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밴드 경연대회에 나간댑니다. 기타 유민제, 베이스 변재현, 드럼 한바다, 기타 겸 보컬 김강으로 구성된 <간디락스타연합>입니다. 공연과는 달리 순위를 매기는 경연이라 긴장하는 눈치였습니다. 무슨 곡을 할거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처음엔 비밀이라더니 나중에 김광석의 <일어나>와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로 정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경연 3일 전에 아이들이 모두 우리집에 모였습니다. 친구한테서 드럼도 빌려오더니 합숙 훈련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의견도 많이 나누고, 장난기도 쏙 빼고 제대로 연습을 했습니다. 살짝 들여다보니 편곡 실력이 상당합니다. 두 노래 모두 매력적으로 변했습니다.
경연은 훌륭했습니다. 무대의 퍼포먼스도 좋았고 무엇보다 연주의 수준이 높았습니다. 다른 팀도 잘했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무대였습니다. 우승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1등을 하면 봉하음악회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져서 아이들은 더욱 기대를 하였습니다. 결과는 아쉽게 2등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멋진 연주를 큰 무대에서 보고 싶었는데, 참 아쉬웠습니다. 바라는대로 다 되면 인생이 아니죠.
막내는 특이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피아노를 뚱땅뚱땅 치더니,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혼자 피아노를 치며 퀸의 보헤미안 렙소디를 불렀습니다. 그러다 기타도 치고 싶다고 해서 사줬더니 띠기딩띠기딩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어느 날 들어보니 꽤 잘 쳤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밴드를 한다고 하더니, 혼자 얼렁설렁 곡을 만들어 불렀습니다. 근데 그 노래들이 꽤 들을 만 합니다. 가끔 이 녀석 천재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는 둘이서 놀다가 유명한 기타 리프를 쳐달라고 했습니다. 퀸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건즈 앤 로지스의 <Sweet Child O` Mine>, AC/DC의 <Back In Black>, 비틀즈의 <Let It Be>,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등을 들려주었는데, 곡을 맞추는 재미도 있었거니와 듣는 맛이 쏠쏠했습니다.
흉내 수준이겠지만 그래도 대가들의 곡을 맛깔나게 연주하는 막내를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녀석은 이제 음악으로 밥 먹고 살기로 마음 먹은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늘 즐겁고 유쾌하게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음악 한다고 까부는 애들아. 음악 좀 많이 들어라. 들은 게 있어야 흉내라도 내지. 딜런 아재의 명언. 그리고 스승 우디 거스리. 일하는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를 만나면서 딜런 아재는 자신의 의식을 담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권 81쪽)
그 유명한 3J 중의 한 분이신 조플린 누님의 공연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너무 사실적인 거 아냐? 근데 Cry Baby를 듣다보면 저절로 이런 영상이 패치가 된다. 베트 미들러가 주연했던 <로즈>가 조플린 누님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였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았다. (1권 212쪽)
오직 여자을 꼬시려고 만든 노래인 에릭 클립튼의 Layla가 탄생하는 장면. 심지어 그 여자가 절친 중의 절친 조지 해리슨의 아내였다. 결국 클랩튼의 레일라가 된 패티 보이드. Wonderful Tonight의 그녀도 역시 패티였다. 하지만 그렇게 열렬했던 사랑도 10년만에 끝났다. 그렇지. 그게 인생이지. (1권 291쪽)
스타맨이 수록된 데이빗 보위의 지기 스타더스트 앨범. 앨범이 배경이 된 저 동네에 한번 놀러가보는 게 꿈인데. 이 형 맨날 옷도 이상하게 입고, 화장도 이상하게 하고 해서 이상한 형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 어마무시한 데이빗 보위였다능. 요즘 슈퍼맨 밈에 스타맨 노래가 나온다. 좋다. (1권 540쪽)
막내가 좋아해서 나이 먹고 새롭게 듣는 에이씨디씨 형님들. <Dirty Deeds Done Dirt Cheap>는 순전히 막내 덕분에 알게 된 노래다. 철수형 말마따나 이 형님들 덕에 호주 사람들이 음악계에서 어깨에 힘 좀 준다는 말은 사실인 듯. (2권 77쪽)
드디어 나왔다.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와 그의 여친 낸시 스펑겐. 시드는 21살에 뽕을 너무 많이 해서 죽었고, 낸시는 20살에 시드의 칼에 죽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유명 롹커는 뽕 맞아 죽거나, 교통 사고로 죽거나, 술 마시고 죽거나 스스로 죽었다. (2권 88쪽)
프레디 머큐리와 데이빗 보위의 듀엣 곡 <Under Pressure>. 라이브 영상에는 멀쩡하고 잘생긴 보위 형님이 나온다. 머큐리 형님은 이상한 병에 걸려 죽어서 한동안 삐딱하게 봤는데, 몇 년 전에 나온 영화를 보고 고쳐 봤다. (2권 402쪽)
아일랜드 음악을 듣게 된 건 순전히 글렌 한사드(영화 Once의 주인공)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밴 모리슨과 로리 갤러거까지 갔다. 갤러거는 그 사이 안좋은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만 있는 줄 알았더마. 그나저나 아일랜드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데, 이번 생은 무릴까. (2권 416쪽)
틴 스피릿이 탈취제 이름이었다니. 크~~. 이 노래가 당시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를 제끼고 1등을 했다고 나오는데. 요즘 한번씩 들으면 그 기타 리프가 대단하기는 하다. 코베인 형님은 스스로 죽었다. 그나저나 피자와 맥주와 뽕과 여자가 나뒹구는 장면은 현실적이다. 진짜 저러구 놀았을 거 같다. (2권 482쪽)
이 책은 락의 역사를 만화로 그렸습니다. 다 훌륭한데 글자가 너무 많습니다. 글도 작아서 눈이 빠진다. 만화책임에도 그냥 책이나 비슷하게 시간이 걸립니다. 막내에게 주려고 샀는데, 재미나서 먼저 읽었습니다. 좋아하는 밴드부터 읽어도 됩니다. 락을 좋아하는 막내는, 그러나 이 책은 좀 시큰둥하네요. 잘 몰라도 듣는데 아무 지장 없다는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이젠 저보다 더 많이 아는 거 같습니다. 가끔 이야기를 나누면 재미납니다.
막내는 여러모로 쑥쑥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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