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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

성큼 다가선 '한반도의 봄'을 위하여 : 강진웅 <주체의 나라 북한>

by Keaton Kim 2018. 4. 30.

 

 

 

성큼 다가선 '한반도의 봄'을 위하여 : 강진웅 <주체의 나라 북한>

 

 

 

재인이 아재 :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요?

정은이 엉아 :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아, 드디어 만났습니다. 두 사람이 뜨거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고 뭔가가 올라왔습니다.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하려고 하니 이렇게 쉽게 손을 맞잡을 수 있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은이 엉아도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우리가 좋게 나가자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정말 맞습니다.

 

 

 

지난 4월 27일은 역사에 길이 남겠지요. 저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일하다 말고 잠깐잠깐 두 정상의 모습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처음 만나 손을 붙잡고 깜짝 월북을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구요, 냉면을 맛나게 잡수시라고 말하는 정은이 엉아의 유머도 빛났습니다. 리설주 언니는 또 어찌 그리 고울까요? 정쑤기 아줌마와 포옹할 땐 그 따스함에 저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환영 만찬에서 제주도 소년 오연준이 부르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고향의 봄' 노래를 듣는 정은이 엉아의 상기된 표정을 보니 내 맘도 푸근해졌습니다. 도문다리에서는 무슨 얘기를 주고 받았을까요? 혹시 "핵무기 꽁꽁 잘 숨겨 놓으시게. 우리의 재산일세." 뭐 이런 얘기는 하지 않았을까요? 무엇보다 재인이 아재의 모습이 그렇게 늠름하고 멋질 수가 없습니다.

 

 

 

 

 

 

 

위의 모든 사진 출처 : http://cafe.daum.net/msi1128/iNeS/426?q=%EB%82%A8%EB%B6%81%EC%A0%95%EC%83%81%ED%9A%8C%EB%8B%B4%20cnn%20%EC%82%AC%EC%A7%84

 

 

 

오늘 우리의 만남을 축하하듯이 날씨도 아주 화창합니다. 한반도의 봄이 한창입니다. 한반도의 봄,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여기 판문점에 솔려 있습니다. 국민들 해외동포들이 거는 기대도 아주 큽니다. 그만큼 우리 두 사람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모두 발언 중에서

 

 

 

한반도에 봄 기운이 이렇게 불쑥 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과 평양, 신의주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중국과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들어가는 날이 내 생애에 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이제는 피부로 와닿습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정말 잘 살려서, 두 정상이 매년 정기적으로 만나고, 남과 북의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롭게 국경을 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된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일찍 '한반도의 봄'이 찾아올겁니다. 그러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같은 땅덩어리에 사는데 우리는 9시고 북한은 8시 30분입니다. 시차가 있습니다. 엥, 이게 무슨 소리여? 시차가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가 넓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처음 정할 땐 우리나라 정중앙을 지나는 경도 127.5도를 기준으로 정했다는 군요. 근데 일본이 우리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우리랑 일본이 시차가 나니까 귀찮기도 하고 해서 일본 기준인 경도 135도로 같이 적용했다고 합니다. 그니까 우리나라는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간이 12시가 아니라 12시 반이 된 거죠. 이걸 북한은 2015년에 바로 잡았다고 합니다. 역시 '주체의 나라'가 맞습니다. (이것도 우리나라에 맞추겠다고 정은이 엉아가 통크게 얘기했다. 근데 이거는 우리가 북한에 맞춰야 되는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정작 북한에 대해 아는 게 별루 없습니다. 북한도 주 5일 근무를 하는지, 연애는 자유롭게 하는지, 변호사는 있는지..... 잘 모르기만 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이상한 선입견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다 교육 탓입니다. 제가 어릴 때 똘이장군이라고 아주 잼나는 만화영화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거 아주 골때리는 만화입니다. 이런 조기 교육 덕분에 북한 괴뢰도당들은 머리에 뿔이 있고 얼굴에 혹이 있는 괴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더랬지요. 무섭습니다. 이런 간접적인 문화 교육은요. 지금도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테레비에 비친 북한의 모습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북한의 모습입니다. 굶주리고 있고 핵무기만 개발하는..... 뭐, 일부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거기도 똑같이 사람이 살고 있는데 영 아수라판만은 아닐 겁니다.

