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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야기

건축학개론에서 다 배웠을 터인데.... : 할 박스의 건축가처럼 생각하기

by Keaton Kim 2016. 9. 25.

 

 

 

건축학개론에서 다 배웠을 터인데.... : 할 박스의 건축가처럼 생각하기

 

 

 

"나는 내 집을 직접 지을테야!"

 

 

 

인간이 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을 의.식.주 라고 합니다. 음식은 남이 해 놓은 것을 사 먹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해 먹기도 합니다. 옷은 시장에 가서 맘에 드는 걸로 사 입습니다. 그치만 굳이 만들려면 만들어 입기도 합니다. 그러면 집을 어떤가요? 집도 옷과 비슷합니다. 남이 지어 놓은 집 중에서 맘에 드는 집을 골라 사서 그 집에 삽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내가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 절차가 워낙 까다롭습니다.

 

 

 

그럼에도 직접 짓는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접 짓는다'는 말은 스스로 벽돌을 한장 한장 쌓아 짓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그런 분들이 아주 간혹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은 불가능합니다. 보통의 경우는 자기가 머리속에 상상한 집을 도면으로 표현해 줄 설계자를 직접 접촉하여 설계를 하게 한 다음에 그 설계를 구체적인 형상으로 만들어줄 시공자를 찾아 설계자의 의도대로 짓게 하는 일련의 일이 '직접 짓는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건축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직접 건축 일에 뛰어들거나, 건축업자를 고용하거나 건축가처럼 생각하면 된다고 저자는 말 합니다. 책은 그 세가지가 되는 방법에 대해 조곤조곤 쉽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학도나 건축학도가 되고자 하는 학생이 읽어도, 건축가가 읽어도, 집을 짓고 싶은 일반인이 읽어도 좋습니다. 혹은 건축에 약간의 관심만 있는 문외한이 읽어도 괜찮은 책입니다.

 

 

 

자, 먼저 좀 쉬운 부분부터 출발을 해 볼까요? 일반인이 건축가가 되거나, 건축업자를 고용하는 일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훌륭한 건축을 훌륭하게 느끼는 방법은 훈련으로 가능합니다. 나도 아직 이게 잘 안된다. 남이 훌륭하다고 해야 훌륭한지 안다. 건축으로 밥묵고 사는 사람으로서 쪽팔리는 일이다. 할 박스 교수는 장소를 보고 공간을 느끼는 방법, 건물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p.34~)

 

 

 

1.

그것이 왜 지어졌는지, 그 건물이 과거의 지역사회와 현재의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것.

 

 

2.

걸을 때 눈을 평소보다 높은 곳을 바라볼 것. 건축가들의 작업은 대부분이 눈높이보다 위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빛이 표면을 어떻게 비추는지 눈으로 잡아내고, 창문의 형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파사드에서 튀어 나오고 물러남으로 생긴 면이 몇 겹인지 헤아려 볼 것.

 

 

3.

공간의 크기와 모양을 살펴보고 소리내어 말할 때 그 음성이 어떻게 들리는지, 빛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반사되는지 살펴보면서 공간을 느낄 것.

 

 

4.

건물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할 것. 하중이 어떻게 흐르는지, 구조물이 재료를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것.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지은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대성당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1417~1434). 대학 때 어느 잡지에서 본 사진의 강렬함이 아직 남아있다. 르네상스 건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물.

 

사진 출처 : 나무위키

 

 

 

5.

각 재료들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구별해 볼 것. 압축력을 받고 있는지 인장력을 받고 있는지, 단단한지 무른지, 매끄러운지 투명한지, 빛을 반사하는지 흡수하는지, 인공재료인지 자연재료인지, 따뜻한 느낌인지 찬 느낌인지, 수명이 긴지 짧은지, 흔한 재료인지, 특별한지.

 

 

6.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살펴 볼 것. 철골조, 콘크리트조, 손으로 쌓아올린 석조, 커튼월, 금속 패널이나 유리 패널, 내력벽, 대충 지어진 건물인지 공들여 지어진 건물인지.

 

 

7.

현재 보고 있는 건물의 역사적 전례를 찾아볼 것. 참고로 모더니스트들은 현 세기의 건물에만 관심을 집중해 왔음. 건축의 역사는 디자인 분야에 일정한 방향과 의미를 제공하고 있음. 건축사는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분야임을 명심할 것.

 

 

8.

건물의 구성과 비례와 리듬을 분석할 것. 공간 안으로 들어갈 때, 그 공간 안에서 어떤 느낌이 나는지 확인할 것.

 

 

9.

건축물이 배경에 적합한지 살펴 볼 것. 건물이 주위 환경을 보완해 주고 있는지, 자연스러운 풍경의 일부가 되고 있는지, 그 건물이 들어서서 환경이 더 아름다워졌는지, 혹은 환경에 어떤 의미를 더해 주었는지 볼 것.

 

 

10.

무엇이 그 건축물을 특별하게 하는지를 분석할 것. 건물은 하나하나가 다 특별하니까.

