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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이야기

진흙탕과 먼지속에서 몽롱해진 정신에 필요한 정문일침 : 정민의 일침

by Keaton Kim 2016. 3. 5.

 

 

 

진흙탕과 먼지속에서 몽롱해진 정신에 필요한 정문일침 : 정민의 일침

 

 

 

허정무위 虛靜無爲

텅 비어 고요하고 담박하게 무위하라

 

 

 

<원유부遠遊賦>에서는 '아득히 텅 비어 고요하니 편안하여 즐겁고, 담박하게 무위無爲하자 절로 얻음이 있다. [漠虛靜而恬愉, 淡無爲而自得]'고 했다. 이 말은 신선이 되는 첫 단계요, 병을 물리치는 묘한 지침이다. 늘 이 구절을 외운다면 그 자리에서 도를 이룰 수가 있다.

 

- 정민의 일침一針  P 30

 

 

 

업무는 언제나 문제의 연속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쉬운 문제도 있지만,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럴 땐 거의 끙끙 앓습니다. 밥을 먹고 있어도, TV를 볼 때도, 잠을 잘라고 누워도 온통 그 생각입니다. 이럴 땐 여자 생각도 안나. 머리속의 절반 이상은 그 생각으로 가득찹니다. 늪으로 계속 빠집니다. 헤어나오기 힘듭니다.

 

 

 

이런 경우엔 관조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머리속을 비웁니다. 의도적으로라도 그 문제를 머리 속에서 몰아냅니다. 그리고 여유를 갖습니다. 그리고나면, 그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 '담박하게 무위하자 절로 얻음이 있다.'가 딱 들어맞습니다. 문제는 이런 해결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역시나 별개의 문제입니다.

 

 

 

 

 

 

차고술금借古述今은 옛 것을 빌어 지금에 대해 말한다는 뜻이다. 현실이 답답하면 옛 글에 비추어 오늘을 읽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해묵은 구리거울에 오늘을 비춰 본 상우천고尙友千古의 소산이다. 흐리거나 희미하지 않다. - P 4 서언중에서

 

 

** 상우천고尙友千古 : 자신의 시대에 마음 맞는 벗을 구하지 못하여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옛사람과 벗이 되어 토론하는 것. 이라고 다음에 나와있다. 이 글을 쓰면서 방금 찾아봤다. 역시 어렵다.

 

 

 

책에는 세상의 진흙탕 속, 먼지구덩이 속에서 몽롱해진 정신에게 필요한 정문일침頂門一針의 사자성어가 무우~~려 100개가 실려 있습니다. 근데 이 사자성어, 조올라 어렵습니다. 명색이 중어중문과 출신인 저도 아는 사자성어가 몇 안됩니다. 호로뺑뺑이 학생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맞고요~~~ 그러나 한자에 대해서는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ㅠㅠ  근데 읽어보면 의외로 쉽게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착착 감기지는 않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입니다.

 

 

 

이 100개의 사자성어를 크게 [마음의 표정], [공부의 칼끝], [진창의 탄식], [통치의 묘방] 등 네 갈래로 묶었습니다. 아직 내가 나를 맘대로 하지 못하는 미숙한 인간인지라, 첫 챕터인 [마음의 표정] 편이 젤루다 인상이 깊었습니다. 심한신왕心閒神旺(마음이 한가해야 정신이 활발하다), 작비금시昨非今是(지난 잘못을 걷고 옳은 지금을 간다) 같은 성어는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구절입니다.

 

 

 

[통치의 묘방] 편에 나오는 불필친교不必親校라는 말도 음미해 볼만 합니다. 사내종은 밭을 갈고, 계집종은 밥을 하고, 개는 집을 지키고, 닭은 새벽을 알립니다. 저는 돈을 벌고 울 마눌은 돈을 씁니다. 내가 할 일이 있고, 맡길 일이 있습니다. 굳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각기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가르침은 싹을 뽑아 북돋움과 한가지니

큰 칭찬이 회초리보다 훨씬 낫다네.

내 자식 어리석다 말하지 말라

좋은 낯빛 짓는 것만 같지 못하리.

 

- P 107 퇴계 선생의 훈몽訓蒙중에서

 

 

 

[공부의 칼끝] 편에 찬승달초讚勝撻楚 편에 나오는 시입니다. 옛 사람들도 교육의 효율성과 올바른 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좋은 낯빛을 짓는 것이 교육에 가장 좋다는 저 구절에서 흠칫했습니다. 많이 찔렸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이고, 항상 화목하고 행복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중이라는 걸 퇴계 선생까지 나서서 가르쳐줍니다.

 

 

 

독서는 삶의 안목을 길러주는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길이 막혀 안 보일 때 책을 보면 길이 있다. 삶이 지지부진해서 답답할 때 책을 보면 답이 있다. 게임이나 오락으로 충족되지 않는 갈증이 책을 통해서 해소된다. 사람들이 알면서도 실감하지 못해 그렇지 책이야말로 가장 위력적인 텍스트다. - 정민 교수

 

책으로 충족되지 않는 갈증은 여자로 충족된다. 사람들은 알면서도 안그런척 한다. - Keaton

 

글 및 사진 출처 : http://www.gimmyoung.com/company/newsView.aspx?seq=936

 

 

 

일침一針.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이라고 책 표지에 크게 쓰여져 있습니다. 어떤 구절은 좀 아프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리 큰 통증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바늘이 그리 뾰족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나의 살이 너무 두껍기 때문일겁니다.

 

 

 

근데 저자가, 막혔던 혈도도 풀어줄 정도의 일침이라고 했으니 침은 충분히 날카로운가 봅니다. 그렇다면 통증을 못 느끼는 이유는 나의 살이 너무 두껍기 때문인데..... 세상의 진흙과 먼지로 두껍디 두꺼워진 나의 살, 바깥에 붙어 있는 것들을 씻어내고 본래 나의 살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일침의 구절구절이 정말 찌릿하게 다가올까요?