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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야기

76살에 붓을 든 화가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by Keaton Kim 2018. 9. 25.

 

 

 

76살에 붓을 든 화가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미국의 어느 가난한 집 10남매 중 세째로 태어난 여인이 있습니다. 1860년이었습니다. 그녀는 12살부터 부유한 집 가정부로 일했습니다. 비록 가정부였지만 그녀의 삶은 즐거웠습니다. 27살에 남편을 만난 결혼을 하고 버지니아에서 농장 생활을 시작합니다. 남편과 함께 임대 농장에서 일하면서 버터를 만들고 감자 튀김을 만들어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이후 뉴욕의 이글 브리지에 정착을 하게 되고 틈틈히 자수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70대에 들어 관절염이 심해져 바늘에 실 꿰기가 어려워져서 더 이상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그녀는 붓을 듭니다.

 

 

 

76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었고,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으며 93세에는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으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흔히 모지스 할머니 Grandma Moses라고 불립니다. 이 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는 제목처럼 말하는 게 너무도 당연한 모지스 할머니의 자서전입니다.

 

 

 

The Old Checkered House 1953

 

 

살다 보니, 실망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불평하지 말고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p.31)

 

 

 

A Country Wedding 1951

 

 

월요일엔 빨래를 했고, 화요일엔 다림질과 수선을 했고, 수요일은 빵을 굽고 청소를 했고, 목요일엔 바느질을 했고, 금요일엔 바느질과 더불어 정원이나 화단 가꾸기 같은 잡다한 일들을 했어요. 우리는 바느질이며 청소며 도배며 페인트칠이며 모두 직접 하는 검소한 농부들이었지요. (p.189)

 

 

 

Village of Hoosick Falls 1943

 

 

어릴 때부터 늘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76살이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하세요. 때로 삶이 재촉하더라도 서두르지 마세요. (p.15)

 

 

 

Bennington 1953

 

 

예쁜 그림들을 좋아합니다. 예쁘지 않다면 뭐 하러 그림을 그리겠어요? 그래서 뭘 그리면 예쁠지 열심히 생각해보고 그림을 그리지요. 옛날 풍경들을 그리는 걸 좋아해요. 오래된 건물, 다리, 여인숙, 옛날식 주택 같은 것들이요.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고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지요. 나는 항상 기억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주로 나의 공상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p.263)

 

 

 

Halloween 1956

 

 

내가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에요. 지금도 닭은 키울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흔들의자에 앉아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진 못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도시 한 귀퉁이에서 팬케이크라도 구워서 팔겠어요. (p.272)

 

 

 

Catchin the Turkey 1955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p.202)

 

 

 

Pull Boy 1957

 

 

이 나이가 되니 세월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차라리 열여섯 살 때가 내 나이를 가장 실감했던 것 같아요. 화이트사이드 부부를 떠날 무렵 나는 성숙하고 평온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난 늘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p.274)

 

 

 

The Battle of Bennington 1953

 

 

나는 참 행복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물론 나에게도 시련이 있긴 했지만 그저 훌훌 털어버렸지요. 나는 시련을 잊는 법을 터득했고, 결국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p.135) 

 

 

 

Cairo 1933 Wool and Silk on Canvas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p.256)

 

 

위의 모든 사진 출처 : https://benningtonmuseum.org/collections-overview/collection-highlights/grandma-moses/

 

 

  

 

사진 출처 : https://owlcation.com/humanities/The-Artist-Grandma-Moses

 

 

 

이런 그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가 나오는 영화 <내사랑>을 보고는 실제 주인공 모드 루이스의 그림을 찾아본 적이 있는데 그 그림과 비슷합니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스해오는 그런 그림 말이지요.

 

 

 

책은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입니다. 읽는 내내 모지스 할매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나에게 스며들었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사랑하고, 삶에 대해 만족하며,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봤습니다. 책에 나오는 몇몇 구절을 발췌해서 그림과 함께 옮겼는데, 그야말로 주옥같네요.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다르게 와닿습니다. 100년을 살면서 깨달은 할매의 진심이 온전히 느껴집니다. 

 

 

 

할매는 아주 늦은 나이게 화가가 되어 유명해졌지만, 닭을 키웠더라도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고 행복해 했을 겁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뭐, 화가가 되어서 삶이 더 풍요로와졌겠지만 말이에요. 다시 모지스 할매의 따뜻한 그림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지금이 가장 젊은 때라는 할매의 말을 떠올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