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왜? 라는 의심하는 눈이다 : 김범춘의 철학의 눈
우리 삶은 자기 자신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하여 더불어 사는 사람과의 관계로 확장되며 자신과 타인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 이러한 개인적인 '눈'에 따라 세상살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눈'이 비뚤어지거나 갇혀있게 되면 타인과 세상의 모습 역시 일그러지고 참모습을 발견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철학의 눈'이 요구되는 지점이며 '철학의 눈'이 작동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물음, 궁극적으로는 세상살이에 관한 다양한 물음을 제기하고 그 답을 구하는 성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 책 머리에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철학의 눈'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을 많이 읽으면 될까요? 아니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하나요? 책을 많이 본 걸로 따지면 아내보다 한 백배는 읽었습니다. 배운 걸로 따져도 아내보다 훨씬 많이 배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될지는 밥 먹으면서, 일하면서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암만 봐도 세상을 보는 이치나 살아가는 법은 아내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순간순간의 판단이 저보다는 아내가 지혜롭습니다. 아무래도 '철학의 눈'은 좀 타고 나야 되는가 봅니다. ㅎㅎ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나옵니다. 음악 실기 시험을 치는데, 어떤 노래를 어떤 악기로 연주해라 가 아니라 학생이 하고픈 노래를 고르고 할 줄 아는 악기로 연주하면 됩니다. 아리랑을 단소로 불어야 한다는 굴레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케스트네츠로 라틴 음악을 연주해도 되고 템버린으로 뽕짝을 연주해도 됩니다. 이런 것이 다양성입니다.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춰 모두 비슷비슷해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가 없습니다.
굴드는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나아간다, 발전한다는 그런 진보로서의 진화進化가 아니라, 이전에 없던 것, 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무시했던 것, 지금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나, 이런 것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나타나서 우리를 감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P 221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거창한 혁명의 역사도 나오지만, 개인의 역사도 그에 못지않다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먼저 일기부터 써야겠군요...ㅎㅎ
지난날의 일기가 있다면, 한번 꺼내어 읽어보십시오. 나의 역사가 그랬구나 하는 걸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일기에 적혀 있는 내용 가운데서 지금 나의 생활 속에서 바뀐 게 있는지, 내가 이후 무엇을 해왔는지를 냉철한 눈으로 검토해 보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고, 5년 전의 일기나 어제의 일기나 모두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면, 실망하고 또 실망해야 합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그런 우리가 역사를 말아먹은 것입니다. - P 162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의 다양한 방면에 다양한 이야기를 합니다. 마르크스 혁명 같은 아주 거창한 이야기도 나오고,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들며 아내를 혹은 남편을 사람 만들라고 하지말고 그냥 그대로 봐라 라고 하는 소소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사물을 보는 다양한 관점이 과연 '철학 만랩의 눈'이라 할 만 합니다. 심심할 때 한 단락씩 끊어 읽기에도 좋습니다. 저자는 철학과 교수님인데, 글을 잘 씁니다. 철학책이치고 술술?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그냥 읽힙니다. 그래도 몇번 읽다 자다 했습니다....ㅎㅎ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에다 '김범춘 철학의 눈' 이라고 쳐 보았더니 독후감 블로그는 딱 두개 나옵니다. 안 읽히는 책입니다. 이 책 마지막에 책을 읽는 것만큼 책을 제대로 고르고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고, 그래서 이 책은 좀 팔릴 것 같냐고 물어보고 끝이 나는데, 교수님은 아마도 안 필릴 걸 예상하셨나 봅니다....ㅋㅋㅋ 나는 아내처럼 타고난 '눈'이 없으니 이런 책이라도 열심히 읽으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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