 

 

 

똘이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그 노래를 아직 부를 수 있다. 저기 위에 가면을 들고 있는 돼지가 북괴의 수령으로 나왔다. 인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돼지였다능. 간첩들도 모두 늑대나 여우나 뿔이 난 도깨비로 그렸다. 나는 박수를 치면서 봤다. 쓰벌!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북한은 어떻게 지금의 북한이 되었나' 입니다.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기반으로 하여 국가 정통성을 확립한 것부터 시작해서 토지 개혁과 울나라의 새마을 운동과 성격이 비슷한 천리마 운동으로 읏쌰!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한번 해 보자! 라는 동기부여와 함께 주체사상을 통해 나라와 수령과 나는 한몸이다, 함께 꽁꽁 힘을 합쳐 나라도 잘 살고 나도 잘 살자고 했습니다. 민족주의, 가족국가, 유격대국가라는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무엇보다 국가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가정이고, 그 뒤로 개인, 직장, 사회단체 순으로 북한 주민들은 가치를 두었다고 책에 나와 있습니다.

 

 

 

그 정도에서 물러났으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을. 그러나 대개 역사는 멈춤이 없이 흘러갑니다. 김일성도 1인 독재를 강화하다보니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나왔을테고, 그들을 통제하고 감시하고 처벌하고 숙청하는 어두운 단면들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주민들의 성분으로 계층을 구분하여 자본가, 월남자 가족, 반혁명 종파분자, 정치범, 기독교인, 지방 유지, 친일파 등을 묶어 '적대계층'으로 분류하고 이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합니다. 아버지가 남한으로 내려 갔거나 돈 많은 사람이었다면 자신은 평생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거죠. 다른 형태의 신분제 국가가 된 겁니다. 이런 상황과 더불어 북한의 경제도 점점 추락 일변도로 변합니다. 시작은 그렇게 위대했던 북한이 경제적으로 몰락한 과정이 궁금했더랬는데, 저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1962년 4대 군사 노선을 공표하며 군사비를 증가시켰고 이 군비 지출이 전체 인민경제의 30~40퍼센트를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1970년대에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시행했고 급기야 1976년부터 남한의 경제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각종 김일성 동상 건설은 물론 1982년 개선문 및 주체사상탑 건립,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 경기장 건설, 1987년 시공에 들어갔다가 중단된 105층 류경호텔 건설 등으로 인해 북한의 경제는 1980년대에 급격히 기울었다. 그러다가 1994년에 재해, 기근과 함께 식량난을 맞게 되었다. (p.219)

 

 

 

 

한국판 게르니카로 불리는 '신천학살'은 1951년 피카소가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 The Massacre in Korea>의 모티브가 되었다. 이 그림은 벌거벗은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는 학살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있다. (p.116)

 

북한에서 반미주의는 국가의 근본을 이루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1950년 10월 황해도 신천군에서 일어난 미군의 학살로 신천군민 12만 명 중 3만 오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면서 미군에 대한 증오심을 북한 주민에게 심었다. 그러나 미군에 의해 학살된 증거는 거의 없으며 좌우익의 상호 살육전이 발전해 벌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황석영의 소설 <손님>에 자세히 나온다.

 

사진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kr/2014/09/30/story_n_5905104.html

 

 

 

 

 

 

북한에서 가장 심한 욕은 '미제 승냥이 같은 넘'이라고 할 정도로 반미감정은 투철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조선 해방전쟁을 실패로 만든 넘들이 저 미제 놈들이 아니었던가. 1968년에는 미국의 푸에블로호를 나포해서 1년 동안이나 북에 감금하기도 했다. 보통 배포가 아니시다. 안으로는 계층을 구분하여 일부는 감시와 처벌로, 나머지는 똘똘 뭉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밖으로는 미제 앞잡이라는 모두가 공감하는 적을 두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견고하게 다졌다. 그랬던 것인데, 낼 모레 미제 승냥이 두목과 만나 회담을 한다고 하니 감개가 무량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인 것 같다.

 

사진 출처 : http://www.ifreenk.com/11095, http://nktoday.kr/?p=12095

 

 

 

저자는 북한 사회가 기본적으로 이해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사회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그러니까 그토록 가난하고 굶주리면서도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던 부분도 전문가가 볼 땐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인 겁니다. 그 전문가가 저와 다른 점은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솔직히 무지했으며, 대중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북한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오해와 편견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는 좀 더 잘 알게 될 겁니다. 벌써 물꼬는 텄습니다. 금강산에 가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개성공단은 전보다 더 커지고 사람들의 왕래는 더 많아질 겁니다. 탈북자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대우도 달라져서 제3세계로 가던 북한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더 많이 올 겁니다.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만나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정을 나누게 된다면 우리가 함께 하는 날은 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될 겁니다. 갑자기 정은이 엉아가 잘 생겨 보입니다.

 

 

 

응? 근데, 통일이 되면 노가다 이거 못 그만 둘텐데.... 은퇴는 무슨, 죽을 때까지 노가다 해야 될텐데.....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