 

 

 

고대 로마 시대에 주피터 광장이 있었던 자리인데, 1537년 미켈란젤로가 이 광장의 건축을 맡아 지금처럼 활기차게 바꾸어 놓았다. 이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의 건축물 중 가장 뛰어난 곳으로 손꼽히며 로마 시민들이 가장 애정하는 광장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 http://www.thefirstmedia.net/ko/?p=16120

 

 

 

일반인이 건축을 좀 더 깊게 감상할 수 있는 가이드를 짚어 보았습니다. 좀 더 들어가보면 디자인의 의사 결정에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13장. 디자인 의사 결정)  요즘 제가 조그마한 공방을 하나 짓고 있는데, 책의 이 부분을 참조 했습니다. 사실 대학 시절 다 배운 것이지만요. 그걸 다 까먹었다는 게 문제!  인상적인 구절을 몇 개 적어 보겠습니다.

 

 

 

1. 먼저 건물을 짓지 않을 곳을 정하라.

 

 

2. 특별한 장소를 만들라.

 

 

3.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 따뜻한 햇볕이 드는 곳, 시원한 나무 그늘이 지는 곳을 향하도록 각 공간을 배치하라.

 

 

4. 길이 대 너비는 2 : 1 비율로 하되, 건물의 긴 면이 남쪽을 향하도록 배치하라.

 

 

5. 외부 공간은 내부 공간에 의해 결정되므로, 두 공간을 유기적으로 구성하여 건물의 형태를 정한다.

 

 

6. 지붕을 디자인하라. 지붕은 비를 피하게 해 주고 그늘을 제공할 뿐 아니라 건물의 형태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7. 공간의 전개가 시작되는 입구는 건물의 성격을 알려 준다. 이 특별한 건물에 대해여 소개해 주는 것이다.

 

 

8. 방에 벽감을 설치하여 개인적인 규모의 공간을 만들라.

 

 

9. "인간은 뭔가를 빌려 오거나 모방할 뿐이다." 그러니 인정할 건 인정하고 주위를 둘러보라. 참고할 만한 건축물을 찾아보고 영감을 얻어 계속 진행하라. 머리속에 든 게 없어서인지 실제 해보니 이게 젤 중요하더라.....

 

 

 

멕시고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카타르 도하 HBKU Student Center. 아들 빅터 레고레타와 같이 작업한 그의 유작이라고 한다. 실은, 그가 설계한 (책에도 소개된) 멕시코 현대미술관을 사진으로 넣으려고 했는데, 쓸 만한 사진을 못 찾았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prologue/PrologueList.nhn?blogId=leekwanyong

 

 

 

자전거 보관소는 건물이고 링컨 대성당은 건축이다. 사람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크기의 공간을 벽으로 둘러싼 거의 모든 것들을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용어는 미적인 호소력을 목적으로 디자인된 건물에만 적용된다. (p.65)

 

 

 

20세기의  건축에서 아름다움은 다소 그 타당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 해도 건축의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논의마저 묵살할 수는 없겠지요. 이것은 건축의 절대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p.293)

 

 

 

그러나 이제는 설계도면을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분석하거나, 건축물에 담겨진 철학적 개념이나 물적 가치를 따질 때보다는 실제로 건축물을 경험할 때 우리의 감각이 진정으로 깨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좋건 나쁘건 간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그렇습니다. 건축과 도시 설계가 만들어낸 물리적인 공간이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짓습니다. 설계라는 행위로 창조된 아름다움이 주는 이득은 값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입니다. (p.16)

 

 

 

 

모더니즘 건축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내 머리속에 있는 모더니즘 건축이란 미스 반데로에의 시그램 빌딩으로 대표되는 유리, 철, 비례로 만들어진 현대 고층 건물이 떠오른다. (지금의 서울에서도 속속 복제품이 지어지고 있다.) 모더니즘 건축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장식적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오직 기능만을 남긴 건축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 같은 이야기도 이 모더니즘 건축에서 나왔다. 우리가 배웠던 거장들, 르 꼬르비제, 프랭크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 로에가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 건축가이다. 사진은 미스의 베를린 국립미술관이다. 보기에는 그럴 듯 해보이나 미술관의 기능을 충족시키에는 실패한 건물이라고.... 하지만 그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이다.

 

사진 출처 : http://lightnspace.tistory.com/134

 

 

 

할 박스 교수는 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를 합니다. 형태보다는 기능이 강조되었던 시대와 경향에 대한 비판입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특이한 건축물이 오히려 대세입니다. 이런 걸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많이 특이하면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우리 건축은 있는 듯 없는 듯 해야 아름다운 데 말이죠. 그리고 보면 저자의 건축관은 우리네 전통의 그것과 닮은 점이 있는 듯 합니다. 그의 건축에 관한 이야기는 도시에까지 넓힙니다. 건축물은 아름답고 다양해야 하고, 또 다양한 성질의 건물이 한 동네에 있어야 살기 좋은 동네가 됩니다.... 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실은 대학 시절, 건축학개론, 건축계획학, 건축의장, 도시공학개론 등의 시간에서 분명히 배웠던 내용입니다. 기억은 전혀 안 나지만 배웠음에 틀림 없습니다. 그렇지만 완전 새롭습니다. 그 시절에는 풋내기 시절이라 이해를 못했을까요? 아님 이렇게 깔끔하고 쉽게 씌여진 책을 못 만났을까요? 건축의 기장 기초가 되고 기본이 되는 것, 배웠으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해 오랜만에 공부 했습니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