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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세계사의 진정한 승자, 인도 : 이옥순의 인도는 힘이 세다

by 개락당 대표 2016. 7. 17.

 

 

 

세계사의 진정한 승자, 인도 : 이옥순의 인도는 힘이 세다

 

 

 

아부다비의 르와이스 사막에서 집을 지을 때였습니다. 노동자의 대부분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혹은 인도, 네팔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급 친구들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보통은 인도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데리고 있던 스탭들도 역시 인도 친구들이 많았고, 그 중에 이스마엘이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이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그래서 꼭 참석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하지만 바쁜 공정으로 결국 인도에 가지 못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게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근데 올해 초에 대원이 형이 데리고 있던 친구 중에서 하나가 결혼을 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어, 그래, 축하해.... 에서 이야기가 점점 발전해가더니 우리 한번 가볼까?? 라는 농담을 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여름 휴가를 인.도.행.으로 정해버렸습니다. 그것도 40대 중년 남자 네명이서요!! 

 

 

 

 

르와이스에서 지은 초고층 하이라이즈 빌딩(?)이다. 우리네 아파트처럼 화려한 마감... 이런 거 엄따. 벽은 페인트로 칠하고 바닥은 타일 깔면 끝이다. 시원한 바람이 빵빵하게 잘 나오고, 물만 잘 나오면 집 잘 지은 거다. 한국인 바로 밑에서, 말단의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발주처와 여러 문제들에 대해 의논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들이 바로 인도 스탭들이다. 느려터진데다 언제나 변명하기 바쁜 인도 기질이 처음엔 다루기가 꽤 힘들었지만, 제대로 가르치면 일도 잘하고 어울리기도 잘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프로젝트를 끝낸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곳의 생활을 돌이키면 항상 아련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집을 짓는 일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추억이 많은 시간들이었다.

 

 

 

인도 친구들과 오랜 시간동안 꽤 친하게 지냈음에도, 막상 인도를 간다고 하니 그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게 너무나 없슴을 실감합니다. 서점을 기웃거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여행했고, 그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는 책들이 한켠을 채우고 있습니다. 인도를 잘 나타내는 사진과 개인의 깨달음을 얻은 책들이 많습니다. 그런 책도 물론 좋지만, 인도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필요했습니다.

 

 

 

책의 저자인 이옥순 교수는 인도에서 꽤 오랫 동안 공부를 하고, 지금은 귀국해서 모 대학교수로 있습니다. 인도에서 저자가 보고 듣고 생각한 바를 적은 책들이 꽤 많습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인도 사회 전반에 대해 깊이있게 그리고 넓게 안내합니다. 종교라기 보단 인도인들의 생활이 된 힌두교, 우리가 잘 실감하지 못하는 카스트 제도, 인도에서의 간디, 그리고 영국의 지배하에서 그들이 선택한 투쟁의 방법 등의 내용에 대해 인도를 참 사랑하는 저자의 따뜻한 감성으로,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여줍니다. 머리로 이해가 되는 부분도 꽤 많았고, 가슴으로 느끼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크리슈나 신은 번민하는 주인공(아르주나)에게 사람을 죽이는 일은 나쁘지만 크샤트리아(왕)로서 본분과 의무를 다하는 행동은 나쁘지 않다고 일러준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려고 쓰는 나쁜 방식은 괜찮다는 것이다. 즉 목적이 좋으면 수단은 정당화된다. (p.19)

 

 

 

인도문화의 주류를 따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입증하거나 운동 경기를 잘하는 것이 국력이 강하다는 걸 뜻하지 않는다. 이는 문화적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대개의 스포츠와 그 게임의 법칙은 거의 다 영미권에서 나왔다. 그런 운동경기를 잘 못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들을 닮으려고 애쓰지 않는 것 뿐이다. (p.61)

 

 

 

우월한 자도 열등한 자도 없다. 모두 형제들이다. 우리 모두 모든 사람의 이익을 추구하며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인도의 지향점이다. 개인이나 소수를 무시하지 않는 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인도는 고대부터 누구을 완전히 내몰거나 배척하지 않는 문화를 이어왔다. 어디에서 오든, 어떤 길로 오든 그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그 근간이었다. (P.71)

 

 

 

오늘날 우리가 인도에 파는 것은 휴대폰이나 자동차 같은 물건이다. 그러면서 인도를 가난하고 후진한 나라라고 얕본다. 잘사는 우리가 인도에 수출하는 품목이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다. 물질은 변하고 언젠가는 망가진다. 그러나 인도가 우리에게 수출한 불교는 1000년이 넘게 살아 있다. 인도문화를 보려고 찾아가는 우리나라 사람은 많아도 한국의 깊은 문화를 보겠다고 찾아오는 인도인은 드물다. 그것이 인도문화의 힘이다. (P.88)

 

 

 

분명한 것이 많지 않은 인도에서 시간은 애매하고 모호하다. 힌디어로 내일과 어제는 같은 뜻이다. 몇주 후, 조만간이란 단어처럼 부정확하게 시간을 표현하는 것도 다반사다. 하지만 인도문화의 힘은 분명하지 않고, 느리게 움직이고, 오래 기다리는 데서 나온다. 외국의 지배를 참고 견디며 역사를 이어온 그들의 시간에 대한 생각은 대체로 '짤따해 chalta hai'다. 즉,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p.182)

 

 

 

"그런데 왜 강대국이 되어야 하나요?" 나는 강대국을 꿈꾸는 연방정부를 향해 이렇게 시비를 거는 인도인의 의견에 동조한다. 어느 사회나 조직이건 모두 '예'라고 외칠 때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필요한 법이다. 나는 '아니다'라는 사람이 많은 인도가 강대국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대안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문명의 정수가 힘을 가지기보다 힘을 버리는 걸 칭송하기 때문이다. (p.328)

 

 

 

일주일 남짓이라는 짧은 기간에 '케랄라 주'라고 하는 한정적인 지역의 여행이다. 물론 인도 친구의 결혼식과 그들의 환대 속에서, 우리는 다른 여행보단 좀 더 깊이 인도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도의 겉만 핥기에도 충분치 못하다는 걸 안다. 많은 의미는 두지 말고, 그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서 회포 정도를 푼다고 하면 족하지 않겠나. 남인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그저 덤일 뿐.

 

 

 

인도의 역사 속에는 남의 나라를 힘으로 지배한 영웅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잘나지 못해도 자기를 잃지 않은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늘 지고 넘어져도 기어코 다시 일어난 불사조 같은 그들의 생존기, 패배해도 살아남은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이며 그런 점에서 세계사의 승자이며 인도는 힘이 세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노가다 덕택에 중동에까지 가서 집을 짓게 되고, 인도 친구들과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인해 '인도에 함 갈까'라는 농담이 현실이 되고, 인도에 관한 책을 읽고 좀 더 잘 알기 위해 공부를 합니다. 며칠간의 인도 여행과 그 나라에 대한 책 몇 권을 읽는 것이 뭐 그리 인생에 큰 의미가 있을까요? 하지만 그것이 '인도'라는 인류사의 위대한 문명을 알게 되는 첫 걸음이 된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의미일까요? 호기심과 관심사가 하나 더 늘었고, 책은 여행을 좀 더 기대하게 만들어줍니다. 뭐, 그것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