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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이야기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 : 탁석산의 행복 스트레스

by Keaton Kim 2015. 2. 26.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 : 탁석산의 행복 스트레스

 

 

 

어떻게 되면 당신은 지금보다 더 행복해다고 느끼겠습니까?

 

 

청중 1 :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청중 2 : 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청중 3 : 여행을 가면 행복하겠습니다.

 

 

우연히 듣게 된 행복학 강의에서 강사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첫째 조건으로 돈과 건강이라고 대답하는데 실제로는 건강과 돈은 불행과 아주 연관이 깊지만, 실제 행복과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둘을 잃어버리면 아주 불행해지지만 둘이 있다고 해서 아주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것 보다는 사소한 것.... 예를 들자면 출퇴근 시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출퇴근 시간이 편도로 1시간 이상 걸리면 행복해지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위의 질문에 사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지금 상태에서 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한번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이리 저리 생각해 봐도 가장 먼저는 돈이 떠오르는 군요 ㅋㅋㅋ 그럼 회사도 안가도 되고, 당장 세계 일주 여행도 떠날 수 있고.... ㅎㅎㅎ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회사를 꼭 돈 벌러만 나갔던가?? 여행을 못 떠나는 게 돈 때문이야?? 라고 자문해 보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좀 더 차분하게 내면을 들여다 보니, 나의 행복을 가장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로 "아내"입니다. 아내랑 의견이 잘 맞고, 대화가 잘 되고, 사이가 좋으면 뭔가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반대로 아내랑 사이가 좋지 않을 땐, 무엇보다 스트레스입니다. 심할 경우에는 이렇게 계속 살아야되나.... 라는 생각이 들 경우도 있습니다. 행복에 있어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팩트는 아내라는 사실!!! 놀라운 발견입니다. 이 사실은 나도 방금 알았습니다. ㅋㅋㅋ

 

 

 

 

 

10여년 전, 행동 과학자, 신경학가, 심리학자들 (프린스턴 대학의 한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이 모여 행복의 치수를 측정하고 행복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렇다면 이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안정적인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고 동료들과 한잔 걸친 후 집에 가서 섹스하는 것! 행복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P 26 -

 

 

오~~~ 그렇지.... 집에 가서 '응응'을 해야 행복하단다. 개공감이다. ㅋㅋㅋ

 

 

참 쉬운데..... 정말 쉬운데..... 그런데 탁선생은 이게 참 쉽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먼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할 만큼 돈이 많거나, 집 근처에 직장을 구할 만큼 능력이 있어야 됩니다. "안정적인 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정규직은 말할 것도 없고, 정규직도 언제 짤릴지 모릅니다. "즐겁게 일하"는 것도 즐겁게 일 할 근무여건이 되어야 된다고 합니다. 하루 열두시간 이상, 혹은 졸라 스트레스만 받는 그런 일터라면 어떻게 즐겁게 일합니까!! 동료들과 한잔 걸치는 것도 집에 가서 응응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없고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겁니다.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행복 강사들이, 혹은 행복에 관한 책에서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마음을 바꾸어 먹으면 내 옆에 항상 있었던 행복을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탁선생은 그런 거 개나 줘 버려!! 라며 시원하게 까주십니다. 마음을 바꿔 먹는다고 해서 위에 열거한 행복의 조건들이 얻어질 리 만무하다는 게 선생이 하고 싶은 말입니다.

 

 

내가 가진 정원보다 누구나 거닐 수 있는 정원이 많아지고, 동네 주민이면 누구나 공을 찰 수 있는 공터가 있고, 언제나 쾌적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많아지고..... 마음을 바꿔 먹는 것보다 이런 게 행복에 훨씬 가깝습니다. 선생은 이것을 '공동의 부' 라고 말씀하십니다. 공동의 부가 많아지면 행복할 확율이 훨씬 커집니다. 수긍이 갑니다. 이것 외에 사회적 평등, 공중도덕, 예의 등을 강조합니다.

 

 

자본론의 저자 김수행 교수도 똑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취직이 안되면, 자신을 탓하면서 더 열심히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다가 직장을 도라!! 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합니다. 행복하지 않으면 '나는 행복하다' 라는 주문을 외우기 보단, 나라에다가 행복하게 살 여건을 도라!! 라고 말하는 게 훨씬 현실성 있다는 말입니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 삶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 좋은 삶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행복에서 벗어나 좋은 삶으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 P 241 -

 

 

 

행복학 강의의 강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잘하는 일을 하면 행복에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대 수명이 80살 이상이 되어 버린 지금, 그 길을 찾아가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습니다.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꼬집어 이야기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1년 정도는 이 일에 대해서 고민할겁니다. 아주 진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