 천박한 자본주의가 저 아름답고 순수한 장소와 사람들을 마구 훼손할테니 그래선 안됩니다. 통일 한국의 시궁창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이라는 소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북한의 영상을 볼 때마다 너무 가난한 인민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픕니다. 핵 개발을 할 때가 아니라 인민들을 배불리 먹일 궁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정은이 엉아가 참 나쁩니다. 남과 북이 손을 맞잡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북한의 낙후된 도로와 철도를 비롯한 기반 시설을 우리가 시공하고, 대신 그것을 사용하면서 이용료를 내고, 개성공단과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제 2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우리는 아주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받고, 그들은 안정적인 일자를 얻고, 관광단지를 함께 개발해서 남측 사람들이 왕래하게 만들면 그만큼 소득도 늘고..... 그렇게 누구 하나 손해보는 일 없이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을텐데요.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요. 

 

류경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평양 지하철을 타고, 주체탑에도 올라보고, 혜산의 붉은 깃발도 보고, 금강산과 백두산도 오르고, 두만강을 거쳐 러시아에 걸어서 가보고 싶습니다. 꼭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