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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야기

동네 책방 특별 한정판이래 : 이미경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by Keaton Kim 2020. 6. 17.

 

 

 

동네 책방 특별 한정판이래 : 이미경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동네 서점용 특별 한정판 주문 받습니다."

 

 

 

동네 책방인 <생의 한가운데> 책방지기님한테서 카톡이 날라왔습니다. 동네 서점용 특별 한정판?? 아, 이런 거에 약합니다. 바로 주문합니다. 이틀 후에 오면 책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주문하고 까먹고 있다 오늘 책방에 들렀습니다. 책방지기님이 책방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택가 가운데 있는 고즈넉한 책방과 청소하는 책방지기님의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한 명화의 한 장면입니다.

 

 

 

예전의 책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사서로 있던 지인이 책을 빌려주어 읽었습니다. 돌려주기 아까와서 한 동안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살 기회를 잃었었죠. 이런 책은 집에 두고 천천히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새 책이 나왔다니 안 살 수가 없습니다. 책을 공방으로 가져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다들 좋아합니다.

 

 

 

이 책의 저자이자 화가인 이미경 작가는 20년 동안 구멍가게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고수도 보통 고수가 아닙니다. 그에게 이 책이라는 것은 20년 동안 노력하고 공을 들인 그의 인생에서 하나의 작은 결과물입니다. 이런 분들, 존경스럽고 존경합니다. 하여, 작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그 동안의 작품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락을 걸어놓지도 않았습니다(감사합니다. 작가님). 맘에 드는 작품들을 좀 퍼왔습니다.^^

 

 

 

토지면에서 - 봄

 

 

토지면에서 - 여름

 

 

토지면에서 - 가을

 

 

토지면에서 - 겨울

 

 

향교수퍼

 

 

감나무집 가게

 

 

프랑스가게

 

 

일본가게

 

 

대만가게

 

 

사랑 2016

 

 

나 어릴 적에 2016

 

위의 모든 사진 출처 : http://www.leemk.com/

 

 

 

작가의 홈피에는 책에 나온 구멍가게 그림 말고도 여러 그림이 있었습니다. 특히 <나 어릴 적에>의 작품을 보고는 피식 웃었습니다. 진짜 나 어릴 적엔 저렇게 이불 속에 밥을 넣어두었더랬습니다. 저 기억을 캐내어 그림으로 그리다니..... 그리고 미처 밥을 못 먹은 사람을 위한 밥상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군요. 사랑.... 맞습니다. 그림을 보자마자 '황후의 밥 걸인의 찬'이 딱 떠오릅니다.

 

 

 

서천 마을슈퍼 이야기를 꺼내면서 작가는 소를 기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살이 오른 장난꾸러기 송아지와 친구같이 지냈으며, 작두로 잘게 쓴 옥수숫대를 한 솥 끓여 여물을 주면 어찌나 맛나게 먹던지 덩달아 작가도 여물 맛을 봤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이불 속 보온밥의 고향은 작가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그림에 천착하게 되었는지 어림짐작이 됩니다. 

 

 

 

저도 작가랑 비슷한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웃깍단 아랫깍단 나누어 청년들과 어른들이 돼지 내기 자치기를 하고, 노래자랑도 했으며 가난했지만 다들 재미났던 시절말이죠. 그런 시골 마을은 이제 찾아보기도 힘들어졌습니다. 물론 저의 고향도 없어져버렸구요. 저자의 그림은 그런 추억을 되세김질 하게 합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구멍가게 그림은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들여다봐 주시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시골의 어느 마을 어귀 '당리가게' 굴뚝의 밥 짓는 뽀얀 연기를 바라보고, 때로는 연극무대 같은 판교면 '서천 마을슈퍼'의 골목길을 걷기도 하고, 서울 중심가 한가운데에 있는 '부산상회'에 들어가 잠시 쉬기도 하면서 저와 함께 여행하듯 가볍게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6)

 

 

 

책에는 구멍가게 그림만 있는 게 아니라 구멍가게에 대한 사연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작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이름도 간판도 없는 구멍가게에 일부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리고 구멍가게를 지키고 있는 할머니에게 가게의 사연을 묻습니다. 할머니는 그 옛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잠시나마 행복에 잠깁니다.

 

 

 

작가는 이 오래되고 기품있는 구멍가게가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적었습니다. 저도 그러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